*5편(9월 16일 월요일 2일차 - 블로그, 집으로)
자연 속에 자리 잡은 힐링스토리펜션! 흥하길 바란다. |
전날 21시 무렵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 3시 15분에 눈을 떴다. 침대가 지나치게 푹신했다. 물침대처럼 부드러워 딱딱한 침대를 선호하는 나에겐 맞지 않았다. 또 출입문 쪽 전등을 켜두었기에 빛 때문에 깨어났을 수도 있다. 소등하고 다시 누웠다. 어둠에 의지해서 눈을 감았더니 들리지 않던 화음이 귀속으로 찾아온다. 창문 너머 풀벌레들의 합창 소리였다.
‘지지지지지...’
‘뚜르륵 뚜르륵...’
‘디리디리디리디리...’
글자로 옮기기 어려운 화음이었다. 오래간만에 듣는다.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소리를 한참이나 듣고 있다가 다시 잠들었다.
06시 30분에 다시 눈을 떴다. 설정된 알람이 지나치게 성실하달까! 이럴 때는 그냥 모른 척 넘어가도 좋은데 말이다. 하여튼 네비나 알람이나... 아! 어차피 같은 녀석이구나! 아무튼 이 자식들이 눈치가 없어요.
물을 데운다. 집에서 출발할 적에 분명히 커피를 챙겼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집에 도착했더니 가방에서 튀어나왔다). 할 수 없지. 편의점을 이용할 수밖에! 컵라면과 빵, 토마토(사과는 꺼냈다가 다시 가방에 넣었다. 점심때 먹기 위해서), 두유 등등…. 이만하면 아침으로 충분하다. 07시 30분까지 정리를 끝냈다. 다시 애인을 깨울 시간이다.
진수성찬인 아침 식사! 여행 떠나면 이렇게라도 아침을 먹긴 한다. |
사이드백과 헬멧 등 물건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바이크에 가방을 결박하고 목적지를 검색하는 중에 주인장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일찍 일어나셨네요.”
“네! 안녕하세요. 이제 떠나려구요. 잘 잤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내 정성과 수고로움
로비해서 얻은 결과물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시간과 비용과 땀을 몰라줘도 서운치 않아요.』
주인장이 인사를 건네왔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숙소를 이용했지만, 주인장이 이렇게 이른 시간에 먼저 일어나 손님을 반기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부산 기장에서 오셨네요. 오토바이로 여행 다니나 봅니다?”
바이크를 돌아보며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었다.
“네! 전국을 오토바이로 여행하면서 여행 수기를 블로그에 올립니다. 여기 숙박한 것도 나중에, 그러니까 2~3일 후에 글로 올릴 겁니다.”
“아…. 그래요?”
“혹시 휴대폰 있으세요?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럼요!”
주인장이 얼른 사무실로 달려간다. 잠시 후 휴대폰을 열고 내게 건네주었다. 펜션을 소개할 것이 틀림없으므로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포털에서 ‘훈이의 여행일지’를 찾아 보여주었다.
“여깁니다. ‘훈이의 여행일지’에 글을 올리는데, 숙소는 물론이고 내용을 기록해서 올리거든요. 사진하고 영상도 찍었습니다. 같이 올립니다. 나중에 이 블로그에서 한번 보세요.”
“네! 꼭 찾아볼게요.”
단양 시가지를 통과한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어제 북적거리던 모습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느낌이 시가지에 가득하다. 도로 양쪽 한 차선은 주차한 차량이 점령한 상태였다. 열기를 가하면 음식을 가득 담은 냄비가 끓듯이, 그 차들도 자극을 주면 바로 교통 체증을 일으킬 것 같은 모습이었다.
네비가 어제 왔던 길을 역방향으로 안내했다. 밀양 산외면으로 가야 한다. 공로연수 중인 ‘안** 부장님’을 만나기로 약속했다. 도로 사정은 더할 나위가 없다. 급커브가 거의 없는 일반국도에서 시속 100킬로 정도 속도를 계속 유지하면서 달린다. 이런 주행환경이 지속될수록 연비가 좋아진다. 주변의 그림들이 산과 계곡에서 논과 밭으로 바뀌고, 그러다가 오른쪽에서 흐르고 있는 낙동강도 만났다. 작년에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갈 적에 보았던 바로 그 국도 옆 낙동강이다.
09시 55분 무렵이다. 두 손이 심하게 저렸다. 이 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 무조건 쉬어야 한다. 마침 칠곡군 가산면을 통과하던 중에 카페가 보였다. 상호가 『작은 카페』였고, 실제로 작은 카페였다.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가게 바깥 쉼터를 휴식처 삼아 메모와 커피를 즐긴다. 심하게 저리던 두 손이 차츰 진정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이것이 행복일 것이니! 근데 커피 맛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칠곡군 가산면 소재 도로 옆 작은 카페, 상호명도 작은카페다. |
작은 카페를 찾는 손님이 적지 않았다. 20분 정도 쉬었을 것인데, 그사이에 제법 많은 손님이 카페를 찾았다. 아마도 나와 같은 처지의 외지인일 것이다.
11시 35분 무렵, 밀양 상동역 쉼터 앞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그대로 달렸다면 12시 전에 부장님을 만났을 것이지만, 점심시간이라 틀림없이 같이 식사하자 하셨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 싫었다. 10여 킬로 남았지만, 상동역 쉼터에서 빵과 사과, 토마토, 에너지바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여행 중 경험하게 되는 행복한 순간이다. 만족한다.
성동역에서 쉬다. 아래는 역청사 내부 화장실인데, 서양식 동양식 구분이 재밋어서 화면에 담았다. |
쉼터가 정자로 되어 있어 시원했다. 한숨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체없이 행동으로 옮겼다.
12시 40분에 산외면에 있는 부장님 댁에 도착했다. 준비한 청주를 선물로 드렸고, 부장님께서 나를 위해 빵을 준비해 두셨다. 감사히 받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길 나누었다. 공로연수가 끝나는 내년부터 펜션 영업을 하기 위해 집을 개조하는 중이었다. 10월까진 공사를 완료한단다. 대소사는 물론이고, 영업을 시작하면 꼭 연락을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14시 40분에 도착했다. 총 주행거리는 622.2㎞였고, 1리터당 평균 연비는 25.2㎞로 기록되어 있었다. 안라! 무복!을 완수한 사랑하는 애인 MT-07에게 오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 총 주행거리: 622.2㎞
- 1리터당 25.2㎞ 주행 / 사용한 연료 약 24.7리터
※ 전체 비용: 97,368원(1박 2일)
※ 연료비: 36,868원(전체의 38%)
- 13,000원: 9. 15. / 동문경농협 산북주유소(문경시 산북면 금천로 695)
- 9,000원 : 9. 16. / 동문경농협 산북주유소(문경시 산북면 금천로 695)
- 14,868원: 9. 16. / 용문주유소(일광읍 기장대로 710)
※ 숙박료: 40,000원(전체의 41%)
- 단양 힐링스토리펜션(단양군 가곡면 가대리 394) 1박(9. 15.) / 40,000원
※ 식비 및 기타: 20,500원(전체의 21%)
- 2,300원 : 9. 15. / 7-ELEVEN(영천시 치산관광길 5, 신녕면) - 얼음과 커피
- 1,000원 : 9. 15. / 도담삼봉주차장 – 이륜차 주차요금
- 5,200원 : 9. 15. / GS25단양가곡점(단양군 가곡면 남한강로 402)
컵라면(진), 달빛유자막걸리 1병
- 9,000원 : 9. 15. / 가곡정식당(단양군 가곡면 사평3길) - 직화구이 비빔국수
- 3,000원 : 9. 16. / 작은카페(칠곡군 가산면 경북대로 1525) - 아메리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