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사랑하는 연인 MT-07과 단양군을 향해 출발
사진 위는 양방산 전망대(활공장)에서 내려다 본 단양 시가지. 아래는 도담삼봉 유람선 선착장에서 본 도담삼봉 |
1일 차(9월 15일, 일요일)
『MT-07 찬가』
사랑하는 연인이자 애인인 MT-07!
여행 동반자인 너는 689cc의 배기량과 72마력의 힘을 숨기고 있는 두려움을 모르는 불굴의 전사!
거칠 것 없이 도로 위의 세상을 지배하는 자!
믿음을 주고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 분신이자 전령!
내 의지에 충성하고 내 결정에 반하지 않는 너는 나의 그림자일지니
내 삶의 일부를 네가 공유하고, 내 삶과 함께 너도 살아가리라.
애인인 MT-07을 처음 사귀었던 작년 2월 무렵엔 이 아이 근처에만 가도 가슴이 설렜다. 가볍게 쓰다듬고 이곳저곳을 만지면서 감각을 총동원해서 오토바이를 느낄 적이면 내 심장은 주책없이 뛰고 또 뛰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흥분한 내 심장의 고동 소리를 놓칠 수가 없었다. 이러한 증상은 사랑에 빠졌을 적에 나타난다고들 한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출발 직전의 애인(MT-07) |
키를 꽂고 시동 버튼을 누른다. 중저음이지만, 애인의 심장 소리가 사자후를 연상케 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시트에 앉아 그립을 쥐고 중립 상태인 기어를 힘차게 밟아 1단으로 내리면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MT-07이 빛의 속도로 튀어 나갈 듯한 에너지가 온몸으로 전해져온다. 멀리 도약하기 위해 잔뜩 웅크린 너를 달래고 진정시키면서 스로틀과 클러치를 조작할 적에 두려움을 모르고 거침없이 달려가는 너의 용맹함에 감격했지. 지금도 그러하다. 그 순간 나는 구름 위를 걷는 듯했다.
감각은 여전하지만, 감정은 정리가 된 듯한 지금 우린 또다시 여행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긴다. 충북 단양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단양을 여행하는 결심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추석 연휴잖아. 명절은 가족과 함께!』
여행 준비는 숙달된 조교의 몸짓과 같다. 1박 2일 일정이기에 뒷자리에 별도의 가방을 결박해야 할 정도의 짐도 없다. 사이드백으로 충분했다. 우의(15일과 16일 비 예보 있었지만, 단양에선 내리지 않음), 잠옷, 여분의 옷(상·하의), 먹을 것(사과, 토마토, 두유, 에너지바, 빵 등)을 하루 전에 쟁여둔 상태다.
잠에서 깨어난다. 06시다. 허리를 삔 이후 침대에서 내려오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약 20일 정도 고생했고, 더는 허리 통증으로 시달리고 싶지 않아 몸이 귀찮아해도 감내하는 중이다.
06시 45분, 마지막 준비물인 커피까지 가방에 실었다. 주차장에서 취침 중인 애인에게 사이드백을 걸어 두고 다시 집으로 올라간다. 언제나처럼 아내와 포옹하며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나눈다. 큰 공주님은 취침 중이라 굳이 깨우지 않았다.
바이크가 조용조용 으르렁거리며 주차장을 나선다. 화가 잔뜩 난 것처럼 보이는 구름이 하늘을 가렸다. 비가 올까? 싶은 생각에 경계하며 울산 방향으로 달린다. 대룡마을 지나 울산 경계를 통과하려는데, 빗방울이 제법 떨어졌다. 도로 바깥에 마침 마을 특산물 간이 판매장이 있어 정차한 다음 우의를 입었다. 다시 출발하려니까 남쪽 하늘 방향에서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중의 오토바이지!
리(이)유가 어떻더라도 제발 타 기종 라이더와 인사 나누길 바라!』
온산을 지나면서 해운대 번호판의 할리(팻보이)를 만났다. 울산 초입에서 서로 인사를 나눈다. 라이딩 복장이 반소매 반바지다. 가까운 곳을 여행하나 싶다.
‘혹여 바이크가 넘어지면 어쩌려고 저런 복장이지?’
팻보이 고동음이 애인의 심장 소리보다 네 곱절은 더 우렁차다. 아마도 그런 맛에 할리를 탈 것이다. 또 그런 이유로 내가 할리를 타지 않는다. 돈 문제도 물론 무시할 순 없지만!
경주 외동읍 소재 알뜰 주유소 옆 빈 건물 처마 아래에서 잠식 휴식. 두유와 빵 등으로 당을 보충하며 메모했다. |
울산에서 경주로 향했다. 늘 그랬듯이 외동읍 방향이다. 1시간 남짓 운전했기에 쉬어야 한다. 손이 저릿저릿하다. MT-07의 단점 중 하나다. 마침 알뜰 주유소 옆 건물이 폐가처럼 모두 비었다. 처마도 길다. 만에 하나 비가 오더라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환경이라 적당했다. 먹을 것과 커피, 메모지를 꺼내 든다. 당을 보충하면서 메모하는 것이 이제는 큰 즐거움이 되었다. 07시 55분, 출발해야지?
09시 25분, 영천시 서부동 도로 합류 지점에 잠시 멈췄다. 하늘을 검게 가렸던 구름이 옷을 바꿔 입었는지 하얗다. 하늘 이곳저곳에선 구름이 철수하는 모양이다. 하늘의 뜻에 따라 우의를 벗어 사이드백에 넣는다.
구름이 걷히면서 햇살이 보였다. 오토바이 바로 옆엔 승용차 앞 범퍼가 처박힌 상태다. 조심 운전! |
명절 연휴의 일반국도인데도 도로 사정이 좋아서인지 할리 무리와 리터급 투어링 바이크 팀들이 반대편 도로를 질주한다. 나와 같은 계획을 세운 동류의 사람들일 것이다. 오토바이를 주차한 바로 옆에 승용차 앞 범퍼로 보이는 물체가 구석에 처박혔다.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시그널처럼 읽힌다.
‘조심해서 운전해! 이 친구야. 내 꼴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야. 한순간에 훅! 가는 수가 있어!’
『신기하게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위험신호를 인지할 때마다
호각이 내 감각에 달렸는지 궁금할 때가 많아』
영천시 신녕면 소재 세븐 일레븐에서 잠시 쉬다. 편의점 앞에 무궁화가 있어 화면에 담았다. |
09시 50분, 영천시 신녕면에 있는 24시 편의점(세븐 일레븐)에 들렀다. 냉커피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치산 관광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길손을 반겼다. 근데 처음 들어본다. 그 옆 작은 안내판이 공지 중인 팔공산은 가 본 적 있지만, 치산 관광지는 모르겠다.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