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창녕 여행기 - 대통령 선거와 우포늪과 오토바이가 제외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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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자전거로 주변을 모두 탐방해볼 것을 추천한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실시된 6월 3일에 창녕군을 다녀왔다. 그곳에는 언제든 돌아봐도 좋은 여행지가 몇 군데 있다. 먼저, 대한민국 최대의 내륙 습지인 우포늪을 첫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전체를 천천히 돌아볼 가치가 있기에 강력히 추천한다.
『우포늪: 2011년에 천연기념물 제524호로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 480여 종의 식물과 62종의 조류, 28종의 어류, 55종의 곤충류가 서식하며, 람사르 협약에 의해 보호받는 습지이다. <- 출처 나무위키』
『우포늪에 가득한 생명의 에너지들! 작은 생명들까지 모두
포용하는 그곳은 또 다른 우주적인 세계!
늪이라고 우습게 봐선 안 되는 거야! 알지?』
둘째는 창녕교동고분군이다. 정확한 명칭은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이다. 이 고분군은 고대 비화가야 왕과 지배층의 무덤이라고 한다. 어려운 설명을 풀어낼 정도의 지식이 없어서 현장의 설명 사진을 첨부하는 것으로 대신할 생각이다. 현장의 고분군 봉분이 경주에서 경험했던 압도적인 규모가 던져주는 위압감 또는 괴리감과는 달랐다. 당시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았을 것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지배층의 무덤을 떠올리게 하진 않았다. 왕과 지배층의 무덤이라고 하기엔 소박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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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에서부터 교동고분군, 고분군 길 건너 창녕박물관, 고분군 안내판 |
『고대의 장례식을 옆 볼 수 있는 봉분들이 가득한 곳!
분명한 사실은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장례 행위가 아니었어!
군대를 보유할 수 있는 왕들과 지배자들의 특권이었지!』
교동고분군을 방문했기 때문에 고분군 한 곳에 자리를 잡은 창녕박물관은 덤으로 방문할 수 있었다. 무료 관람이니 찾아갈 것을 추천한다.
셋째는 『창녕석리성씨고가』이다. 양파 시배지(첫 재배지)인 창녕군 대지면을 찾아갔다면 빠트리지 말고 고가를 구경해보라. 이 땅에 양파가 널리 보급된 것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는 건축물이다.
『양파 시배지가 창녕석리성씨고가임을 처음 알았어!
파격적인 식량 대안이었기에 혁신적인 가문으로 널리 칭찬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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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퍄 시배지가 있는 창녕석리성씨고가! 규모가 상당하다. |
임시 공휴일인 선거일에 하루 일정으로 여행을 계획했을 적엔 당연하게도 오토바이를 타고 떠날 생각이었다. 일광에서 우포늪까지 승용차로는 1시간 20분 거리인데, 오토바이를 선택하면 2시간 50분 거리로 늘어난다. 머릿속에선 일반국도와 지방도를 오토바이를 타고 햇빛과 바람을 맞으면서 유유자적 달리는 내 모습을 떠올렸고, 그때마다 주름이 늘고 있는 평범한 중년 남자의 얼굴에는 만면의 미소가 머물렀다.
한번 찾아간 적이 있기에 대략의 코스를 상상하게 된다. 출발 전에 따듯한 커피와 과일과 메모지를 챙기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소풍을 앞둔 소년의 흥분을 닮은 길손의 행복도 감지할 수 있다. 상상임에도 말이다.
창녕 여행 계획을 아내에게 말했다. 물론 당신도 같이 가겠느냐? 라는 의지를 담아 말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거절하면서 혼자 다녀오라 하겠거니 싶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같이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것이었다.
‘어라! 오토바이를 타야 하는데, 어쩌지?’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갈 생각이었는데, 공주님이 같이 간다고 하면 당신은 승용차로 가는 게 어때?”
“간다고 하면 그래도 되겠네. 나 대신 운전하라고 해야지.”
하루 전날 카톡으로 큰 공주님에게 여행 계획을 알렸고 의사를 물었다. 당연하게도 거절하겠거니 싶었는데, 아니었다. 다른 일정이 없으니까 같이 갈 수 있단다. 홀로 유유자적 오토바이로 떠나는 여행을 생각했다가 가족이 함께 즐기는 여행 일정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도 오토바이를 포기하긴 싫었다.
일주일 전부터 일기예보를 검색했다. 6월 2일 오후부터 3일 오전까지 비가 내리는 예보가 올랐다. 비가 오는 날의 오토바이 투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혼자라면 당연히 실천에 옮겼을 것이지만, 가족이 함께 떠나게 된 순간부터는 접을 수밖에 없었다. 장성한 딸이 아빠 엄마와 동행하는 국내 여행 기회가 자주 있을 것 같지 않아서이다. 아내와 둘이 떠나는 여행이었다면, 어쩌면 오토바이를 고집했을 수도 있겠다.
여행 전날 대략의 여행 일정을 알린다.
“여보! 일단 우포늪에 갔다가 돌아보고 이동할 건데,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집, 고가가 있다네. 볼만하다 해서 그곳에 갈 거야. 그런 다음에 교동고분군으로 갔다가 점심을 먹을 거야. 점심 장소는 창녕 상설시장 안에 유명한 수구레 국밥집이 있다고 하더라고. 먹고 쉬었다가 시간이 되면 창녕에 아주 넓은 유채꽃밭이 있다는데, 그곳에 갔다가 돌아올 계획이야. 어때?”
“괜찮겠네!”
“공주님! 내일 08시에 출발합니다. 일찍 일어나세요. 아빠 엄마는 사전투표 했거든요. 공주님만 투표하면 돼요. 투표하고 바로 창녕으로 갈 거예요.”
“네! 출발 시간이 적당하네요. 시간 맞출게요.”
6월 3일 화요일 아침 05시 10분에 잠에서 깼다. 쉬는 날인데도 일찍 눈을 뜬 것은 여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다. 선거 때문이다. 오늘 투표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재외국민 투표 열기가 엄청났고, 사전투표 역시 대단했다. 결과에 따라 향후 대한민국 5년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이 예상되었기에 잠을 깊이 잘 수 없었다. 어쩌랴!
『선거! 선출직 일꾼을 뽑는 행위!
거지 같은 결과가 나올 때가 많아. 평소 일꾼 제대로 뽑고 있는 거야?』
아내와 공주님은 시간에 맞춰 기상했다. 08시에 집을 나서 지정된 투표소로 향했다가 창녕으로 방향을 잡았다.
“투표소가 한산해요. 나 혼자뿐이라서 금방 투표하고 내려왔어요.”
새벽에는 비가 내렸지만, 08시를 넘기면서 일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정말이지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를 계속 생각했다.
“아우! 이런 날 오토바이 타고 여행 가면 정말 끝내 줄 건데!”
“당신은 오토바이 생각뿐이지? 이런 기회도 자주 오지 않아!”
개인적인 즐거움과 행복감도 중요하겠지만, 가족이 같은 차로 이동하면서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것도 자주 얻을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다.
고속도로를 갈아타며 1시간 20분을 달렸을 무렵에 우포늪 생태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토바이였다면 목적지까지 절반 정도 달리는 중이었을 것이다. 우포늪에는 MT-07을 타고 일전에 혼자 찾은 적이 있다. 그때 라이딩 복장으로 생태공원 일부만 걸어서 다닌 기억이 있고, 블로그에 글로 남기기도 했다. 제대로 돌아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기에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다짐했다.
“여보! 자전거로 돌아보자! 걸어서 가면 오래 걸리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면 다 돌아봐도 1시간이면 될 거야! 어때?”
“자전거? 나는 자전거 못 타는데!”
“2인용으로 같이 타고, 공주님은 1인용을 이용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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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대여소에서 2인승 자전거를 살펴보고 있다. |
자전거를 빌렸다. 2인용 6천 원에 1인용 4천 원을 더해 1만 원을 현금으로 주었다. 자전거 대여소에서 일하는 분의 입담이 좋았다.
“2인용으로 할라고요? 아따! 손님께서 남자는 힘! 을 한번 보여 줄라고 하는갑네요. 6천 원입니다.”
“딸이 탈 건데, 1인용도 필요해요.”
“4천 원에 합계 만원입니다.”
자전거를 이용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아내를 뒷자리에 태울 적에는 내심 걱정하기도 했다.
‘자전거가 잘 움직이기는 할까? 넘어지지는 않을까? 이 사람이 무거워서 고생 꽤나 할 것 같은데, 괜히 내가 객기를 부리는 건 아닐까? 아우 씨! 몰라!’
자전거 대여소에서 우포늪으로 진입하기 위해 입구까지 이동하는 짧은 시간에 어라! 이거 탈만 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오르막인데도 둘이서 충분한 동력을 전달할 수 있었다.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진입하는 모습을 왼쪽에서 걸어가는 중년의 다른 부부가 보고 있었다. 부부였을 것이다. 아마도!
“아저씨! 그 2인용 자전거 타실만 한가요?”
“좋네요. 자전거를 빌리시죠. 아주 좋아요.”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