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 - 추억이 깃든 곳 여수 여행기 (800 MT가 가진 강력한 성능, 출발)
돌산 소율 전망대에서 바라본 밤섬! |
1일 차(2024. 11. 23. 토)
가을이 저물고 있다. 11월 하순을 그냥 보내기 싫어 며칠 고민했다. 12월로 넘어가면 춥고 밤이 길어 장거리 여행이 어렵겠고, 평일에 여행하자니 업무 일정상 마음 편히 다녀올 상황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선택해서 다녀오자!
여수를 선택한 것은 추억에 기인한다. 지금은 연락을 주고받지 않지만, 좋은 벗이 여수에 살고 있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 여수의 친구를 찾았다가 오동도를 돌아본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래! 여수를 다녀오자!
『여기에 추억이 묻혀 있거든요. 젊은 날 청춘들의 열정이요.
수려한 여수의 풍경만큼이나 그 추억도 아름답고 눈부셔요.』
여행 하루 전엔 늘 분주하다. 지난 3일 집합교육을 마치고 귀가했다가 금요일 오후에 탁구장을 찾았다. 부족한 운동을 메꾸기 위해서다. 땀 흘려 운동한 다음 귀가해서 준비를 서두른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할 애인은 800 MT라는 기종이다. 여행기 번외편으로 이 오토바이를 잠깐 다룰 생각이다. 어떻든 지난달 새로 사귀었고, 최근 그 성능에 푹 빠져있다. 철없는 짝사랑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cfmoto 사의 800 MT 익스플로러! 멀티 퍼포즈 계열 오토바이인 둘째 애인이다. 사진은 진하해수욕장! |
그런데 작은 문제가 있다. 이 애인에겐 사이드백과 탑박스가 아직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몇 개월 기다렸다가 구입할 생각으로 아직 달지 않았다. 1박 2일 여행에 필요한 짐을 가방에 꾸리고, 그것을 짊어진다는 것은 상상한 적이 없다. 긴 거리를 달릴 것인데, 어깨를 지속해서 누르게 되면 불필요하게 피로를 누적시키게 된다. 그럴 순 없다. 뒷자리에 결박할 수 있는 가방에 필요한 짐을 최소한으로 담아서 가자.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믿지 않는 쪽이다.) 지난 통영 여행에서 경험했듯이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른다. (여행 기간 이틀 동안 맑을 것이라 예보했지만, 2일 차에 비가 내렸다.) 따라서 우의와 빗길에서 버틸 수 있는 방수 신발 덮개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의만 제외해도 가방 무게의 반을 줄일 수 있는데, 어쩌랴!
종합비타민과 아내가 준비한 빵 2개와 삶은 달걀 3개를 가방에 넣는다. 사과와 단감, 사과즙이 추가되었기에 여행하며 점심을 해결하고자 굳이 식당을 찾을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그 시간을 아껴 더 촘촘하게 달리면서 여수를 눈에 담을 예정이다.
여행 1일 차(11월 23일 토요일), 06시에 기상한다. 해가 짧아 일출 시각이 꽤 늦다. 07시 출발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물을 끓여 보온 통에 커피를 가득 담는다. 커피 준비가 여행 준비의 마지막이자 출발의 시작이다. 다른 여행 때와는 달리 이번엔 방온 장갑을 준비한다. 결론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내와 큰 공주님께 인사하고 지하로 내려간다. 지난달 내게 시집와서 잘 쉬고 있던 800 MT를 깨웠다. (가성비 갑, 가격 대비 최고의 오토바이라 확신한다.) 새로운 연인에겐 재주가 많다. 문제는, 설명서를 따라 해도 원하는 대로 작동하질 않아 굳이 울산까지 달려가 센터를 방문해서 자세한 설명과 실습을 하고 왔었다. 그 덕분에 열선 그립과 열선 시트를 작동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다행이다.
사위가 밝아오길 기다리며, 선글라스 착용을 미뤘다. 여수로 향하는 길은 지난 통영 때와 같다. 휴일이고 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 시청을 통과하고 가야대로를 달리도록 내비가 지시했다. 사상구 학장 쪽으로 안내한 것이 달라진 점이다. 바람이 없고, 주행 여건을 방해할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괜찮았다. 다만, 동부산에서 서부산을 넘어 부산을 통과하기까진 1시간 가량 걸렸다.
마산회원구 봉암동 소재 도로 옆에서 잠시 쉬면서 커피를 마시다. |
새 애인에겐 강력한 성능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핸들 손잡이와 의자에 열선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어 겨울에 매우 유용하다. MT-07에겐 기대할 수 없는 성능이다. MT-07의 유일한 전자적 기능은 ABS가 작동한다는 점이다. 800 MT의 성능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따로 있다. 『크루즈』다. 설명서에 따르면 4단에서 6단까지, 시속 40킬로에서 120킬로 사이에서 작동한다는데, 이 기능을 테스트하며 피곤을 잊고 주행을 계속했다. 상당한 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다가 마산회원구 봉암동에서 잠시 멈췄다. 따듯한 커피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크루즈 기능이 탑재된 이 오토바이가 내게 오기 전엔,
루(누)적된 여행의 피로는 견디고 버티는 것이었어!
즈려밟으며 함께 달릴 생각에 피로보다 행복이 내게 다가왔다.』
# 즈려밟다: 위에서 내리눌러 밟다. (규범 표기 - 지르밟다)
마산합포구 진전면 소재 휴게소! 앞서 통영 여행할 적에도 잠시 멈췄던 곳이다. |
09시 04분, 마산합포구 진전면 소재 휴게소에서 멈췄다. 주행 도중 이상함을 감지했다. 기어변속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조작을 대충했던 내 잘못이었다.) 1단에서 2단으로 변속할 적에 중립으로 빠지면서 2단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여러 번 발생했다. 신중하면서 확실하게 들어올려야 기어가 들어갔다. 첫째 애인으로 주행할 적엔 대충 변속해도 2단으로 잘만 들어갔는데, 새 애인은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 같다.
12시, 여수시 돌산읍 소재 『GS 25』 편의점에서 멈춘다. 앉아 쉴 수 있는 곳을 공짜로 이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TOP 커피와 베지밀 1병을 구입한다. 덤으로 화장실을 사용할 목적이기도 했다. 알바로 보이는 젊은 여직원이 근무 중이다.
“여기요! 따듯한 커피 있어요?”
“아메리카노요?”
여수시 돌산읍 소재 편의점! 내 오토바이지만, 멋있다. |
아메리카노를 내린다는 말인가? 싶어 되물었다.
“여긴 아메리카노를 커피 기계로 내리기도 하나요?”
“내리는 것도 있고, 그냥 캔으로 파는 것도 있어요. 거기 바로 뒤에 진열대에 있어요.”
따듯한 커피를 물었는데, 차가운 진열대 커피를 손님에게 권할 수 있나 싶어 짚어주었다.
“이거 차가운 거 아니에요?”
“따듯한 겁니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결재해주세요. 여기 화장실 있나요?”
“따로 없어요.”
뭐라고? 편의점에 화장실이 없다고? 그럼 찾아오는 고객은 어떡하고? 근무하는 귀하는 생리현상을 어떻게 해결하는데? 싶어 다시 묻는다.
“그럼, 어떻게 하시는데요?”
“저기 건너편 하나로마트에 화장실이 있어요.”
“길 건너를 말하는 거죠?”
“네!”
간선도로 너머 하나로마트가 보였다. 편의점 바로 앞이 건널목이다.
“커피하고 두유를 잠시 보관 부탁해요. 화장실 다녀올 동안만요.”
“네!”
건널목을 지나 하나로마트를 뒤진다. 소변을 해결하고 거울을 봤더니 몰골이 엉망이면서 험상궂었다. 머리카락은 동서남북으로 헝클어진 상태였다. 그런 모습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편의점에 입장했으니, 날 바라본 그 젊은 알바 여직원이 어떠했겠나? 표정이 굳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