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기변 또는 기추에 대한 단상
애인의 옆 모습들 |
애인이자 연인인 MT-07과 동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3년 2월이었다. 2022년 하반기로 기억한다. 그때는 스쿠터를 탔다. 소배기량인 100cc 스쿠터였고, 무려 14년을 애용 중이었으며, 사고도 없었다. 그렇게 타고 다니면서 배기량이 높은 오토바이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없었다. 그러했다.
해운대에 거주할 적엔 퇴근 이후 집 근처 탁구장을 갈 적에 스쿠터를 이용했고, 간간이 집사람이 시키는 심부름을 처리하기 위해 재래시장 갈 적에 타기도 했다.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에 당직이 걸렸을 적에 스쿠터로 출근하기도 했다.
100cc였기에 속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냥 타고 다니는 것에 만족했다. 가장 멀리 간 곳이 해운대에서 임랑해수욕장까지였다. 평지에서 스로틀을 최대한 당겨도 시속 80킬로를 주파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느렸다. 때문에 기장과 해운대를 오고 갈 적에 늘 60킬로 수준에서 달렸고, 그때마다 승용차들이 내 스쿠터를 추월해서 지나갔다. 그러다가 문제가 발생했다.
엔진 오일을 갈면서 브레이크를 손보려고 늘 이용하던 해운대 신도시 소재 『☆☆ 오토바이』라는 센터를 찾았다. 엔진 오일은 교체할 수 있는데, 부품이 더는 없으므로 브레이크를 수리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이전에도 정품이 없어 다른 오토바이 부품을 억지로 끼워 맞춰 사용하기도 했다.
“이 오토바이 부품이 이젠 없습니다. 이거 오래되었죠?”
“10년 훌쩍 넘었죠. 대만산입니다. 이거 판 가게도 없어진 지 오래되었어요.”
“이 스쿠터 계속 타고 다니려면 앞쪽 브레이크 부품을 갈아야 하거든요. 지금 상태에선 아직 사용해도 괜찮은데, 더 타고 다니면 브레이크 잡을 적에 밀릴 겁니다. 그때는 바꿔야 하는데, 부품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요?”
그럼 어떻게 해요? 라고 내가 질문하는 바람에 오토바이 『기변(기체 변경)』을 고민한 적도 없는 평온의 상태가 박살 나게 된다. 센터 사장에게서 오토바이 폐차해야 하고, 계속 타려면 다른 오토바이로 바꿔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으며, 그럼 다른 바이크로 바꿔야 하니까 중고 오토바이 잘 아시면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된 것이다.
사이드백, 블랙박스, 윈드스크린과 핸드폰 거치대, 핸드 가드 등 옵션들 |
이때 MT-07로 바로 넘어간 것이 아니다. 125cc 스쿠터를 소개받아 중고로 매입해서 타고 다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스쿠터 총 주행거리가 조작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공중파에서 보도한 추적 프로그램 덕분이다.
무려 10만 킬로 이상 주행한 오토바이를 너무도 간단하게 전문가 손을 거쳐 1만 내지 2만 킬로 정도 주행한 것으로 조작하는 것을 공중파가 확인한 것이고, 내가 매입한 오토바이도 마찬가지였다. 조작을 거친 오토바이는 중고 판매가가 뻥튀기된다. 1백만 원도 하지 않을 스쿠터 가격이 두 배 이상이 되는 마법이 펼쳐지기에 아마도 조작의 유혹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배기량 오토바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125cc 이상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서는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45만 원을 결재하고 자동차운전학원에 등록했고, 학과 수업 이후 5일 동안 10시간 오토바이 주행 연습을 한 다음 2종 소형 면허에 도전해서 합격하게 된다. 그때가 2023년 2월 1일이었다.
혼다 cb650r과 야마하 MT-07을 두고 고민하다가 송정에 야마하 매장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MT-07을 선택했다. 집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MT-07은 그동안 내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도 그러하다. 2023년 4월 첫 전국일주를 시작으로 두 번의 전국일주와 백두대간 종주 두 번, 2박 3일과 1박 2일 오토바이 투어가 여러 번이었다. 큰 사고를 친 적 없었고, 여행을 중도에 포기해야 할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여행 도중에 자빠지면서 위기가 발생한 적은 있었다.
최근 다시 고민에 빠졌다. 거듭해서 고민 중이다. 고민의 중심엔 두 글자가 있다. 바로 『기변』이다. MT-07은 탠덤(tandem, 앞뒤로 연결되어, 동물 또는 좌석 등이 세로로 연결된, 이라는 뜻이고 뒷자리에 사람을 태운다는 의미이다)이 정말 곤란하다. 장거리 여행을 할 적에 너무 불편하다. 운동으로 치면 마라톤을 주 종목으로 만들어진 바이크가 아니라는 뜻이다. 홀로 뛰는 단거리 선수다.
슬라이드(제꿍했을 적에 바이크에 날 수 있는 상처를 막아준다. 앞과 뒤, 중간) |
단점을 지적하자면 이렇다.
첫째, 시트가 매우 불편하다. 장시간 운전하며 앉아 있기가 어렵다. 엉덩이가 아파 나중에는 비명을 지를 정도가 된다. 이것은 보조 시트를 부착하면 해결이 된다.
둘째, 스로틀을 미세하게 조작하며 운전하다 보면 1시간 30분 정도 지났을 적에 반드시 두 손에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심하게 저린다. 장거리 주행에 맞지 않다. 무시하고 계속 운전하게 되면 2시간 정도 경과했을 적에 두 손에서 감각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릴 적에 저항해선 안 된다. 쉬어야 한다.
셋째, 탠덤이 어렵다. 아니 장거리 여행을 할 목적이라면 탠덤을 포기해야 한다. 위험하고 불편한 수준이 극악이라 해야 할 것이다.
넷째, 비용을 지불하고 사이드 백을 달았지만, 100% 방수를 기대할 수 없고, 용량이 작아 짐을 충분히 담을 수 없다.
그렇다고 MT-07이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점은 그동안의 여행일지에 수도 없이 기록되어 있고, 그렇기에 연인이자 애인으로서 나와 동행하고 있다.
MT-07을 다른 사람 손에 넘기기 싫어 『기추(기체 추가)』를 수없이 생각했지만, 형편상 정답이 아니다. 두 대의 오토바이를 단순히 소유할 순 있지만, 운용하는 것은 정말 과욕이라 할 수 있겠다.
기변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후보는 셋이다. 첫째는 같은 야마하의 상위 기종인 트레이스9 GT플러스다. 앞서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온로드 위주로만 여행한다면 이것 이상의 기종은 필요 없다는 판단이다. 갖은 전자장비가 탑재되어 있기에 더할 나위 없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크루즈 컨터롤 기능이다. 장거리 여행 위주인 나에겐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둘째와 셋째는 스즈키의 브이스트롬 800 DE와 1050 DE 기종이다. 둘은 모두 멀티 퍼포즈 성능을 품고 있다. 임도를 포함해서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대륙 간 이동을 하며 여행할 때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종이고, 그 신뢰도가 높다. 1050 DE는 크루즈 기능이 있어 장시간 운전이 가능하기에 눈길이 계속 가고 있다.
이 셋은 또한 탠덤이 가능하다. 장거리 탠덤을 해도 동승자가 약간의 불편은 감내해야겠지만, 거의 불가능한 MT-07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고민하지 않고 GT 플러스를 선택했겠지만, 최근 내 버킷리스트에 『오토바이로 유라시아 횡단하기』가 추가된 상태라 고민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기추는 형편상 선택할 답이 아니다. 기변 역시 쉬운 답이 아니다. 경제적인 문제가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누군들 그렇지 않겠나? 이를 제외하고 바라본다. 야마하 기종은 현실에서의 내 욕구(운용과 관리)를 100% 충족하지만, 내 꿈(나 홀로 유라시아 횡단 / 결코 쉬운 꿈이 아니다. 평생 불가능할 수도 있다.)과는 엇박자가 난다. 스즈키는 현실에서의 내 욕구를 80% 충족하지만, 내 꿈이 더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아니, 하게 될까? 이도 저도 아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