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9월 15일 1일차 - 도담삼봉에서 정도전을 만나다 / 힐링스토리펜션 )
도담삼봉! 맞이로 보이는 가운데 섬의 오른쪽에 정자가 있다. 그곳에서 벗들과 막걸리 한잔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
16시 35분, 도담삼봉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이 선착장을 찾았고, 주차 전쟁 중이었다. 나도 예외일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는데,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 쪽 빈 곳에 바이크를 세웠다.
“아저씨! 오토바이를 그기 세우면 안 돼요. 안으로 넣으세요.”
“이 정도면 차가 지날 수 있는데, 저기 도담삼봉 사진 하나만 찍고 오토바이 치울게요.”
“아니 그러면 안 돼요. 이륜차 주차요금 일천 원이거든요.”
『삼봉 정도전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봉인했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이곳에서 열고 만나는구나』
그제야 주차요금 안내판을 보았다. 틀림없이 이륜차 주차요금이 1천 원이라고 안내판이 말하고 있었다. 그때 떠오르는 생각은,
‘어! 현금 안 가지고 왔는데’
관리인이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여긴 전부 카드로 계산하거든요. 현금 안 받아요.”
“아! 그럼 계산해 주세요.”
영수증을 받고 조금 더 안전한 아래쪽으로 바이크를 옮겼다.
왜 도담삼봉인지가 궁금했다. 상상도 하지 않았던 것에서 답을 찾았다. 유람선 선착장으로 내려가기 전에 ‘삼봉 정도전’ 동상이 먼저 나를 반겼다. 그랬다. 도담삼봉의 ‘삼봉’은 ‘정도전’의 호였다.
사진 위는 정도전 동상, 삼봉께서 세상 편안한 자세로 아래 사진의 도담삼봉을 두 눈에 담고 계시다. |
도담삼봉의 가운데 섬에는 절묘한 위치에 정자가 세워져 있다. 그 모습이 운치를 더한다. 단풍이 세상을 물들인 선선한 가을에 그 정자에서 단풍 구경하며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한다면 세상을 다 가졌을 것 같고,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듯싶다. 과거부터 존재한 것이든,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관공서에서 세운 것이든 상관없다. 주변과 잘 어울린다. 역시 칭찬한다.
연휴를 이용해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신기하기도 하지! 이제 숙소로 가자. 일정을 다 끝냈다.
숙소인 힐링스토리펜션은 단양군 가곡면 가대리 소재다. 단양 시가지로 가기 전에 좌회전해서 대교를 건너야 했다. 이때 머릿속에선,
‘어라! 그나마 하루에 한 끼 제대로 먹는 건데, 식당에 가려면 번화가 쪽으로 직진해야지 다리를 건너면 어떡하냐? 등신 같으니라고! 직진해야지 바보야!’
대교를 지난 다음 회전 교차로에서 아홉 시 방향으로 길도우미가 안내했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24시 편의점이 보인다. 숙소 주변에 매점이 없을 것을 가정해서 바이크를 세웠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편의점에서 두 개를 골랐다. 2일 차 아침용인 컵라면(진라면) 1개와 지역 특산품인 막걸리 1통이다.
단양군 가곡면 사평3길에 있는 가곡정식당! 직화구이 비빔국수가 맛있었다. |
이 먼곳까지 와서 편의점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싶진 않았다. 숙소 주변에 또는 근처에 식당이 없으면 시가지까지 10㎞ 거리니까 다시 나올 생각이었다. 운이 좋게도 숙소 방향인 단양군 가곡면 사평3길에 위치한 마을에 식당들이 있었다. 가곡정식당을 골랐다. 메뉴에 『직화구이 비빔국수와 돈가스』가 있었고, 9천 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직화구이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가격도 적당하고 맛있었다.
숙소를 알려주는 네비가 비포장인 데다가 풀이 무성한 길로 안내했다. 그 도로(도로일까? 논길 또는 밭길이지 싶다) 중간에 진흙과 흙탕물로 변한 난코스가 있었다. 입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후진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야이 씨팔! 정신 나간 놈아! 여기로 안내하면 어떡하냐고! 아우 씨팔 것!”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 것이 그런 곳이 하나가 아니라 두 곳이었고, 두 번째가 훨씬 엉망이었다.
“으아아! 씨부랄 것 환장하겠네 증말! 이런 씨팔 정신 나간 네비야! 오토바이 넘어지면 내가 널 그냥 뽀개버린다. 씨바!”
『안내자로서 니가 최고의 선택인 줄 알았는데
내놓은 선택지가 날 구렁텅이로 모는 것이었어
자! 이제 니가 혼이 나더라도 할 말 없는 거 맞지?』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 길로 안내하는가 싶어 도착하고 확인했더니, 진행 방향에서 50미터 위쪽 도로에서 좌측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중앙선을 넘어야 했기에 준법정신이 투철한 네비께서 그 험난하고 흙탕물 가득한 길로 안내한 것이다. 법을 지키라고 말이다.
숙소인 힐링스토리펜션에 도착했다.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가 반긴다.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오토바이로 오셨네요? 이름이 어찌 되시죠?”
“홍**입니다. A103호를 예약했는데요.”
공사 중인지 왼쪽 펜션 1층 일부분을 비닐로 가렸다.
“103호는 아래쪽입니다. 그기 1층 가운데 방입니다. 오토바이는 다른 쪽으로 좀 옮기시죠!”
“네! 방을 확인하고 바로 옮길게요. 방 열쇠가 있나요?”
“숙소에 소쿠리가 있는데, 거기 있습니다. 나갔다 오실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주인장이 나갔다 올 것이냐 내게 물었던 것은 저녁 식사를 하고 올 것이냐는 말일 것으로 생각했다. 숙소마다 주방이 잘 갖춰져 있었지만, 그건 음식을 준비해서 온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잠만 잘 목적으로 예약한 나와 같은 손님이 많지 싶다. 예상되는 대화는 이러지 않았을까?
‘나갔다 오실 건가요?’
‘네! 저녁 식사를 하고 와야지 싶네요. 근처에 식당이 있나요? 아니면 추천하실 식당이 있는가요?’
‘그러면요. 요 앞에 가면 **식당이 있는데, 순두부(또는 정식류나 가정식 백반 등 무엇이든)를 정말 잘합니다. 우리 펜션에서 왔다고 하면 잘해 줄 겁니다.’
‘그래요? 추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가 볼게요!’
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원없이 듣게 된다. 힐링스토리펜션! |
숙소인 힐링스토리펜션을 『여기 어때』 앱에서 검색했을 적에 숙박 요금이 7만 원이었다. 2주 전에 처음 검색할 때부터 같은 금액이었고, 단양군에 주소를 둔 다른 펜션이나 여관, 모텔 등도 최저요금이 7만 원이라 담합을 했나 싶었다. 비싸다는 생각에 예약하지 않고, 24시 찜질방을 이용할 생각으로 숙소 이용을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숙소인 힐링스토리펜션! 대부분의 서비스에 만족했는데
소소한 불만 한 가지, 생수는 좀 공급해주세요!』
이런 내 생각을 앱에서 읽었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13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사용할 수 있는 3만 원 쿠폰이 갑작스럽게 공지되면서 올라왔다. 『여기 어때』 측에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저렴하게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렇게나 정확하게 잡아내는 영업 실력이라니 말이다. 내려받은 다음 곧바로 예약했고, 지불한 금액은 4만 원이었다.
1인이 사용하기에 A103호는 부족함이 없었다. 2인용 침대, 에어컨과 선풍기, 중형 냉장고, 사용하진 않았지만, TV와 전기포트에 주방 설비까지 넉넉했다. 다만, 웬만한 숙박시설에선 생수를 2병 정도 제공하는데, 그게 아쉬웠다.
서둘러 사이드백을 풀고 샤워한다. 일과가 행복했고 신났기에 피곤도 잊을 정도였다. 더위 때문에 고생하고 급경사로 인해 식겁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신났다. 활공장에서의 패러글라이딩 이륙 모습에 반하기도 했다. 단양 시가지 전체와 단양강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서 참으로 아름다운 하루였다.
*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