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편(9월 15일 1일차 - 사인암, 단양 잔도, 양방산 활공장)
단양강 잔도, 시간을 내어 시작 지점에서 끝 지점까지 걸어도 좋은 길이다. |
13시 57분, 첫 목적지인 사인암(주차장)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많이 쉬었기에 조금 늦은 편이다. 몇 가지 기록할 것이 있다.
사인암, 경사를 각오하고 잠시만 올라가면 삼성각을 볼 수 있다. |
첫째, 사인암은 ‘암자’가 아니다. 암석 이름이다. 기암절벽이라는 설명이 붙었는데, 규모가 작은 편이라 그 정도까진 아니지 않나? 설명에 따르면, 고려 후기 유학자인 ‘우탁(1262~1342)’이라는 인물이 벼슬 『사인』을 지냈다. 그의 고향이 단양이라 사인암과 주변을 자주 찾았다 한다. 우탁을 기리기 위해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를 지낸 ‘임재광’이 바위 이름을 사인암이라 지은 것이다.
『시조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조상님네의 지혜와 슬기로움에 감탄한다네』
탄로가! 이곳에서 만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둘째, 그럼 ‘우탁’은 누구인가? 시조 한 편으로 중․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이 사람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바로 『탄로가』다. 그 유명한 시조 탄로가!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를 들고
늙은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는데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이 시조를 모를 수 없다. 유명한 시조라서가 아니라, 우선 이해하기 쉽고 따로 외우지 않더라도 내용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박힌다. 바로 이 시조의 주인공이 우탁이다. 단양이 그의 고향이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셋째, 사인암으로 가기 전에 입구에 사찰이 있는데, ‘청련암’이라 한다. 1373년(공민왕 22년)에 나옹선사가 창건한 고찰이란다.
청련암, 사인암으로 진입하기 전에 있다. |
넷째, 사인암 주차장 앞엔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관리 상태가 매우 훌륭했다. 칭찬해도 좋을 것 같다.
사인암 주차장 입구에 있는 화장실, 내부 관리 상태가 좋았다. |
다섯, ‘청련암’ 앞은 계곡이고 맞은편은 농사와 함께 펜션과 민박 등을 업으로 삼고 있는 마을이다. 그 마을과 연결된 출렁다리가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주변과도 잘 어울린다. 실제로 출렁거린다.
청련암과 마을을 연결한 출렁다리와 데크가 조화롭다. 계곡물에서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
여섯, 계곡물이 깨끗하고 수심도 위험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해서 물놀이하는 외지인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여름휴가를 즐길 목적으로 올 만하다. 최대한 원형 그대로를 보전 보존하려 노력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여름 휴가지로도 좋을 듯 싶다. 제법 많은 사람이 늦은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
일곱, 사인암 사이로 급경사를 올려다보면 『삼성각』이라는 암자 비슷한 건축물이 있다. 삼성각이 사인암과 부조화였다면 벌써 없어졌을 것인데, 특이하게도 잘 어울리고, 그 좁은 공간에 그토록 깔맞춤 모양으로 건축물을 세웠는지 신기했다.
삼성각, 사인암에서 여유공간을 찾았다는 것과 그 공간에 삼성각을 올렸다는 것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
『벌써 두 번째 벌재를 지나는구나!
재와 령이 연결한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은 여전하구나!』
경천호를 통과한 다음 사인암으로 가는 도중에 백두대간 80령의 하나인 벌재를 지났다. 지난 3월에 종주한 곳이다. |
경천호를 지나면서 기록을 빠트린 것이 있다. 사인암을 목적지 삼아 달리면서 백두대간 80령의 하나인 『벌재』를 지나왔다. 경북 문경시 소재다. 그곳을 통과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많이 놀랐다. 그래서일까! 벌재를 넘어 내려가면서 시원하다 못해 약간의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이런 것을 경험하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지 싶다.
『단양의 자랑 단양 8경!
양반 평민 구분 없이 즐기고 누렸을 이곳에
팔도강산을 함께 누볐던 애인과 더불어 찾아왔다.
경험하고 감탄했던 내 한 마디는, 역시 단양이구나!』
이끼터널에도 많은 외지인이 찾고 있었다. 오토바이로 방문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
14시 50분, 두 번째 목적지인 이끼 터널에 도착했다. 도로 양쪽 벽면에 이끼가 실제로 자라고 있다. 첫인상에선 자연적인지, 인공적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추측건대, 자연 상태로 자라던 곳을 발견하고 더 잘 자라도록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메모하는 중에 벽면 양쪽 상단으로 연결된 호스를 통해 분무기로 물을 뿌리듯이 가습기 형태로 이끼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하나의 관광상품을 만든 것에는 박수를 보낸다.
다음 목적지인 단양 잔도(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끼 터널에서 3㎞ 정도 거리다. 잔도 주차장으로 가면서 두 개의 터널을 지났는데, 그 폭이 승용차 1대가 지날 정도로 좁다. 터널 양쪽 입구에 사람이 지키면서 차량이 교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중이었다. 터널 내부는 전기를 이용해서 빛으로 아름답게 꾸몄다.
하늘길, 단양강을 내려다보며 잔도를 걸어보자! |
잔도는 단양강 위를 걷도록 설치한 데크다. 하늘길이라 불러도 괜찮은 수준이다. 잔도를 걸으며 단양강을 조망할 수 있고, 더운 날씨에도 지붕이 있어 시원했다. 탁 트인 전망과 조용하게 흐르는 단양강을 구경하게 되면 더더욱 시원한 감탄사를 내뱉게 될 것이다. 역시 칭찬한다.
양방산 활공장(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단양 시가지. 아래 사진에선 하늘을 날고 있는 페러글라이더 |
15시 55분, 양방산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 몹시도 위태로웠다. 오토바이가 자빠질 것 같아 촬영하고 싶었지만, 도중에 세울 수가 없었다. 길이 나쁘거나 미끄러워서가 아니다. 경사가 지나치게 심했다. 좌와 우로 급격하게 돌아야 하는 커브길 연속이라 바린이일 경우 제꿍할 우려가 크다. 이런 길도 관광상품이 되나 보다. 네 바퀴의 산악 오토바이가 한 무리의 손님을 태우고 체험 라이딩 중이었다.
『활짝 편 하늘을 함차게 날아오르는 페러글라이더
공중을 나는 새가 되는 찰라의 순간일지라
장면 장면마다 날짐승 중의 날짐승이 되었구나』
올라가고 내려오는 차량이 여럿이었다. 심한 경사에 도로 폭도 협소했다. 피하면서 지나갈 적에 위험 신호를 몸이 먼저 읽는다.
‘이거 위험하다. 자빠지면 경사가 심해 크게 다칠 수 있겠다. 조심하자!’
경사가 이렇게 심했던 곳은 백두대간 80령의 하나인 ‘마구령’ 가는 길이었다. 비교할 만하다.
올라가는 차량 대부분은 1톤 트럭이었다. 정상에 올라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패러글라이딩 관련 차량이었다. 활공 장소였기에 패러글라이딩 체험 이후 사람과 장비를 싣고 정상으로 올라가고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활공장에서의 전망이 그야말로 끝내주었다. 관광지 답다. 장관이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해야 한다. 단양 시가지와 단양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곳을 내려다보며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는 것이기에 어느 곳보다 호황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메모하는 중에도 6~7명의 사람이 연이어 하늘을 날아올랐다.
※활공장: 글라이더로 바람과 양력을 이용하여 나는 훈련을 하는 장소
전망대에서 커피 한잔하고 싶었는데, 영업하지 않는단다. 대신 활공장 입구 오른쪽에 자리를 잡은 커피 파는 아줌마가 대박이 났다. 아름답다. 하늘과 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시가지와 강과 사람들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어 행복하다. 잠깐 사이에 글라이드가 촘촘히 하늘을 수놓는다. 신선이 수를 놓아도 이렇게 예쁠 순 없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길 역시 위험천만이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하산했다. 그토록 긴장한 것도 눈 내린 백두대간을 올랐을 때 이후 처음이지 싶다.
*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