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편(마지막) 연재[ 유다희(YOU DIE)와 라이더와 결산]
소랑대교 쪽에서부터 소랑도까지 해무가 일직선으로 도열했다. "보소! 여행자요. 잘 가시고, 또 오소!" |
점심 식사를 하고 싶어 소랑대교를 타고 금일읍으로 나간다. 소도시를 이루고 있는 번화가로 향했다. 1인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국밥집인데, 그곳까지 가서 국밥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 식당에 들어갔다가 돌아 나왔다. 김치찌개와 소머리국밥을 파는 곳이었고, 종업원은 동남아시아 외국인 여성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니까 횟집이 없었다. 섬인 금일읍에 왜 횟집이 없지? 싶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그렇지. 여긴 섬이고 어업이 경제의 핵심인데, 관광객이 몰리는 것이 아니면 여기 사는 사람들이 횟집을 찾을 이유가 없겠구나. 거의 매일 직접 잡아서 회를 칠 수 있는데, 횟집이 없는 것이 당연하겠구나.'
위, 승선 티켓(오른쪽 두장은 선원에게 제출). 중간, 일정항에서 바이크를 배에 실었다. 아래, 선박 내 승객 대기실 |
일정항으로 돌아갔다. 12시 30분 배를 타고 당목항으로 향한다. 돌아갈 적엔 승객 대기실을 이용했다. 아예 드러누웠다. 에어컨이 작동 중이라 시원했다. 짧은 잠을 잔다. 당목항까진 15분 정도 걸렸다. 왕복 30분 거리다.
이 여행자는 땀에 절었다. 수고했네! |
매표소 건너편 편의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시며, 오후 일정을 구상한다.
‘완도의 대표 관광지 한 두 곳 정도는 돌아봐야겠지? 식사는 건너뛰자. 배가 고프지도 않다.’
13시 35분 경이다. 신리명사십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름에 걸맞은 해수욕장이다. 화창한데, 덥다. 해수욕하기 좋은 날이다. 평일인 수요일인데도 관광지를 찾은 피서객들이 많았다. 하긴, 여름에 이만한 곳이 있을까! 추천한다.
신리명사십리해수욕장을 여름철 피서지로 강력 추천한다. |
장보고 유적지와 청해포구 촬영장은 입구까지 찾아갔지만, 입장하진 않았다. 폭염 아래에서 장소당 최소한 1시간 이상 걷기가 필요한데, 엄두가 나질 않았다.
시원할 때 찾아갈 것을 추천한다. 너무 더워 걸어서 구경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
15시 20분에 호텔로 복귀했다. 기록에 빠트린 것이 있다. 소랑도로 들어갈 적에 빗방울이 날렸다. 물론 비구름이 없진 않았으나, 크게 흐린 날도 아니었다. 그래서 호랑이 장가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쉼터에서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구름까지 모두 걷히면서 미세먼지도 보이지 않는 청명한 날씨를 볼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시원한 물에 샤워한다.
‘어허! 살 것 같다.’
‘장모님. 감사합니다. 완도와 금일읍과 소랑도를 무사히 돌아보았습니다. 아무런 사고 없이 귀가하겠습니다. 확인한 장모님의 예전 삶은 기록으로 남겨서 누구나 볼 수 있게 제 블로그에 영구히 올려둘게요.’
18시 무렵, 어제 저녁을 먹었던 『명동순대국밥』집을 다시 찾았다. 그런데 불이 꺼진 상태였고, 『7. 31. ~8. 04. 휴가』라고 적힌 종이가 출입문을 지키고 있었다. 호텔 왼쪽으로 내려가 『효가정국밥』식당으로 들어간다. 김치찌개와 소머리국밥 등이 있어 주문했더니 계절 음식이란다. 세상에! 국밥이 계절 음식이라니!
1만 8천 원인 한치물회! 현지 음식을 먹고 싶어 주문했는데, 내 기준으론 국밥이 훨씬 나았다. |
1인 식사가 가능한 메뉴는 전복물회와 한치물회 정도였다. 1만 8천 원이나 하는 한치물회를 주문했고, 순전히 내 기준으론 완전히 실망했다.
'아이 씨** ! 차라리 어제 먹었던 국밥 한 그릇이 훨씬 나았다.'
『유다희(YOU DIE)! 평소였다면 너 바퀴야!
다혈질인 내 손과 발에 너의 머리와 심장과 내장들이
희극의 한 장면처럼 터져나갔을 것이야. 이 얼마나 행운이냐?』
2일 차 이용하는 이 호텔 방엔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나보다 먼저 장기 투숙 중인 것을 확인했다. 1일 차엔 보지 못했는데, 2일 차 저녁에 벌써 두 번이나 목도한다. 그 손님은 바로 ‘벌레’님 중 ‘바퀴’라는 예명을 사용하는 고객이다. 덩치가 워낙에 좋아 초대하지 않은 손님에게 『유다희(YOU DIE)』를 선물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3일 차 퇴실하면서 프런트에 말해 두어야겠다. 21시 40분 무렵 잠자리에 들었다.
3일 차(8. 01.). 귀가하는 일정만 남았다. 이런 무더위에 라이더 복장으로 유명 관광지를 걷는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소랑도를 찾아 떠나는 여행과는 다르다. 또 귀가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부산 시내를 통과하는 짓은 말아야 한다.
08시 35분, 광양읍 인덕로변 주유소에서 잠시 쉰다. 연료는 부족하지 않다. 완도를 빠져나와 달릴 적에 비가 올 듯이 흐렸다. 그 구름대를 벗어나려고 부지런히 달렸더니 양 손이 심하게 저렸다. 다행스럽게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당을 보충하고 커피도 마셨으며, 화장실도 다녀왔다. 또 달려야지?
광양읍 인덕로변 주유소! 화장실이 급했다. |
10시 30분, 창원시 마산합포구(진전면) 소재 편의점 CU에서 다시 쉰다. 충분히 쉬지 않고 달렸는지 계속해서 손이 저렸다. 저릿저릿하다. 연료 칸이 두 개 남았을 적에 진주에서 주유했는데, 쉬진 못했다. 그럴 공간이 없었다.
진주에서 연료를 채우면서 쉬고 싶었는데, 이 주유소에선 쉴 공간이 없었다. |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안전하게 가자. 그게 베스트 라이더다. 애인인 MT-07에게 할 얘긴 아니지만, 애인과 바람피운 지 벌써 2년이다. 섹시하고 아름답고 믿음이 가는 훌륭한 연인인데, 장거리를 같이 다닐 적엔 너무 불편하고 힘들다. 1시간 반 정도만 운전해도 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손에 전기가 통한다.
최소한 크루즈 기능 정도는 탑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편안하고 행복하게 바람을 피울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크루즈다. 그렇다고 당장 애인과 헤어지겠다는 건 아니다.
11시 40분 무렵이다. 삼랑진역 앞에 도착했다. 경유지로 지정한 곳이다. 제대로 쉬기 위해 커피며 빵이며 주섬주섬 끄집어냈다. 역 앞에 파출소가 있는 그늘진 장소에 주차하고 퍼질러 앉는다.
사진 위는 삼랑진역 파출소 앞, 바이크 뒤 차량 주인이 오토바이에 관심이 많았다. 아래는 마산합포구 진전면 소재 편의점 안 |
에너지바와 빵을 먹고 얼음을 넣은 커피를 마시는 중에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 오토바이에 관심을 보이면서 다가온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자신의 차를 내 오토바이 뒤에 주차했다.
“아저씨! 이 오토바이 얼마나 합니까? 비싼가요?”
“아니요. 저렴한 오토바이입니다. 새 차 가격으로 1천만 원 좀 넘습니다. 사이드백이랑 액세서리 등을 부착하면 2백 정도 더 줘야 합니다.”
“어디 오토바이인가요?”
“야마하입니다.”
『입학하듯이 귀하가 입문하게 될 오토바이 세계를 축하해!
문득 걱정이 되는 것은 귀하의 안라!와 무복!』
오토바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머지않아 분명히 오토바이를 사들일 것이다.
“650cc인가요?”
“689cc이고, 71마력 정도 됩니다. 이 오토바이는 젊은 친구들이 윌리를 할 목적으로 많이 탑니다. 그 왜 오토바이 앞바퀴를 들어 올리는 거 아시나요?”
“네! 압니다. 그걸 윌리라고 하죠.”
“힘이 워낙 좋아서요. 저는 장거리 여행을 다닐 목적으로 샀는데, 너무 불편해요. 크루즈 기능이 없어서요. 요즘은 좋은 오토바이 많이 나옵니다.”
“중고는 얼마나 할까요?”
“이 오토바이 1년 지난 거 3백 정도 내려간 가격으로 살 수 있을 겁니다. 옵션 부착된 거라면 최대 5백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지 싶네요.”
자신의 과거 얘기를 한다. 그럴 것이다.
“오래전에 면허를 땄거든요. 125cc를 탔었습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려면 어떤 오토바이가 좋나요?”
“이 오토바이는 포장된 공도만 달려야 하구요. 비포장을 타려면 로얄 앤필드에서 나온 『히말라얀 450』이 좋을 겁니다. 그 전 모델은 공랭식인데, 이 모델은 수랭식이라 우리나라 지형에 잘 맞을 겁니다. 제 오토바이도 수랭식입니다.”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얘기를 나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오토바이를 주제로 거침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신기할 정도다.
“로얄 엔필드에서 나온 오토바이가 좋다고 하더라구요.”
“네. 그리고 스즈키에서 나온 브이 스트롬 1050 DE이라는 모델도 오프로드를 탈 수 있거든요. 1천cc 넘는 오토바이인데, 잘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오토바이 이름은 뭔가요?”
“MT-07이라고 합니다. MT는 마스트 오브 토크의 줄임말인데, 토크가 좋다는 뜻입니다. 좋긴 한데, 장거리 타기엔 정말 불편해요.”
한참이나 얘길 나눈다. 오토바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 반가웠다.
“말씀 감사합니다. 잘 가세요.”
“네! 고맙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정리하는 중에 파출소로 경찰차가 돌아와 주차한다. 경찰 3명이 내렸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인사를 건네온다.
“날씨 덥죠?”
“네! 많이 덥습니다.”
“이 오토바이는 어디 꺼고?”
일행들끼리 얘길 나눈다.
“야마하 겁니다.”
“네! 야마하 맞습니다.”
내가 대답하자 선임 경찰로 보이는 분이 웃으며 얘길 한다.
“이 친구가요. 오토바이 BMW를 가지고 있어요.”
“오! 비싼 건데, 성능도 좋은 겁니다.”
“할리도 있어요. 완전 라이더입니다.”
“아! 대단하십니다.”
“조심해서 가이소.”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오토바이로 두 번이나 얘길 나눌 수 있다니 말이다. 삼랑진역 청사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출발을 서두른다.
‘이제 한 번에 귀가하자. 64킬로 남았으니까 얼마 안 된다.’
오후 14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귀가했다. 사고 없이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총 주행거리는 994㎞였고, 1리터당 주행거리는 25㎞다.
※ 총 주행거리: 994㎞
- 1리터당 25㎞ 주행 / 사용한 연료 약 40ℓ
※ 전체 비용: 218,794원
※ 연료비: 63,094원(전체의 28.9%)
- 9,905원 : 7. 30. / 용문주유소(일광읍 기장대로 710)
- 14,332원: 7. 30. / 황금주유소(광양시 광양읍 백운로 413)
- 11,000원: 7. 30. / 청해주유소(완도군 완도읍 장좌리 263-1)
- 14,260원: 7. 31. / ㈜청해진주유소(완도군 완도읍 장보고대로 93)
- 13,597원: 8. 01. / 진주대로주유소(진주시 진주대로 917)
※ 숙박료: 90,000원(전체의 41.1%)
- 로망스 호텔 2박 / 1박당 45,000원
- 전남 완도군 완도읍 가용리 1031-9
※ 선박비: 19,600원(전체의 9%)
- 편도 9,800원 / 7. 31. 한국해운조합
※ 식비 및 기타: 46,100원(전체의 21%)
- 2,400원 : 7. 30. / 이마트24(완도군 약산면 당목길 140) - 얼음과 커피
- 10,000원: 7. 30. / 명동순대국밥(완도읍 가용리 1031-15) - 섞어국밥
- 11,600원: 7. 30. / 완도홈마트(완도읍 개포로 188) - 캔맥주 6개, 컵라면(진)
- 2,000원 : 7. 31. / 이마트24(완도군 약산면 당목길 140) - 얼음과 커피
- 18,000원: 7. 31. / 효가정국밥(완도읍 가용리 1032-2) - 한치물회
- 2,100원 : 8. 01. / CU(창원시 마산합포구 삼진의거대로 246) - 얼음과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