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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백두대간 종주를 기다리다)

탁왕 2024. 2. 16. 13:00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작년 12월, 가까이에 있는 간절곶을 오토바이로 다녀온 이후 2월 중순을 넘기고 있는 지금까지 바이크 여행을 못 하고 있다. 그 기간에 대리 만족을 얻기 위해 유튜브를 뒤지고 또 뒤졌다. 오토바이로 전국을 무대로 주행하는 영상들이다.
 
많은 영상 중에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제주도를 자신의 오토바이로 투어(최소 3박 4일)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영상이었다. 바이크로 검색하는 날이 많아서인지 유튜브는 친절하게도 연관해서 유사 영상들을 올려준다. 그 점은 감사하다.
 
집중해서 보고 또 본 영상은 오토바이로 유라시아(속초 -> 러시아 -> 유럽)를 종주하는 영상이다. 이것은 내 형편과 여건, 열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 그 영상을 보는 것으로 만족감과 행복감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어찌나 부러운지, 이렇게나 가슴이 뛰는지, 그 영상의 주인공이 나였으면 하는 바람이 이토록 강력한지 말이다.
 
3월과 4월이 오면 나는 나만의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오랫동안 꿈꾼 것이고, 다행스러운 것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계획이라는 점이다. 블로그에 그 계획을 간단하게라도 올리는 것으로 바이크 여행 첫걸음을 시작하려 한다.
 
올해 첫 전국 일주로 백두대간 종주를 떠날 것인데, 그 계획은 아래와 같다. 3월 또는 4월 어느 날일 것이다.
 
① 첫날 일정이다. 새벽같이 기상할 것이고, 아침 07시가 되기 전에 일광신도시를 출발해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진부리를 향해 달릴 것이다. 총거리는 428㎞이고,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탈 수 없기에 주행시간은 9시간(휴식 1시간 이상 포함) 정도 예상된다. 목적지까지 달리는 동안 동해를 바라보며 흥분할 것이고, 전율(?)할 것이다. 울진을 통과할 것이고, 삼척을 지날 것이다.
 
삼척 너머 강릉이 나온다. 주변 구경을 하고 싶겠지만, 갈 길이 멀어 강행군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끼니는 챙기겠지. 강릉을 지나면 양양 국제공항이 나타날 것이다. 아마도 촌놈의 감탄사가 주체하지 못하고 입 밖으로 연신 튀어나오다가 속초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서는 고성군 간성읍까지 올라가야 한다. 오토바이 운전과 휴식을 포함해 9시간 이상 예상된다.

 
속초에서 고성군 간성읍까지는 금방이다. 아마도 간성읍 주변에 숙소를 구해 1박을 하게 될 것 같다. 9시간 정도 운전한다는 것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동안 운전하는 시간과 거의 비례한다.
 
몸이 몹시도 피곤할 것이지만, 도파민이 정신없이 분비 중일 것이기에 피곤해도 피곤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다음날 여행을 위해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종합 영양제와 충분한 취침으로 나 자신에게 보상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런 휴식은 여행 내내 계속될 것이다.
 
② 2일 차 일정은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 아침은 아마도 먹지 않을 것이다. 따듯한 커피를 한잔하며 잠을 물리칠 것이고, 다시금 뜨거운 물로 몸을 녹이면서 세포 하나하나를 깨울 것이다. 그렇게 출발 준비가 되면 본격적인 백두대간 일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역시 아침 07가 되기 전에 출발할 것이고, 그 일정은 다음 순서가 될 것이다.
 
간성읍을 출발해 백두대간의 첫 번째인 진부령으로 향한다. 진부령에서 목우재를 지나 4차에 거쳐 송이재까지 갈 것인데, 그 일정이 전혀 만만치 않다. 아주 식겁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차 : 진부령 – 미시령터널 – 목우재터널 – 한계령휴게소 – 한계교 – 장승고개 – 쓰리재(거리 125㎞)
 
2차 : 쓰리재(단목령은 패스) - 조침령산장 – 구룡령 – 운두령 – 진고개정상휴게소 – 멍어재(거리 160㎞)
 
3차 : 멍어재 – 대관령마을휴게소 – 피덕령 – 닭목령 – 삽당령 – 버들고개(거리 74㎞)
 
4차 : 버들고개 – 갈고개 – 백복령 – 댓재 – 통리삼거리 – 송이재(거리 119㎞)
 

사진 위쪽부터 각각 1차 / 2차 / 3차 / 4차

 
 
송이재까지 2일 차엔 478㎞ 정도 주행하게 될 것이다. 송이재는 태백시 근처이기에 잠자리는 태백시 어느 곳에 잡게 될 것이다. 물론 일정 전체를 고려해서 주행거리를 조절해 숙박 지역을 바꿀 수도 있다.
 
③ 3일 차 진행 순서는 아래와 같다.
1차 : 송이재 – 삼수령(피재) - 바람의 언덕 – 노나무재 – 만항재(거리 96㎞)
 
2차 : 만항재 – 팔보암 – 화방재 – 솔고개소나무 – 첫째내리고개 – 둘째내리고개 – 도래기재(거리 62㎞)
 
3차 : 도래기재 – 주실령 – 고치령 – 마구령 – 베틀재 – 밤재 – 보발재(97㎞)
 
4차 : 보발재 – 고수재 – 죽령재 – 고항재 – 저수령 – 벌재 – 여우목고개 – 하늘재 – 이화령(거리 132㎞)
 

마찬가지로 사진 위부터 각각 1차 / 2차 / 3차 / 4차

 
 
3일 차 송이재에서 이화령까지 총거리는 387㎞ 정도 된다. 아마도 일정을 소화하면 녹초가 되지 싶은데, 숙박 장소는 문경 온천이지 싶다.
 
④ 4일차 일정이다.
1차 : 이화령 – 버리미기재 – 백두대간늘재 – 밤티재 – 말티재(거리 91㎞)
 
2차 : 말티재 – 갈목재 – 비조령 – 화령 – 신의터재 – 지기재 – 개머리재(거리 54㎞)
 
3차 : 개머리재 – 큰재 – 작점고개 – 괘방령 – 도마령 – 우두령(거리 122㎞)
 
4차 : 우두령 – 봄내재 – 부항령 – 덕산재 – 배탯재 – 고웅고개 – 소사고개(거리 64㎞)
 
5차 : 소사고개 – 오두재 – 빼재 – 칡목재 – 남령 – 육십령(거리 53㎞)
 

사진 위부터 각각 1차 / 2차 / 3차 / 4차 / 5차

 
 
4일 차 이화령에서 육십령까지 총거리는 384㎞이다. 숙소는 아마도 육십령 인근인 장수 장계면이 될 것 같다.
 
장계면에 도착했다면 1일 차 428㎞, 2일 차 478㎞, 3일 차 387㎞, 4일 차 384㎞를 뛰었다는 말이고, 합계 1,677㎞를 주파했다는 말이 된다. 이때 몸은 거의 녹초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도파민 분비는 멈추지 않고 있을 것이다.
 
⑤ 5일 차 일정이다.
1차 : 육십령 – 무룡고개 – 복성이재 – 여원치 – 정령치 – 성삼재(거리 91㎞)
 
2차 : 성삼재 – 부산 일광(거리 225㎞)
 

1차 코스 완주하고 2차 코스는 곧바로 귀가하는 일정이다.

 
5일 차 총거리는 316㎞다. 5일간으로 합산하면 1,993㎞나 된다. 일정 하루하루를 상상하면 정말이지 매우 고된 시간이 될 것은 불을 보듯 하다. 그럼에도 나는 도전할 생각이 있는가? 도전할 가치가 있는가? 꼭 도전해야겠는가?
 
그렇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오토바이를 탄 내 모습이 연신 그려진다. 얼마나 행복감에 취해 있겠는지도 취할 것인지도 느껴진다. 바람을 느끼며 자유를 만끽할 것이다. 행복하기에 삶의 의미를 다시금 찾을 것이다.
 
내 주변을 돌아볼 것이고, 나와 가족, 나와 지인들, 나와 선후배 공직자들, 나와 친구들을 떠올릴 것이며, 그들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 사람들인지를 다시금 마음에 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오토바이 여행이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그렇기에 또 그 힘든 일정을 감당하며 백두대간 종주를 도전할 것인가? 되물어도 그 대답은 한결같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