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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간월재, 가지산, 밀양댐, 밀양한천)

탁왕 2023. 10. 13. 10:29

*휴대폰으로 보며 읽을 경우 세로가 아닌 가로로 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제 글에는 여러 개의 n행시가 있거든요.

 

2023. 10. 12.(목) 맑음
 
남들이 일할 때 여행 떠나는 기분을 평생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있을 것이다. 얼마나 불행할까? 아니다. 불행인지 알지 못할 수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
 
최근에 읽은 책 ‘역사의 쓸모’ 내용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 평생 여자를 경험하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보지도 못했다는 사람 말이다. 이 주제를 두고 할 말이 있지만, 오늘 여행기에 작성할 내용은 아니지 싶다. 다만 스스로 그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불행한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하여튼 여행을 떠났다. 하루 일정으로.
 
12일을 휴무일로 잡았다. 비상근무를 열심히 한 덕분이다. 다음 주까지 휴무일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기 때문에 쉬면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자주 다녀온 곳인데, 기억을 돌려 보면 여러 차례 다녀오고서도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짧은 거리임에도 다녀올 적마다 그 느낌이 새롭고 신선해서 주말과 주일에 즐겨 다니는 곳인데도.
 
경유지와 목적지는 이렇다. 양산 에덴밸리 스키장 뒤쪽 풍력 바람개비 쉼터, 배내골, 억새로 유명한 간월재(물론 등산하진 않고 입구까지만 갔다), 가지산 터널, 밀양 한천, 밀양댐, 다시 배내골을 통해 귀가한다.
 
주행거리는 168㎞였고, 평균 연비는 1리터당 24.3㎞였다. 대략 연료(휘발유)를 7리터 정도 사용한 것으로 계산이 나온다. 미리 연료를 채웠기에 따로 기름값이 지갑에서 나가진 않았고, 식당에서 김밥 1줄과 오뎅 2개를 주문해 6천 원을 지불했다. 밀양 한천에서 영양갱을 구매한 것은 생략하자.
 
08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복장에 변화가 있었다. 평소 즐겨 입는 라이딩 복장 대신에 당근에서 구매한 가죽 재킷을 걸쳤다. 앞서 한번 사용했을 적에 주행풍을 잘 잡아주어 흡족했다. 싸늘한 아침 기온을 염두에 두고 옷감이 두터운 청바지와 콤비를 맞추었더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제법 괜찮아 보였다.
 
출근시간 끝물이어서인지 일광에서 양산까지 넘어가는 도로에 차량이 크게 붐비지 않았다. 월평에서 양산으로 넘어가는 도로에서 과속하는 차량이 많은데, 오늘은 그런 차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여행에서 평균 연비가 24.3㎞ 나왔다는 것은 과속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실제로도 무리해서 추월하거나 과속하지 않았다. 바람을 느끼면서 주행하려 했고, 그런 마음이 감정과 결합이 되었는지 나중에는 내가 바람일까? 하는 상상까지 할 정도였다.
 
『바보처럼 일만 하며 세상을 살지 말자. 바람이 되어 세상을 느끼자.
    람보가 되려 능력 밖의 눈물을 흘리지 말자. 보람을 느끼는 사람(人)이 되자』
 
에덴밸리 스키장 방향으로 올라갈 적이면 늘 바이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포장된 길이지만 경사가 꽤 심한 산길이다. 두 발로 걸었다면 땀으로 몸을 적시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헉헉거리고 중간중간 쉬었을 것인데, MT-07은 씩씩하게 올라간다.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뭐 이 정도쯤이야….’ 하는 엔진 고동을 느낀다. 고맙다.
 
첫 경유지인 에덴밸리 풍력바람개비 쉼터에 도착했다.

쉼터 아래 MT-07과 풍력발전기 겨울이 오면 스키장으로 변신한다.

MT-07과 함께 사진에 담긴 풍력발전기만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휴식일까? 농땡이가 아니고? 주변의 다른 발전기들은 연신 ‘쉬이익~쉬이익’숨소리를 뿜으며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앞선 방문에선 안개에 싸여 천공의 섬 라퓨타가 연상될 정도로 신비로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쉼터 아래는 스키장이다. 긴 휴식 시간을 가진 덕분인지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려는 산의 움직임이 있다. 여러 사람과 기계의 힘이 지나가면 곧 하얀 설원으로 변신하게 될 것이다.
 
촬영하며 커피를 마시는 도중에 오토바이 한 대가 달려간다. 이제는 거의 본능적으로 인사를 나눈다. 『안라! 무복!』을 서로에게 빌어준다. 안전한 라이딩! 무사 복귀!의 줄임말이다.
 
잠시 쉬었다가 출발을 서두른다. 바로 배내골이다. 스키장 아래로 내려가면서 기온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몸이 먼저 느끼고 반응한다.
‘배내골은 배내골이다. 춥네! 추워!’

역시 배내골은 추위가 빨리 온다. 싸늘하다.

 
조금 더 내려가면 길이 네 갈래로 나눠지는 원형교차로가 나타나는데, 배내골과 간월재로 가려면 도로표지판에서 언양(배내골, 석남사)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직진(밀양, 단장)하면 밀양댐을 만나게 된다.
 
근래에 이 원형교차로 공사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주말과 주일에 제법 많은 차량이 이용하는 도로인지라 교차로가 없는 사거리일 적엔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사고 위험이 있었다. 교차로 공사는 매우 탁월한 선택이다. 사업을 실시한 양산시에 찬사를 보낸다.

도로표지판(언양 방향으로 향한다)

 
오른쪽 언양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밀양댐과 연결된 단장천을 만날 수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물놀이를 포함한 수영, 야영, 취사, 낚시, 어패류 채취 등이 제한된다. 단장천 위로 건설된 다리 입구에서 왼쪽 밀양댐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람 한 점 없는 날 주변의 계곡과 산들을 오롯이 담은 거울 같은 단장천을 볼 수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단장천(위와 아래를 바꿔도 속을 것 같다)

 
단장천에 담긴 하늘과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다. 여러 번 찾아왔지만, 그동안은 바람이 일어 작은 물결들이 훼방을 놓았다. 오늘은 어쩐 일일까? 기적 같은 장면을 내게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날 위로하는 선물인 걸까? 소소한 감동을 가슴에 품는다.
 
단장천 다리 맞은편 끝에 다다르면 3월 말과 4월 초에 장관을 이루는 벚꽃 터널을 만날 수 있다. 그 시기에 찾아오면 숨겨두었다가 한꺼번에 터트려 주는 벚꽃 폭탄 또는 벚꽃 축포 같은 느낌을 즐길 수 있다.
 

벚꽃 터널(4월 초에 장관이 펼쳐진다)

 
벚꽃이 떨어질 적에 방문하면 더 멋있다. 숨이 멎는다는 표현을 사용해도 좋지 싶다. 수많은 벚꽃이 오토바이와 나를 휘감아 돌면서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그 터널을 한참 지나다 보면 짧은 거리이긴 해도 천국으로 가는 길이 이러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단장천을 따라 간월재 방향으로 달리면 신리마을(물론 여러 마을이 있다)을 만나게 된다. 그 마을에 다다르면 사과밭을 볼 수 있다. 밀양 얼음골 사과처럼 기온 차가 크기 때문에 이곳 사과도 맛있을 것 같은데, 도둑(사람, 짐승, 새 등등)을 반기지 않는 듯 그물망으로 촘촘하게 가려놓았다. 그 그물망 위로 까치 등 새들이 사과를 목표삼아 쉬지 않고 공격하고 있다.
‘이제 어쩌냐? 니네는 지치지도 않아?’
 
『사과가 익어 갈수록
    과즙에 당도가 베일수록
    도둑의 침샘도 덩달아 깊어져 간다네
    둑으로 막아야만 이 침샘의 범람을 막을 수 있지 싶어.』
 

사과밭(신리마을 초입에 있다)

 
사과밭을 지나 마을을 통과하면 왼쪽으로 분교가 보인다. ‘원동초등학교 이천분교’라고 되어 있는데,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두 번, 적어도 매월 한 번은 이 도로를 지나면서 분교를 보았지만, 아이들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분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있기는 한 걸까? 그런 슬픈 생각을 해본다.
 
『분필 끌리는 소리와 와작지껄 아이들 노니는 소리가
    교실에서 사라지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는 걸까?』
 

이천분교, 부디 아이들이 만드는 소음으로 시끄러운 학교가 되길

 
내비로 간월재 휴게소를 검색하면 배내골 공영주차장(간월재 초입)에서 아래쪽으로 2~3㎞ 아래 휴게소와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안내하는데, 그 아래쪽으로 수많은 펜션이 운집한 곳이 있다. 여름 휴가철에 이곳을 지날 적이면 교통사고를 조심해야 할 정도로 차들이 뒤죽박죽 도로 양쪽으로 주차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휴가를 즐기는 장소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풍 구경할 시절로 바뀐 지금은 매우 한산하다. 여름 한 철 장사를 하는 곳일까? 계절 따라 찾는 사람이 크게 달라지는 장소라면 여름철에 1년 벌이를 한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바가지가 횡횡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바보로 아는 것 같아! 찾는 사람들을. 그런데 문제는
    가면 쓴 무도회도 아닌데
    지들 스스로 속아주는 것일까?』
 

여름철에 이곳은 수많은 차량으로 번잡해진다.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여러 경유지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 간월재 초입에 배내2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맞은편에 낡은 건물의 식당(신불산 소문난 김치집 기사식당)이 오늘의 목적지다.
 

낡은 식당, 김밥과 김치가 일품이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첫째, 김밥이 매우 맛있다. 한 줄 4천 원인데, 크기가 매우 굵고 맛이 한결같다.
둘째, 김밥과 같이 나오는 김치가 일품이다. 김밥을 주문하면 절단하지 않은 김치를 서비스하는데, 가위를 같이 준다. 입맛에 맞춰 자른 다음 김밥을 김치에 말아 먹는다. 한입 먹을 때마다 입안 가득 그 풍미가 돈다. 밥맛이 좋아 씹는 즐거움이 있다. 어느 김밥집에서 이런 김치까지 제공할까?
셋째, 주인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길 나누는 것이 즐겁다. 자주 오다 보니 할머니가 주문하지도 않은 커피를 공짜로 주시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오늘은 시장보러 가셨다 한다.

김밥과 김치, 그리고 오뎅 이렇게 6천 원이다.

 
『김으로 정성껏 말아 김치와 같이 차려진 김밥 한 줄
    밥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처럼 굵은 김밥 한 줄
    김밥과 김치가 이런 조합을 만들 줄이야! 감탄사가 절로 난다.
   치아 사이로 김이 좀 끼이면 어때, 맛있으면 그만이지!』
 
약 두 달 전 방문했을 적에 커피도 만들어 파느냐 물었더니 기계가 있단다. 그 기계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려주었다. 원두가 좋아서인지 기계로 내렸지만 먹을 만했다. 다만, 한잔 5천 원은 좀 과한 것 같아 가격을 내리는 것이 어떤지 물었는데,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거부 의사라 생각했다.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이 찾았다. 억새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다. 공영주차장이 만원인지 입구에서 안내하는 사람이 차량 진입을 막고 있다. 계속해서 차들이 올라오고 내려온다. 주변 도로를 따라 한쪽으로 주차한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억새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을지 짐작이 간다. 일전에 할머니께 억새밭까지 올라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더니 빠르면 1시간,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반이면 된다고 들었다. 굳이 올라가진 않았다.
 

식당 아래 도로와 맞은편 공영주차장은 주차한 차들로 이미 만원이다.

 
『억수로 힘들었지? 억새밭 찾아오니라고!
   새것이 아닌 낡고 오랜 것을 보려 왜 여기까지 오는 거야?
    밭에 우거진 억새풀 보며 내 인생을 돌아보려 찾아온단다.』
 
김밥과 김치와 오뎅을 맛나게 먹고 다시 출발한다. 식당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배내터널이 나오는데, 그곳에서부터는 내리막이고 경사가 심하다. 매우 조심해야 한다. 터널에서 약 1㎞ 남짓(정확하진 않다) 내려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가지산 터널로 가려면 창녕, 밀양 얼음골 방향으로 올라가야 한다.
 

배내터널(이곳부터 경사가 심하다) 가지산 터널은 왼쪽 얼음골 방향이다.

 
터널 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꼬불꼬불하다. 가지산 터널을 지나 얼음골로 내려갈 적에도 급커브가 많은데, 이 커브 길을 와인딩하려는 라이더들이 날이 좋은 주말과 주일이면 많이 찾는다. 오토바이를 눕혀가며 재능을 뽐낸다. 위험해 보이는 묘기에 가까운 와인딩을 볼 때면 혀를 차기도 한다.
‘그렇게 탈 거면 경기장을 찾을 것이지, 공도에서 뭐 하는 거야?’
 
팀을 이룬 일행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면 늘 그들에게 먼저 가도록 양보한다. 팀으로 움직이는 라이더들 대부분이 속도가 빠르다. 경사가 급하거나 급커브길이거나를 불문한다. 나보다 훨씬 빠른 그들을 무리해서 앞서갈 생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굳이 그들을 따라가려 하지도 않는다. 안전하게 타는 것이 결국 오토바이를 잘 타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터널 입구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식당들이 밀집한 것을 볼 수 있다. 그 주변으로 주말과 주일이면 오토바이를 주차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들이 몰린다. 평일이어서인지 주변이 한산하다. 다행이다. 아마도 토요일이면 엄청난 차량이 몰릴 것이다. 가을이기 때문에.
 

터널 입구 식당 밀집지역 부산갈매기 식당
(칼국수와 김치가 일품이다)

 
밀집한 식당 중에 ‘부산갈매기’라는 식당이 있는데, 다른 곳을 방문하지 않아 비교하긴 어렵지만, 그 식당에서 파는 칼국수가 아주 맛있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이 식당도 김치를 같이 주는데, 손님이 가위로 적당히 잘라 먹어야 한다. 두 차례 방문해서 칼국수와 김치를 먹었고, 그때마다 그 맛에 만족했다. 칼국수, 밀면 등의 요리을 좋아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도 맛있었다.
 
터널을 지나 계속 내려가면 얼음골로 향하게 된다. 유명한 얼음골 사과 생산지이기도 하다. 내려가면서 맞은편 산 아래로 시선이 간다. 온통 사과밭이다. 오토바이로 계속 방문했지만 현장에서 사과를 산 적은 없다. 작은 바이크라 딱히 싣고 올 방법이 없기도 했다.
 

도로에서 좌회전하면 얼음골로 간다 얼음골 사과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얼음골을 지나 밀양 한천으로 달렸다. 얼음골에서 약 7㎞ 거리인데, 한천박물관과 판매장이 있다. 안내에 따르면 한천이란,
『우뭇가사리(천초)나 꼬시래기처럼 세포벽 구성성분이 점액질 성분을 띤 다당류로 된 홍조식물을 뜨거운 물로 끓여서 추출시킨 액을 여과/응고시킨 뒤 동결/탈수/건조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만든 식품』이라 한단다.
 

한천이란? 밀양 한천 판매장

 
밀양 한천 판매장 앞 주차장 맞은편에 한천박물관이 있다.

한천박물관

박물관 안에는 한천 재료인 우뭇가사리, 한천의 역사, 한천 산업의 발자취, 개척자, 역사적 자료 등 한천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박물관 내부를 구경하고 나와 판매장에서 영양갱을 구입했다. 맛이 꽤 좋아 집에서 맥주를 마실 적에 안주 삼아 먹을 목적으로 이전에도 여러 번 샀었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방문할 적이면 조금씩 산다. 다행스럽게도 바이크의 사이드백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 가져갈 적에도 부담이 없다.
 
가을이 깊었다는 것을 한천박물관 앞에 펼쳐진 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벼들이 익어 황금빛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금빛 논들은 나에겐 매우 익숙한 그림이다. 농부의 아들이니 어쩔 것인가! 볼 적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밀양 한천 앞 논에서 벼가 익어 간다.

 
빵과 사과, 커피 등을 먹고 마시면서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출발한다. 얼음골 방향으로 나서는 길에 도로 바깥으로 특이한 가로수가 보였다. 자세히 보았더니 사과로 보이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세상에! 사과나무였다.
 
경유지인 밀양댐을 들렀다가 귀가하는 일정이 남았다. 한천에서 일반국도를 타고 얼음골로 들어와 표충사 가는 길로 향한다. 얼음골 사과를 생산하는 그곳을 지나 산을 넘어 내려가면 표충사로 향하는 길이 나타나는데, 밀양댐을 가려면 오른쪽으로 진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주변은 대추를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표충사 가는 길

 
표충사로 갈라지는 길에서 약 1㎞ 남짓(?) 더 내려가면 다시 길이 갈라지는데, 밀양댐은 좌회전해야 한다.
 

밀양댐 가는 길

 
좌회전해서 약 6㎞ 정도 들어가면 밀양댐을 만나게 된다. 밀양댐 주차장에도 주말과 주일에는 찾는 사람이 많다. 오토바이와 라이더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오늘은 역시 한산했다.
 

 
다시 출발한다. 밀양댐과 계곡을 따라 꼬불꼬불 길이 펼쳐진다. 이 길도 많은 라이더가 즐겨 찾는 곳이다. 밀양댐을 구경하며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보면 그렇게 상쾌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힐링이 된다.
 
댐에서 약 3㎞ 남짓 떨어진 곳에 댐의 역사가 잘 보이는 장소가 있다. 그곳에 오토바이를 주차하려다가 제꿍(지 혼자 넘어짐)했다. 오토바이를 세운 곳이 하필 왼쪽으로 낮아지는 경사였다. 오토바이를 세울 적이면 정차하고 왼발로 지지대를 내린다. 그런데 오른쪽보다 왼쪽이 더 낮아 다리에 힘을 주기 전에 왼쪽으로 바이크가 급격히 기울었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다. 혼자서 나뒹굴었고, 그 앞쪽으로는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가 있었는데, 멀뚱멀뚱 나를 쳐다만 보았다. 혼자서 바이크를 세울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넘어진 위치의 MT-07, 다행하게도 상처 하나 없었다. 호수 맞은편에서 본 밀양댐

 
넘어지면서 식겁을 했지만, 다시 출발한다. 조금만 더 가면, 들어올 적에 배내골로 내려오면서 보았던 원형교차로를 다시 만나게 된다. 어곡공단 방향으로 직진하면 다시 에덴밸리 스키장을 지난다.
 

교차로(직전 방향 양산 어곡공단으로 진입해야 한다)

 
스키장을 넘어 내려가 정관을 통해 일광신도시로 돌아왔다. 오전 08시 30분에 출발해서 오후 15시를 넘겨 귀가했으니, 출발해서 돌아오기까지 6시간 반 정도 걸린 셈이다. 어떻든 ‘안라! 무복! 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