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편 연재(누님과 애국자 가정, 그리고 죽령을 넘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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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 겨울 강추위가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양강 전경 |
15시 30분, 드디어 큰 누님댁에 도착했다. **교회가 매형 부부의 집이자 교회다. 교회가 믿음을 가진 이들의 안식처이고 보면, 부부에게 너무나 잘 어울린다. 토요일 오후엔 16시까지 성경 읽기를 한다는 누나의 설명이 있었다. 교인들과 예배 중이었기에 약속과 달리 일찍 도착한 동생을 살갑게 맞아줄 상황이 아니었다. 매형이 목사님이시다. 친동생일지라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
“훈아! 어서 와! 온다고 힘들었지?”
“괜찮아요. 좀 일찍 왔죠?”
“어떡하지? 교회에서 16시까지 성경 읽기를 하는데, 너도 같이 들어갈래?”
“아니에요. 마을 주변 돌아보고 나중에 시간 맞춰서 다시 올게요.”
“그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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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건물과 건물 사이에 제천시 **교회가 있다. 촬영한 사진이 있지만, 블로그엔 올리지 않으려 한다. |
큰 누님은 참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같은 핏줄임을 감안하고 누나를 떠올려도 예쁜 누님이다. 어머니 슬하의 딸 셋 모두 미모를 자랑하지만, 내겐 큰 누님이 가장 예쁘다. 인성도 훌륭하다. 마음속에 거대한 호수가 들어앉았다. 차분하고 고요하다. 생각의 깊이가 달랐다는 것을 기억한다.
길손과는 달리 머리가 좋았고, 공부를 잘했다.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그것도 3남 3녀를 둔 농부의 딸로 태어났기에 현실은 매서웠고, 엄동설한이었다. 장남과 차남 다음 셋째로 태어났기에 운명은 숙명이었을 것이다. 형들의 학업 지원만으로도 버거웠을 부모님에게 누나는 마냥 아픈 손가락이었을 것이다. 어쩌랴! 운명이었다. 큰 누님을 중학교조차 제대로 보낼 수 없었던 부모님의 고민을 물론 나는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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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주변을 돌아보던 중에 익숙한 녀석들을 발견했다. "반갑다. 연탄재야! 참 오랜만이다 그지?" |
그럼에도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그 좋은 머리로 당시 사회의 유리천장을 부수는 인재가 되지 않았을까? 6남매 중에서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지 않았을까?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이 사회에 이름을 떨치지 않았을까? 그런 누나를 생각해본다.
지금의 매형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고, 자식이 귀했다는 그쪽 가문에 1녀 5남을 두게 했다. 빈가의 자식이라는 것 외엔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던 누님이었다. 거듭해서 아프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누님!
초저출산의 시대에 큰 누님이 여섯을, 누님의 장녀가 다시 넷을 두었다. 제천시장님과 관계 공무원 여러분! 이거 크게 포상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6시 20분 무렵, 성경 읽기가 끝났나 보다.
“훈아! 어디고? 이제 끝났다.”
“네! 근처에 있어요. 금방 갈게요.”
예배당과 분리된 바로 옆이 가족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여행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 받는다. 동생이 왔기 때문인지 굳이 저녁을 같이 먹자신다.
“괜찮다니까요! 배 안 고파요.”
“그래도 그러면 안 되지. 손님이 오면 가서 먹는 맛있는 식당이 있거든. 같이 저녁 먹자!”
“동생이 왔다고 뭔가를 챙겨 주려고 마세요. 잘 먹으면서 다니고 있거든요. 원래는 경산시까지 갔다가 돌아가는 일정이었는데, 지혜가 출산했다 해서 왔어요. 얼굴도 볼 겸.”
“안 된다. 나중에 저녁 먹어야 해.”
“피곤해요. 숙소에 갈랍니다.”
“애들 보고 가거라.”
지혜와 조카사위를 만났다. 지혜가 어린 생명을 안았다. 예쁘다. 할아버지인 길손의 옷매무새와 상황이 너무 지저분하고 엉망이라서 아기를 안아보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큰 누님은 지혜의 셋째를 안았다. 참 예쁘다. 천사가 따로 있을까? 어찌 저렇게나 눈망울이 맑고 빛날까! 동그란 두 눈동자로 졸지에 할아버지가 된 길손과 눈이 마주쳤다.
“이렇게 예쁠 수가! 좋겠습니다. 두 분은요. 이렇게 매일 아이들을 볼 수 있어서요.”
*아이 사진을 촬영했지만, 역시 블로그엔 올리지 않으려 한다.
식당에서 다시 만날 것을 거듭 말씀하신다. 숙소는 교회에서 3㎞ 거리다. 모텔에 도착했더니 주차 전쟁 중이었다. 바로 옆에 큰 규모의 찜질방이 있어서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 주차할 곳이 부족해서 온통 난리라며 모텔 주인이 말한다.
203호 열쇠를 받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더니 살 것 같다. 누님 전화가 울렸다.
“훈아! 우리가 데리러 갈게. 이따 전화하면 내려와!”
“아니! 괜찮다니까요.”
“안돼! 그러면. 나중에 내려와!”
“네! 알겠어요.”
18시 30분, 매형과 누님이 날 데리러 왔다. 인근 샤브샤브 식당으로 이동해 저녁을 함께했다. 남매가 간만에 여러 얘길 나누었고, 그 내용은 길손의 기억 속에만 담아 두려 한다. 20시에 숙소로 돌아와 유튜브를 뒤적이다 21시 30분 무렵 소등했다.
2일 차(2025. 3. 02. 일)
악몽을 꾸었다. 회사의 간부가 사무실에 반려견을 데리고 왔고, 너도나도 간부의 개에게 아부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개에게 뭔가를 먹이려다가 아무 것이나 먹인다며 그 간부에게 혼나는 꿈이었는데, 혼나는 순간 잠에서 깼다. 뭔 이런 악몽을 꾸다니!
이른 아침인 05시 51분에 기상한다. 1인실임에도 불편하지 않았다. 4만 원 결재(이곳보다 저렴한 곳이 없어 선택했다. 제천시 드림모텔!)했다. 좁은 방이지만, 길손에겐 충분한 공간이다. 따듯했고, 온수까지 만족스러워 불만이 없었다. 여행 때 이용했던 여타의 모텔과는 달리 냉장고 안에 생수와 음료가 각각 둘씩 비치되어 있었다. 고마웠다. 짐을 챙기고 출발을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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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중이고, 단양강은 꽁꽁 얼었다. 단양군 단양읍 소재 'SK 주유소 옆' |
07시 40분, 단양군 단양읍 소재 ‘SK 주유소’에서 잠시 멈췄다. 1일 차에 이곳을 통과하면서 단양강이 꽁꽁 얼었던 것을 촬영하지 못했다. 신기할 정도로 정말 꽁꽁 얼었다. 썰매를 만들어서 저렇게 얼어붙은 강에서 친구들과 정신없이 논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어제보다 10도 이상 기온이 높고 따듯한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곧 녹으리라. 이른 아침인데도 메모하는 손이 전혀 시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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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80령 중 하나인 죽령! 기온이 전날보다 10도가 높았다는데, 포근했다. |
08시 06분, 백두대간 죽령에 도착했다. 해발 7백 미터 가까운 곳인데도 메모하는 손이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주변의 눈들이 어제처럼 맹렬하지 않고, 풀이 죽었다. 녹고 있다는 뜻이다. 단양 죽령휴게소에선 연신 트로트가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좋은 날을 골라 아내와 같이 다시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싶다. 그런 기회가 오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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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 휴게소에선 연신 트로트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
11시 21분 무렵, 경주시 외동읍 소재 GS 25 편의점에 멈췄다. 화장실이 급했다. 달리는 동안 비가 오기도 그치기도 했는데, 도중에 비가 제법 많이 내렸기 때문에 상의만 걸쳤던 우의를 하의는 물론 신발 방수 덮개까지 착용했다. 울산을 통과할 적에 더는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아 서둘러 벗었다. 성능이 좋은 우의를 샀는데도, 습기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열선 조끼가 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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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외동읍 소재 GS 25 편의점, 오토바이도 길손도 빗물에 떡이 된 상태였다. |
쉬는 것을 줄여가며 달려서인지 12시 40분에 귀가했다. 짐을 풀기에 앞서 세차장을 찾아가 빗길에 떡이 된 800 MT를 부지런히 씻었다. 빛이 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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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 기장읍 소재 '세진 세차장', 바이크에서 빛이 날 정도로 문질렀다. |
총 주행거리는 623㎞였고, 100㎞를 주행하는데 4.4리터를 사용했다.
※ 한국어 공부(단어 출처는 소설 태백산맥이다)
- 가뭇없다: 전혀 안 보여 찾을 길이 없다.
- 귀꿈스럽다: 흔히 보기 어려울 정도로 후미지고 으슥하다.
- 고스러지다: 거둘 때가 지나서 이삭이 꼬부라지고 앙상하게 되다.
※ 총 주행거리: 623㎞
- 100㎞를 4.4리터로 주행(1리터당 22.7㎞) / 사용한 연료 약 27.4리터
※ 전체 비용: 152,256원(1박 2일)
※ 연료비: 40,056원(전체의 26.3%)
- 22,056원: 3. 01./ 공갈못주유소(경북 상주시 공검면 경상대로 4260)
⇒ 고급유 주유
- 18,000원: 3. 02./ S-oil주유소(경북 의성군 의성읍 경북대로 5763)
⇒ 일반유 주유
※ 숙박료: 40,000원(전체의 26.3%)
- 드림모텔(충북 제천시 의림동 45-7) 1박(3. 01.) / 40,000원
※ 식비 및 기타: 72,200원(전체의 47.4%)
- 1,500원: 3. 01. / 7일레븐 칠곡가산대로점(경북 칠곡군 경북대로 1304) 커피
- 70,700원: 3. 01./ 소담촌(제천시 고명로 6-8 2층) 샤브샤브
# 연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