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0 MT! 장거리 여행(삼박스 부착) 준비를 마치다.
정품 삼박스를 모두 탑재한 800 MT 익스플로러(2024. 12. 28. ) |
지난 10월 말로 기억한다. 날짜 기억에 자신이 없는 것을 보면 확실히 나이가 들었고, 기억이 깜빡거리는 중년의 남자라는 것을 자연히 시인하게 된다. 울산에서 800 MT와 눈이 맞아 집으로 데려올 적에는 삼박스를 부착하지 않았다.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는 대용량의 삼박스(바이크 좌우에 각 1개와 탠덤 자리 뒤에 하나)가 꼭 필요하다. 2023년 2월에 MT-07을 구입하고, 동년 4월에 첫 전국 일주를 떠났다. 사이드 백을 부착하지 않았을 적이라 작은 가방 하나만 뒷자리에 결박하고 5박 6일간의 일정을 소화했다. 필요한 물건을 가방 하나에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빗길 주행할 때 필요한 우의만으로도 가방이 가득했다. 여벌의 옷가지는 물론이고, 간식 류를 준비하는 것은 꿈꿀 수도 없었다.
첫 전국 일주 6일 중의 4일은 비가 내렸고, 가져간 우의를 요긴하게 사용했지만, 적재할 공간이 오토바이에 따로 없었기에 일주를 기념하면서 추억하고 기억에 남길 소소한 물품조차 사들일 수 없었다. 아쉬움이 많았다.
삼박스를 달지 않고 여행 다닐 적의 800 MT(사진 위 - 진하해수욕장 / 아래 - 마산합포구 진전면 소재) |
여행하면서 사이드 백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일백만 원을 투자해서 MT-07에게 사이드 백을 선물했다. 용량이 크진 않았지만, 우의는 물론이고 여행에 필요한 소소한 물건들 모두 탑재가 가능해졌다. 이후의 전국 일주와 백두대간 종주, 2박 3일 또는 1박 2일, 당일치기 여행 등을 다니면서 넉넉하진 않지만, 여행 물품을 싣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특산품 일부도 가져올 수 있게 되었다.
800 MT 익스플로러는 오토바이 여행을 홀로 즐기기 위해 사들인 기종이 아니다. 국내 여행에만 방점을 두고 구입한 것도 아니다. 인생 최대의 버킷 리스트가 될지도 모를 『오토바이로 떠나는 유라시아 횡단』을 위해 선택한 기종이다. 아내와 같이 좋은 날을 골라 여행을 떠나려는 예쁜 그림을 머릿속에서 그리면서 낙점한 애인이다. 현실에서 실현되길 간절히 바라며,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CFMOTO 울산점(J 퍼포먼스 / 울산시 북구 번영로 652) |
지난 12월 28일 토요일이다. 800 MT를 샀던 CFMOTO 울산점(J 퍼포먼스 / 울산시 북구 번영로 652)을 다시 찾았다. 800 MT에 탑재할 정품 삼박스를 방문일 기준으로 일주일 전에 요청했고, 준비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찾은 것이다.
참고로 800 MT를 사려면 CFMOTO 대리점을 찾아가 계약해야 하는데, 부산에는 아직 없고, 울산에 한 곳이 있다. 오토바이 정비와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울산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성능 면에서 탁월한 기종을 선택했다는 자신감에 기대어 찾아가는 불편은 감수하려 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CFMOTO 울산점(J 퍼포먼스)에서 일하는 분들이 박스를 탑재하고 있다. |
정품 삼박스가 오토바이에 부착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하나씩 탑재될 적마다 800 MT가 자기 모습을 완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담게 될 것이고,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녹아 있는 기념품과 특산품들도 싣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멀티 퍼포즈 계열의 오토바이로서 기능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추게 된 것이 기뻤다.
두 개의 사이드 백을 부착했던 MT-07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용량이다. 다만, 큰 기대를 품고 있던 나에게 의도치 않았던 주의사항이 전달되었다. 뒷자리에 부착한 박스가 동승자에게 편안함과 동시에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내 고정관념에 대해 센터에서 일하는 분이 선명하게 선을 그었다.
“삼박스를 부착하니까 이제야 오토바이가 모양이 나네요.”
“그렇죠. 삼박스를 부착하면 아무래도 오토바이가 더 멋져 보입니다. 제 모습을 찾은 거죠.”
“부착한 뒤쪽 박스 양옆으로 손잡이 같은 것을 붙일 수는 없나요? 나중에 와이프를 태울 건데, 손잡이가 있으면 더 안전하지 싶어서요.”
“박스에 따로 뭔가를 부착하는 거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더 안전하게 탠덤을 하시려면 혼다의 골드 윙 종류의 오토바이를 사야 합니다. 오토바이가 넘어졌을 때 바이크와 사람이 빨리 분리가 되어야 덜 다칩니다. 손잡이를 가방 양옆으로 붙이면 박스 자체도 안전하지 않고, 뒤에 앉은 사람도 위험해집니다.”
“그래요? 안전할 것 같아서 그런 건데, 유튜브 보니까 뒤쪽 박스 옆으로 손잡이를 달고 다니는 라이더가 여럿 있더라고요.”
드디어 기능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800 MT 익스플로러 |
일하는 분이 매우 진지하게 설명했고, 자연스럽게 설득이 되었다. 고정관념을 깨긴 했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같아 그 점은 고마웠다.
“제가 이쪽으로 경험이 있어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뒤쪽 박스에 동승자가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튼튼하게 고정이 되어 있지만, 주행 중에 오토바이가 튀면서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릴 수도 있거든요. 가볍게 기대는 것은 괜찮은데, 박스 쪽으로 무게가 쏠리면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고,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냥 가볍게 기대는 정도여야 합니다. 박스가 볼트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데, 그것도 네 개가 답니다.”
“아! 설명을 듣고 보니까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와이프를 안전하게 태우기 위해서 삼박스를 달았는데, 조심하는 게 맞겠네요.”
“꼭 필요하시면 저희가 제품을 알아볼 수는 있습니다.”
“확인은 해봐 주세요. 하여튼 고맙습니다.”
고객에게 주의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숙지시키는 부분은 칭찬할 대목이다. 관심을 가지고 오토바이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 고마웠다. 사실을 사실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면 오래된 환상(탠덤 자가 편안하고 안전할 거라는 맹목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장거리 여행을 다니면서 겪게 될 많은 불편 중 일정 부분은 해소될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제 모습을 갖춘 800 MT의 활약을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