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MT-07아!
2024년 12월 20일 오전 09시 10분 무렵, 구매자가 MT-07을 확인하고 있다. |
2024. 12. 20.(금) 오전이었다.
MT-07이 나를 떠나 고령으로 갔다. 애인을 차에 태워 데려가는 곳이 고령이라 했다. 가슴이 먹먹했고, 아프다기보단 저렸다. 저릿저릿한 그런 느낌이었고, 종일 착잡했다. 스스로도 이런 감정이 매우 의아하면서 오토바이를 상대로 처음 겪는 것이라 당황했다.
지난 10월 말 무렵일 것이다. 울산에서 2024년식 800 MT 신차를 데려온 다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MT-07을 중고차 매물로 올렸다. 『당근과 중고나라』, 『파쇼』 3곳에 공지했다. 매물을 확인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일부 있었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한 사람이 2명, 문자를 보낸 사람이 1명이었다. 통화한 2명은 비교적 젊은 사람으로 추정이 되는 목소리였고, 문자를 보낸 이는 가늠할 수 없었다.
앞의 2명은 오토바이 상태 등에 대해 질문하고 바이크 가격을 질문한 다음 다시 연락이 없었고, 문자를 보낸 사람은 처음부터 매물 화면을 캡처한 다음 특정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그 가격을 받아들이면 현금을 가지고 바로 찾아오겠다는 제안을 했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에 곧바로 정중하게 거절했다.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그따위 수준으로 제시할 수 있나! 라는 생각에 불쾌했다.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고, 당근과 중고나라에 올린 매물을 끌어올리기만 두 번 조치하곤 더 이상의 홍보를 하지 않았다. 사겠다는 사람이 2024년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MT-07을 팔기 위해 더는 노력하지 않을 것이고, 바이크 두 대를 보유한 라이더가 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12월 18일 수요일이었다. 저장된 번호가 아닌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 내용은 MT-07이 팔렸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고, 주인이 결정되지 않았음을 인지한 다음엔 오토바이 상태를 묻는 말이 뒤따랐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MT-07 매물을 보고 전화했습니다. 파쇼에 올린 거 맞죠?”
“네. 그렇습니다.”
“혹시 팔렸나요?”
“아닙니다.”
“혹시 오토바이 사고 난 적이 있나요. 제꿍은요?”
“매물 보셨으니까 확인하셨겠지만, 사고 난 적은 없습니다. 제꿍(제자리에서 넘어짐)은 당연히 있었습니다. 그치만, 슬라이드가 앞과 뒤, 중간에 장착되어 있어서 오토바이 몸체엔 상처가 없습니다.”
이런저런 질문을 받다가 전화한 분이 50대 중년임을 알게 되었다. 자기 아들이 오토바이를 타려고 한다는 것과 자신 역시 젊었을 적에 알차(레플리카)를 운전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첫 통화를 한 다음부터는 문자로 궁금한 것을 물어왔다. 통화할 적에 5천 킬로 정도 운행하고 타이어를 교체해야 할 것이라 일러주었더니 타이어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등등의 내용이었다. 야마하 해운대점에서 확인한 다음 문자로 알려주었고, 탁송을 알아보겠다는 문자가 다시 날아왔다.
대구에서 생활하는 분이라 했다. MT-07을 구매할 것이라 확정하는 답변이 없었고, 탁송비가 14만 원(일광에서 고령까지) 나온다며 놀라는 듯한 문자가 도착했다. 주변에 좀 더 알아보겠다는 문자를 확인했을 적엔 거래가 종료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다른 곳에도 알아보시라 전하면서, 예의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문의한 쪽에서 거래할 가격을 물었다면 타이어 가격 등을 할인하고 최종 거래 가격을 특정 금액으로 제시할 예정이었다며 문자를 마쳤다. 이것이 12월 18일과 19일 오전까지의 상황이었다.
거래가 끝난 줄 알았는데, 19일 오후에 다시 문자가 왔다. 20일 금요일 오전 09시에 바이크를 보러 내려가면 만날 수 있겠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정말로 내려오는 것이 확실하면 그날 반가를 내서라도 기다리겠다고 했고, 주소를 알려주었다.
번호판 분리하기 전, 분리된 번호판. 이 번호는 폐기되었다. |
연가는 사용할 수가 없어 포상 휴가를 활용하기로 했다. 불꽃축제 근무로 받은 포상 휴가 2일 중 1일이 남은 상태였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단이에겐 볼일이 있어 20일에는 오후에 출근할 것이라 말해두었다.
20일 아침에 연락이 왔다. 오토바이를 보러 내려오신 분이 내가 사는 곳이 201동이라는 것은 확인했지만, 몇 호인지 알려주지 않았기에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경비원과 통화하게 해주었다.
“여보세요. 경비실인데요. 죄송한데, 거기 몇 호인가요?”
“네?”
“오토바이를 보러 오셨다는데, 선생님 몇 호인가요?”
“아! 네. ***2호입니다. 오신 분 맞습니다.”
게이트를 통과한 다음 주차장 입구에서 기다리게 하곤 직접 내려가서 지하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MT-07을 타인에게 소개하면서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 19일 퇴근하면서 이용하는 세차장의 운영 시간을 물어보기까지 했었다. 무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영하로 떨어지면 운영을 안 한다면서도 19일은 영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자정까진 운영할 것이라 했다.
18시 정각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한 시간이 19시 무렵이었고, MT-07을 데리고 곧바로 세차장을 찾았다. 영상 2도의 기온이라 손이 몹시도 시렸지만, 꼼꼼하게 씻겨주었다. 이날 세차장에서의 내 손길은 참으로 특별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차분하다 못해 내려앉은 느낌이었다. 아끼고 사랑했던 오토바이다. 두 눈에 눈물을 담고 있진 않았지만, 주변에서 건드리면 터질 듯한 감정으로 가득했다.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이미 깨끗한 상태였기에 특별히 씻어낼 것도 없었지만, 부드러운 세척 걸레로 닦고 또 닦았다.
지하 주차장에서 오토바이를 확인하는 손님의 눈길이 분주했다. 이미 사진으로 확인한 상태였고, 제꿍으로 넘어진 방향에서 상처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매물에서 보셨듯이 제가 1인 차주고, 신차를 구입해서 탔습니다. 통화하면서 말씀드렸듯이 시내를 주행한 차가 아니고, 주로 장거리 위주로 외곽으로 달렸습니다. 급제동과 급가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엔진 질감이 매우 좋습니다. 2만 1천 킬로 조금 넘겼습니다.”
“네! 계좌번호를 좀 주십시오.”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오토바이 상태는 완벽했다. 제시한 금액은 구매자 입장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고등급인 미쉐린 타이어로 교체할 수 있도록 그 가격을 할인까지 했기에 불만이 있을 수 없었다.
“여보세요. 오토바이 하나 실어 가려고요. 일광에서 고령까지 갈 건데요. 차가 도착하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20분이요? 알겠습니다.”
구매자가 통화하면서 내게 송금하는 시간에 나는 서둘러 바이크 번호판을 제거하고 있었다. 등록된 오토바이를 폐지해서 서류를 갖춰 넘겨야 한다. 이때 반드시 있어야 할 서류는 세 가지다.
첫째, 이륜차 폐지 증명서
둘째, 양도인의 주민등록증 사본
셋째, 이륜차양도증명서. 양도증명서에는 반드시 양도인의 도장이 찍혀 있어야 한다. 서명, 그러니까 사인은 허용되지 않는다.
송금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최근 휴대폰을 바꾸어서 조금 불편하다며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 시간에 번호판을 제거하려 모진 애를 썼다.
“송금했습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번호판이 잘 제거되지 않아서요.”
“제가 하겠습니다. 이거는 제가 전문이거든요.”
중고차를 거래하는 직업을 가진 분이라고 했다.
“알차를 타신다니까 잘 아실 건데, 왜 아들에게 오토바이를 주려고 하는지요? 젊은 사람에게는 저도 오토바이를 추천하지 않는데요.”
“그렇죠. 근데 둘째 아들이 오래전부터 계속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고 하고요. 안 된다고 무시하면 아빠 모르게 음성적으로 탈 것 같아서요.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니까, 차라리 타게 하면서 이것저것 알려주면서 안전하게 타도록 지켜보려는 겁니다.”
“그건 참 좋은 생각입니다.”
분리된 번호판과 신분증, 이륜차 등록증을 챙겨서 일광읍사무소로 달려갔다. 담당 팀장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직원이라 반가웠다.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폐지증명서가 발급되길 기다렸다.
“오토바이 배기량이 높아서 폐지하는데 비용이 발생합니다.”
“얼만가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몰랐네요.”
“1만 5천 원입니다. 배기량이 높아서 그렇다네요.”
일광읍사무소를 다녀오는 사이 MT-07이 벌써 탁송 차량에 실려 있었다. |
가상 계좌로 송금한 다음 서류를 받아 아파트로 되돌아갔다. 그사이에 탁송을 위해 1톤 트럭이 도착한 상태였으며, 오토바이는 벌써 실려 있었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서류 여기 있습니다. 잠시만요. 저도 보험 해지하려면 폐지증명서가 필요하거든요. 사진 한 장만 찍을게요.”
“네! 그렇게 하십시오.”
“여기요. 서류는 석 장 다 있고요. 이 키는 보안키입니다. 요거는 보조키고요. 나머지는 사이드백 열쇠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저 오토바이 잘 부탁합니다. 제가 정말로 아꼈습니다. 애지중지하면서 타고 다닌 오토바이입니다.”
“그럼요. 저도 선생님이 흔쾌히 할인해주시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럼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다음에 인연이 있으면 또 뵙겠지요.”
“잘 계세요. 고맙습니다.”
탁송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MT-07이 떠나는 순간이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가슴이 먹먹했을까?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참고 또 참는다. 체면이 어디 있나! 출발하는 차량을 향해 정신없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서 마지막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잘 가라 MT-07아! 좋은 주인 만나서 전국을 누비고 다녀. 안녕 MT-07아! 미안하다. 너를 이렇게 보내게 되어서. 진짜 미안해!’
『MT-07 찬가』
사랑하는 연인이자 애인인 MT-07!
여행 동반자인 너는 689cc의 배기량과 72마력의 힘을 숨기고 있는 두려움을 모르는 불굴의 전사!
거칠 것 없이 도로 위의 세상을 지배하는 자!
믿음을 주고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 분신이자 전령!
내 의지에 충성하고 내 결정에 반하지 않는 너는 나의 그림자일지니
내 삶의 일부를 네가 공유하고, 내 삶과 함께 너도 살아가리라.
2024. 9. 15. 단양 여행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