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보며 읽을 경우 세로가 아닌 가로로 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제 글에는 여러 개의 n행시가 있거든요.
2023. 6. 10(토) 맑음
6. 9(금) 하루 특별휴가를 사용했다. 오토바이로 여행을 다니는 자유와 행복을 찾은 것이 중년 나이에 이르러서다. 기장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지금 말이다.
『기장을 제2의 고향이라 생각도 고민도 하지 않았어
장하지 않아? 35년 세월을 기장과 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
군민의 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으로 두 번째 고향에 대한 내 대답을 대신해』
바이크로 울진까지 여행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코스 선택을 했다. 포항 바닷가 쪽으로 빙 돌아 울진까지 올라가면 동해의 여러 얼굴들을 감상할 수 있겠다 싶어 실행에 옮겼다. 우선 하루 여행 경비를 정리한다.
▶ 12,931원: 휘발유(경주시 외동읍 산업로 2414)
▶ 10,000원: 보말칼국수(경북 포항시 북구 장량주택로18번길 2-1)
▶ 3,000원 : 붕어싸만코초코(경북 영덕군 영덕읍 해맞이길 254-20)
▶ 13,200원: 휘발유(경북 영덕군 강구면 동해대로 4369)
※총액: 39,131원(총거리: 460㎞ / 올라갈 때 276㎞, 내려올 때 184㎞)
연료비를 제외하면 1만 3천 원을 사용한 것인데, 집에서 출발할 때 커피와 사과 등을 챙겨서 다녀왔기 때문에 경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아침 07시 15분 무렵에 출발했다. 특별휴가를 냈다는 것을 출발하기 전에야 아내에게 말한 것 같다. 평소와 같이 05시 40분에 기상해서는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해야 할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사과를 씻으면서 커피를 탄다. 이런 과정에서 부산스러웠나 보다. **이가 일어나 거실로 나오면서 이른 아침에 혼자서 뭐가 그렇게 바쁘냐며 묻는다. 특휴를 냈고, 바이크로 울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거라 말한 것이 전부지 싶다.
정관 월평 방향이 아니라, 장안 대룡마을 쪽으로 올라가서 울산으로 건너간다. 온산 – 울산 – 경주시(외동읍) 쪽으로 달렸다. 외동읍 산업로 소재 GS칼텍스 주유소에서 연료를 주입하고 잠시 쉰다. 08시 30분 무렵일 것이다. 그동안 경주를 역사와 문화, 관광이 중심이 된 도시로만 알고 있었는데, 외동읍으로 달려오면서 수많은 공장과 농지들을 보았다. 그곳에도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가꾸면서 살고 있다. 왜 공장이나 농지가 있다는 그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경주를 역사적인 유물들이 곳곳에 분포되어 있고, 또 그런 유물을 발굴하고 있는 도시로만 여긴 걸까?
『경주시를 한참이나 오해했구나!
주입된 지식이 미천했고, 역사․문화도시라는 한정된 나의 편견이
시절에 맞춰 경주 땅에도 벼가 영글고 있다는 것을 잊게 했어!』
이른 시간에 출발해서인지, 아니면 출근하는 차량이 많지 않은 곳인지 외동읍을 통과할 때까지 교통 증체를 당하지 않았다. 적당히 빠른 속도로 다른 차량도 질주하기에 그 속도에 맞춰 바이크를 움직였다.
주유하고 잠시 쉬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메모한다. 금방 출발할 생각이었기에 헬멧을 벗지 않았다. 바이크 복장으로 도로와 주변 상황들을 눈에 담았는데, 내 주변의 세상이 반 박자 정도 느리게 움직이는 건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아마도 내 마음에 여유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출발하면서 바이크를 오른쪽으로 넘어뜨렸다. 이런 제길…. 우회전해서 차선에 합류해야 하는데, 주유소에서 50m 전방에 우측으로 빠지는 도로가 있다. 그 도로를 타려고 직진 중인 승용차 중 일부가 우측 깜빡이를 넣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았다. 핸들이 오른쪽으로 꺾인 상태라 여지없이 제꿍(제자리 꿍)했다. 그 자리에서 넘어진 것이라 바이크와 운전자에게 아무런 손상이 없었다는 것이 매우 다행이고 운이 좋았다.
포항을 경유지로 잡았을 적에 호미곶과 홍환간이 해수욕장, 포항 해상 스카이워크를 찾을 생각이었다. 호미곶으로 향하는 중에 포항시 남구 장기면 소재의 동해안로를 달렸는데, 왼쪽으로는 풍력발전소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수많은 보석이 빛나고 있는 바다가 펼쳐진다. 바람이 없어 매우 잔잔한 바다…. 작은 흔들림에서 파도가 태양을 품는다. 보석보다 찬란한 그 빛을 두 눈에 담아본다. 아름답기 그지없다. 동해는 사납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 순전히 개인적인 - 금요일 여행 중의 동해 바다는 차분하면서 조용하다. 사뭇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심취한 악동이 연상된다.
『동해를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해가 하나가 아니라, 수 만개였어
바다가 연출한 마법에 감탄하며
다시 없을 이 순간을 감사히 여긴다네』
포항시 남구 소재 신창 해수욕장이라는 곳을 지난다. 대대적인 공사 중인 것을 보니, 개장을 앞두고 손님맞이 준비를 하나 보다. 결국 다르지 않아. 지자체가 하는 일이란 것이 말이지.
구룡포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일본인 거리가 보였고, 굳이 들어가진 않았다. 이미 두 번이나 다녀온 곳이라 기왕이면 안 가본 곳을 가고 싶었다. 바로 인근에 ‘구룡포 과메기 문화관’이란 곳이 있었다. 지나치려다가 되돌아 올라갔다. 3층에서 청소 중인 아줌마를 만나 이곳이 언제 조성되었는지 물었다. 들어본 적이 없는 기념관이라 사뭇 궁금했다. 그 아줌마가 하필이면 자신이 문화관에서 일을 시작한 것이 금요일이 첫날이란다. 다만, 건립된 지는 5~6년 되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안내 팸플릿에 따르면 구룡포 과메기 문화관은 구룡포 과메기 산업특구사업으로 조성되었다고 되어 있다. 포항시 해양수산과에서 사업을 했다는 말은 아줌마에게서 들었다. 지상 4층 5,071㎡ 규모로 건립되었고,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동해의 풍경과 바다와 어울린 항구와 주변 마을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문화관 내부는 어지간한 해양 관련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구성이다. 다만, 이곳도 제주의 명물 아르떼뮤지엄에서 볼 수 있는 시설의 일부를 갖췄다. 아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아줌마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화관을 출발해 다음 경유지인 호미곶으로 향했다. 출발 전에 분명 새천년기념관이 있는 호미곶을 경유지로 입력했는데, 휴대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놀랍게도 네비가 호미곶면사무소로 안내했다. 호미곶을 그냥 지나치게 하는 네비의 안내를 무시하고 새천년기념관으로 갈까도 싶었지만, 이 녀석이 나를 어디로 안내하는지 보자 싶어 얌전하게 지시를 따랐다.
이 일로 얻은 수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포항시 남구에 호미곶면이라는 행정구역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면사무소 입구에 ‘호미곶면가’라는 노랫말을 박은 큰 바위를 볼 수 있었다는 거다.
다른 지자체나 전국의 마을에서 특정한 위치에 글자를 새긴 큰 바위를 세운 모습을 왕왕 볼 수 있지만, 특정 행정면을 자랑하는 가사를 새긴 바위를 면사무소 입구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싶다. 대부분은 지자체 명이나 마을 이름을 새긴다. 기록으로 남길 목적으로 그 가사를 아래에 담는다. 가사 내용이 다른 지자체에서 만든 노랫말에서도 읽었을 법한 문장들이 많은 것은 아쉽다. 하긴....
호미곶 면가(호미곶 내 고향)
고금산 정기 받은 호미곶 내 고향 동해바다 푸른 물결 사랑의 고향
낭만이 어우러진 호미곶 등대 아래 너와 내가 힘을 모다 이루고 가꾸어서
우리 모두 뜻을 모아 내 고향 길이 빛내어
(후렴) 보리향기 그윽한 푸른 벌판 우리 고장
살기 좋고 인심 좋은 호미곶 내 고향
2. 똑딱선 오고가는 정겨운 내 고향 날아드는 갈매기도 춤추며 노는 곳
희망찬 파도 속에 젊은 꿈을 키우며 너와 내가 힘을 모아 보금자리 만들고
우리 모두 뜻을 모아 내 고향 길이 빛내어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를 따라 달린다. 해안도로를 타고 달릴 적에는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안선과 바다를 오른쪽으로 두었고, 작은 산을 넘어갈 적에는 산골처럼 느껴지는 시골길을 통과하기도 한다. 작은 산이지만 숲이 우거진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경제적인 문제만 삭제시킨다면 그야말로 축복받은 고장일 것같다. 이곳 주민들은 매일 이 모두를 경험하면서 행운 또는 행복감, 즐거움이란 걸 느낄까? 아니면 무감각할까? 또는 삶의 고단함으로 인해 어떤 부정적인 굴레에 씌었다고 느낄까?
바다를 끼고 있는 포항 시내가 보인다. 미세먼지가 별로 없는데도 도시가 흐려 보인다. 묘한 여운과 감상이 도는 바다 넘어 인간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경유지인 홍환간이 해수욕장엔 그다지 특별할 건 없었다. 모래사장이라 하긴 조금 곤란한 해변인데, 꽤 넓은 모래사장을 부지런히 오가는 것은 파도였다.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조용했다. 환경이 깨끗한 곳인데, 쓰레기가 없음에도 희한하게 모래사장이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캠핑 중인 방문자에게 삶의 여유와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깃들길 희망하며 바이크를 출발시켰다.
포항 시내로 들어서자 공기가 매우 탁하면서 무겁고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스코를 지날 때는 쇠를 가는 소음과 그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확 풍겨온다. 산업이라는 단어에 냄새가 있다면 그 냄새를 내세울 수 있겠다 싶다. 포항 해상 스카이워크를 가는 중에 시장기를 느꼈다. 오른쪽 능선 위로 익숙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일전에 찾은 적이 있는 스페이스 워크였다. 당시에 그곳을 구경하고 맛집인 ‘바다愛 칼국수’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멀지 않은 곳이라 점심을 그곳에서 먹고 쉬었다 가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식당으로 가는 중에 도로 전체를 통제하고 공사하는 구간이 있었다. 네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기에 이럴 때는 답답하다. 네비가 인간 세상의 사정을 알 리가 없어 계속 공사 중인 그 길로 나를 안내한다. 대략적인 위치를 잡고 네비와 다른 길로 한참이나 오토바이를 운전했더니 그제야 다른 길로 나를 안내한다. 바보같은 녀석!
특이한 것은 내가 시장기를 느낀 그 시점에 오토바이도 달리기보단 쉬고 싶어 하는 그런 신호를 엔진이 내게 보내는 것 같았다. 스로틀을 감을 적에 반응하는 것이 ‘나도 덥고 피곤하니까 당기지 말란 말이야’라는 듯한 평소와 다른 그런 묘한 느낌이었다.
이 식당은 내 입맛에 맞다. 면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먹을 적에 부담이 전혀 없고, 더군다나 바다향이 가득하다.
이전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하지 않고 주문했는데, 일하는 사람이 나를 알아본다.
"방문한 적이 있으시죠?"
"네! 어떻게 알아보시네요!"
"오토바이 복장에 선글라스라서 기억합니다"
당시 이 식당을 방문해서 보말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종업원에서 메모지를 보여준 적이 있다. 그 메모지에는 포항에서 구경할 곳과 맛집이 적혀 있었다. 맛집 10곳 중 제일 상단에 ‘바다愛 칼국수’를 메모했었다. 그걸 보여준 것이다. 종업원들끼리 신기하다며 얘길 나누었고, 그런 소소한 소동이 있었기에 아마도 날 기억했을 것이다.
『바다 향을 담았더구나
다시 찾을 식당이었어
愛... 사랑할만 해. 인정한다구.
칼국수 한 그릇에 이런 감동을 느낀다니
국민 모두의 사랑을 받으시라 바다애 칼국수
수고했어. 달리 줄 건 없고. 門前成市를 두고 갈게』
식당 밖은 더웠다. 메모지를 두고 나왔더니 종업원이 친절하게도 챙겨서 전달해준다. 고마웠다. 내 기억력을 나 스스로도 믿지 못하기에 일정을 기록한 메모지를 분실한다는 건 여행자에겐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라 할 수 있다.
포항시를 벗어나 강구항을 향해 달린다. 신기하게도 도시를 벗어나자 더위도 가신다. 그 열기는 그러니까 인간 도시가 만들어낸 인공적인 더위였던 셈이다.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강구항으로 진입했고, 풍력발전소가 있는 해맞이공원까지 달린다.
강구항에서 해맞이공원까진 약 10㎞ 거리다. 해안도로(영덕대게로)를 탄다. 라이딩하기 좋은 구간이다. 오른쪽에서 더없이 평온한 바다가 여행자에게 시원한 기분과 기온을 선사한다. 왼쪽에는 산과 계곡, 마을이 바다에 질세라 여행객을 끌기 위해 절묘한 한 수를 두는 듯하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지역인 것 같다. 해맞이공원에서 풍력발전소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여러 번 방문한 곳이다. 아내와도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직원들(****팀, %%%%팀, ##실)과도 강구항에서 대게를 먹고 커피 한잔하며 여유를 가지고 돌아본 곳이 풍력발전소 일원이었다.
풍력발전기는 모두 24기라고 한다. 생산된 전력은 모두 한국전력공사에 공급한단다. 물론 내가 이걸 어떻게 알겠는가. 알림 정보를 본 것이지! 무인 판매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구입해 커피와 같이 먹는다. 메모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이제는 메모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라는 걸 인정하자.
최종 목적지인 등기산 스카이워크에 도착했다. 어촌마을이 작은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데, 정말 깨끗하다. 마을과 해변과 스카이워크까지 모두 청결하고 깨끗하다. 이런 느낌을 오랜만에 가지게 된다. 경유지였던 홍환간이 해수욕장에선 쓰레기가 없는데도 지저분한 느낌이었다. 깨끗하면서 조용한 동네인데, 방문하는 사람이 꽤 많다. 그런데도 시끄럽지 않다. 뭐지?
스카이워크엔 입구를 지키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무료 입장인데, 덧신을 건네준다. 그걸 신어야만 입장할 수 있단다. 걸어 들어가자 중간 부분부터 바닥이 투명한 강화유리로 되어 있다. 아마도 덧신을 신게 한 이유이지 싶다. 강화유리를 지나가면서 유리 아래 출렁이는 바다에 시선을 고정시켰더니 갑자기 멀미가 올라왔다. 어지럽기까지 한 것이 아닌가? 뭐지?
부산에서 등기산 스카이워크 단 하나를 구경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지 싶고, 울진의 주변 관광지(이현세 만화거리, 스카이 레일 등)를 겸해서 일정을 잡는다면 괜찮은 휴가가 될 것 같다.
스카이워크 옆으로 출렁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보행교를 건너면 드라마 촬영지도 있다는데, 그 다리 아래는 민가다. 주택이 밀집한 곳이라 다리 입구에 보행교 입장이 가능한 시간을 기록한 안내판을 붙여 놓았다. 그 옆에는 정숙하라는 멘트와 쓰레기를 투척하지 말라는 친절한 경고도 같이 붙여 놓았다. 스카이워크 입구 겸 마을 입구에 공중화장실이 있고, 그 옆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앉을 수 있는 편의 시설이 있어 커피와 사과를 곁들어 메모지에 기록한다. 지금 이 여행기는 당일 메모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14시 50분... 휴식까지 끝낸 시간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네비를 검색했다. 돌아갈 때는 경유지 없이 바로 갈 것인데, 도착 예정 시간이 18시 40분으로 나온다. 180㎞ 조금 넘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국도 사정은 정말 좋았는데, 경주 통과할 적에 약간 지체되었고, 울산을 통과할 적에 약 1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부산만큼이나 교통 사정이 엉망인 곳이라니…. 특히 공업탑 로타리 주변은 정말 교통지옥이라 느꼈다.
휴식 없이 곧장 달렸다. 두 손에 전기가 통하는 듯 저렸지만, 덕분에 도착 시간을 40분이나 줄일 수 있었다. 안전하게 귀가한 것을 감사하며.
금요일 하루 여행한 거리가 무려 460㎞다. 이 거리는 2차 전국일주 당시 부산에서 서울까지 곧장 올라간 거리와 맞먹는다. 50대 중년 남자에게 바이크로 하루에 주파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거리다. 더군다나 MT-07은 전자장비라곤 ABS밖엔 없는 네이키드 계열이다. 오토 크루즈 기능이 아예 없기 때문에 460㎞는 손이 심하게 저리면서 나중에는 감각이 희미해지게 만들기에 충분한 거리다.
금요일 저녁은 그야말로 피곤함에 절었다. 지치고 졸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피로가 찾아오면 틀림없이 입안에 사달이 난다. 일명 아구창이 터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아니나 다를까 입안이 터졌다.
토요일 하루는 여행기를 정리하고, 국밥 한 그릇 먹은 다음 목욕탕을 찾아 피로를 푼다. 피로를 털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반신욕을 해서 땀을 흘린 다음 바로 잠을 자는 것이다. 일어나 시간을 보았더니 벌써 16시가 가까웠다. 최소한 1시간 반 이상 목욕탕에서 잤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한결 몸이 가볍다. 다행이다. 피로를 일정 부분 털어냈다는 신호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