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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통영과 한산과 이순신 - 1편 출발 / 라이더란?)

탁왕 2024. 10. 11. 14:34

* 1편 - 1일 차(10월 9일, 수 - 통영과 한산도와 이순신)
 
1일 차(2024. 10. 9.)
꿈을 꾸었다. 직장생활하며 존경했던 분이 꿈에 나타났다. 꿈이었음에도 반가운 마음에 와락 포옹했다. 그 순간 알람이 울렸다. 05시 30분이다. 침대에 앉아 다시 떠올렸는데, 꿈에 나타난 선배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불을 당겨 누웠다.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05시 30분은 너무 빠르다. 통영이니까 좀 천천히 출발해도 된다.’
 

한산도 제승당 충무사에 모신 이순신 장군님의 영정 사진!

 
 
통영은 비교적 가깝다. 다른 여행과 달리 여유가 있다. 다시 눈을 떴을 적에 06시 25분이었고, 같은 꿈을 꾸진 못했다. 40분 정도 더 잠을 잔 효과는 대단했다. 몸이 무척 가볍다는 느낌이 좋았고, 실제로 그랬다.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 느낌이 좋아!’
 
평소처럼 1박 2일에 필요한 짐은 전날 모두 꾸렸다. 커피를 타기 위해 물을 올린 다음, 빠트린 것이 있는지 챙기면서 라이딩 옷들을 맞춰 입는다. 안전이 최고이고 패션은 나중이다. 아내에게 인사하고 집을 나선다. 06시 50분이다.
 

10월 9일(수) 1일 차 아침, 출발 직전의 애인(MT-07) 모습

 
 
세나(sena, 헬맷용 무선 이어폰)가 이상하다. 음량 조절이 단방향(줄임)으로만 작동한다. 키움 기능이 되질 않아 휴대폰 안내음이 감감무소식이다. 그동안 너무 혹사시켰나?
 
길도우미가 부산 시내를 통과하도록 안내한다. 쉬는 날이기에 순순히 따랐다. 예전에 시내를 통과할 적엔 충렬사를 오른쪽으로 보며 우회전, 만덕으로 넘어갔다가 낙동강관리본부를 지나 구포대교를 탔지만, 이번엔 부산시청을 오른쪽으로 보면서 송상현 광장을 지나 서면 롯데 백화점을 왼쪽으로 보면서 가야대로로 향했다. 차량 정체가 없는 날이라면 이 코스가 훨씬 빠를 것 같다.
 
구름 한 점 없다. 라이딩하기 좋을 정도로 바람과 기온도 적당하다. 옥에 티라면, 『아퀼라』를 타는 젊은 놈(놈이라는 글자도 아깝다. 개새끼다)과 한동안 같은 방향으로 달렸다. 그놈은 단 한 번도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불법을 자행했다. 건널목에서 사람들이 신호를 받고 건너는 중에도 지나갈 뿐만 아니라, 정지 신호에 걸려 앞이 막혔을 때는 인도 주행을 일삼았다.
 
『개같은 놈! 또는 개자슥이라 욕을 얻어 먹는 너!
  새로 고침해서 더 심한 욕을 던져주고 싶어!
  끼가 넘치는 것이 아니야! 니 행동은 그냥 호로새끼지!』
 
심지어는 교차로에서 다른 방향으로 신호가 걸렸고, 버스와 차량이 움직이는 중에도 이놈은 그 사이를 굳이 파고 들어갔다. 유유자적 달리면서 오토바이를 멈추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고서야 저럴 수가 없다.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개 썅노무새끼”
걸쭉하게 욕을 던져 주었다. 그놈과 같은 일부 라이더들 때문에 오토바이 운전자 전체가 ‘개새끼’로 간주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다. 그놈은 가야대로를 달리다가 구포역 방향으로 올라갔다.
 
07시 55분, 강서구 녹산동 소재 넓은 대로 옆에 잠시 정차했다. 쉬는 날이어서인지 지나는 차량도 많지 않다. 한 시간 달렸지만,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잠시 쉬면서 메모하는 동안 많은 오토바이 무리가 질주한다. 나처럼 독립군으로 다니는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았다.
 

강서구 녹산동 소재 대로 옆에서 잠시 쉬다. 쉬는 날이어서인지 도로가 한산했다.

 
08시 25분, 마산합포구 진전면 소재 편의점 앞에서 멈췄다. 통영 도착 예정이 10시 30분이라고 내비가 알려주었는데, 너무 빠르다.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휴일이면서 좋은 날씨 때문인지 오토바이 타는 사람이 많다. 단체 라이딩 하는 모습을 계속 보면서도 그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 점도 참 신기하다.
 

합포구 진전면 소재 편의점! 위 사진은 단체 라이딩 중인 오토바이 무리 선두를 촬영했다.

 
편의점에서 얼음 컵과 카라멜 마키아또를 결재(2,200원)하고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주인을 찾았다.
“여기요?”
“네! 잠시만요.”
주인 아줌마가 식당 부엌에서 나온다. 이 편의점은 낚시업과 식당도 같이 하는 모양이었다.
“이거 결재해주세요.”
“2천 2백 원입니다.”
“여기 화장실 있나요?”
“나가서 오른쪽에 있고요. 컨테이너 박스 옆에 있거든요. 저기 열쇠 가지고 가세요.”
“아! 열쇠가 있군요.”
 
화장실 관리 상태는 괜찮았다.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 비교적 청결했다. 화장실 출입문에 별도로 열쇠를 달아둔 것은 이곳을 지나가는 차량과 사람이 많아서일 것이다. 주차 공간이 넉넉하기에 밤낮 구분 없이 잠시 들렀다가 화장실만 이용한 다음 떠났을 것이다.
‘역시 편의점 카라멜 마키아또는 싸고 맛있다. 길손에겐 편의점이 축복이지.’
 

편의점 커피는 저렴하면서 맛있다. 가성비가 높아 길손에겐 축복이다.

 
 
햇빛을 즐기며 쉰 다음 다시 출발한다. 기어를 변속하며 가속하는 순간에 1차로로 혼다의 4기통 바이크가 나를 추월하면서 질주한다.
“어라! 앞서가겠다고? 내가 계속 따라가면 영 걸리적거리고 따돌리고 싶어질 건데, 괜찮겠어?”
 
운전 중에 뒤따라오는 오토바이가 있으면 모두 앞서 보낸다. 평소의 주행 질감 그대로 유지하면서 라이딩하는 것이 좋아서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것이다. 따라왔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앞에 섰을 적엔 적잖은 부담이 생겨난다. 따라오는 바이크를 무시하고 싶어도 그렇게 안 된다. 정말 신기하게도 신경이 계속 쓰인다.
 
『라이더의 모범 사례란
  이보다 쉽게 설명할 순 없게 말해줄게
  더도 덜도 말고 교통법규 준수!』
 
아니나 다를까! 앞서가던 바이크가 나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굳이 내가 속도를 높인 것도 아니다. 상대는 나보다 약간 빨랐다. 무리해서 차들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 내 라이딩이 편해진다. 그가 뚫어준 길을 뒤따르기만 하면 된다. 앞선 자와 따르는 자의 수고로움의 차이가 매우 크고, 부담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차들을 추월해서 달린다고 뒤따르는 바이크를 따돌릴 수 있느냐? 불가능하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갈 수 없기 때문에 금방 신호에 걸리게 된다. 물론 신호를 위반하면서 달린다면 어쩔 수 없다. 설령 차량 여럿을 추월했더라도 더 많은 차들이 그 앞에서 주행 중이기에 매번 길을 뚫어야 한다.
 
날 따돌리기 위해 통영 입구까지 20분가량 위험하게 주행한다. 애를 썼지만, 목적지가 갈라지는 순간까지 백미러로 계속 나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굳이 내가 뭔가를 노력한 것도 아니다.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도중에 리터급 바이크가 더 무리한 칼치기와 과속을 감행했고, 한순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 바이크 역시 통영 입구에서 목적지가 분리되기까지 결국 날 따돌리지 못했다. 무리해서 과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동안의 라이딩에서 경험으로 배운 것이라 속도 경쟁을 하지 않는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