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편 연재(5월 31일 / 2일 차 - 오색령, 한석산고개, 쓰리재, 단목령, 조침령, 구룡령, 운두령)
*백두대간 종주기 4편에서(3월 26일 작성한 4편 참조) / n행시는 휴대폰을 가로로 놓고 읽으셔요.
『한계령, 또는 오색령으로 검색해 찾아가는 곳
계기가 만들어져 다시 찾을 수 있길
령(영)들이 깃들어 있을 그곳을 다시 찾게 되길 바라.』
08시 03분, 오색령(한계령 /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 1-30)에 올랐다. 목우재에서 오색령까지 무려 48㎞ 거리다. 조사할 적엔 45㎞였긴 했다. 초반 40㎞ 구간은 얼추 고속도로 수준이라 나름 고속 주행을 즐길 수 있었고, 후반 8㎞ 구간은 산세가 험했다. 산과 산들이 달리는 나와 맞닿아 있는 듯 거의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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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80령 중 4번 오색령(한계령), 과거엔 신선이 살았을 법한 곳이다. |
험상궂은 아저씨가 나와 동행한다는 느낌에서 미시령과 차이가 드러난다. 해발 1천 미터인 오색령은 사계절 휘황찬란한 자연의 색깔들로 매 순간 분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간계와는 다른 세상이다. 신선이 나올 법한 그들만의 세계를 오색령이 향유하고 있다. 지형도, 산세도, 절기도 오색을 넘어 무지개색 이상이다. 사람에겐 ‘네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겠어?’라며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묻고, 그러면서 그들 자연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자연이 뭔가를 꾸몄다면 오색령과 같은 수준이지 않을까! 장엄하고 아름답다. 잠시 쉬면서 커피와 빵을 즐긴다.
*백두대간 종주기 4편에서
『장승고개, 한석산고개라고도 한다지
승승장구하는 삶의 여정을 멈추지 않고 달리다가
고개를 넘어가며 잠시 쉬는 곳일까?
개가(凱歌, 승리를 축하하는 노래)를 뒤로하고 널 찾아갈 거야.』
09시 13분, 한석산(장승 고개 / 인제군 인제읍 덕적리 산 1-20 )이다. 한석산 두메 마을인 덕적리 표지석이 애인과 나를 반긴다. 장승 고개임을 알려주는 천하대장군 장승이 나무 아래 풀숲 속에서 말없이 웃고 있다. 길손에게 따듯한 웃음을 전해 준 장승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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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80령 중 5번 한석산고개(장승고개), 아래 사진 속에 장승이 웃으며 길손을 반기고 있다. |
한석산 고개 특징은 유독 아카시아가 많다는 것이다. 꿀벌들이 왕성하게 활동하지 싶다. 혹 이곳 특산품이 꿀일까? 한석산은 군부대도 품고 있다. 청춘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젊음을 바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백두대간 종주기 4편에서(3월 26일 작성한 4편 참조)
『쓰리재,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는 뜻은 아닐 거야
리얼리즘처럼 있는 그대로 설명해 줘! 너 뭐니?
재를 넘고 넘어 너에게 가는 그날을 기다리마!』
09시 45분에 쓰리재(인제군 인제읍 귀둔리 164-6)에 올랐다.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낡긴 했지만, 앉아 쉴 수 있는 정자와 간이 화장실도 있다. 도로 건너편엔 임도가 조성되어 있다는 표지석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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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80령 중 6번 쓰리재, 틀림없을 것이다. 옛 선조들이 삶의 회한을 담아 '쓰리재'로 명명했을 것이다. |
왜 쓰리재일까? 정상 턱밑까지 밭이 지천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비닐하우스도 보였다. 천수답인 밭에는 정성스러운 농지 주인의 손길을 받아(아닌가? 요즘은 외국인 근로자가 재배하나?) 작물이 싱싱하게 자라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면 옛 조상들은 이 재를 넘고 다니길 반복하며 농사일에 매진했지 싶다. 종일 일하고 재를 넘어 집으로 갔을 것이다. 귀가 했을 적엔 온몸이 쑤시고 아프지 않았을까? 그런 회한을 담아‘쓰리재’로 명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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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재 정상 턱밑으로 이런 밭이 지천으로 조성되어 있다. 선조들께서 재를 넘어 다니며 농사일을 했지 싶다. |
*백두대간 종주기 4편에서(3월 26일 작성한 4편 참조)
『단목이라고 낙엽 교목만 떠오르는데
목소리 높여 외쳐도 단목령 숨은 뜻을 모르겠구나!
령(영)감을 주는 80령의 형제여!』
10시 25분 단목령(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217), 쓰리재에서 단목령을 달리는 구간은 산을 양옆으로 끼고 계곡을 따라 계속 주행할 수 있다. 그림처럼 도로가 예쁘다. 산수 구경한다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이지 싶다. 연이은 산과 계곡을 좌우로 끼고 달릴 수 있다니! 이보다 더 평화롭고 여유로운 곳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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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80령 중 7번 단목령, 표지석 바로 앞에 거대한 유료주차장이 조성되어 있고, 평일인데도 차들로 가득찼다. |
중간중간 도로를 통제하고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 하절기 재난을 대비한 공사일 것이다. 그런데 단목령에 이렇게 큰 유료 주차장이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곰배령 등산을 위한 것인가? 평일인데도 관광버스까지 여러 대 보인다.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승용차는 또 말해 무엇하겠나?
*백두대간 종주기 4편에서(3월 26일 작성한 4편 참조)
『조침령에서 물고기 낚을 일 없을 터이니 갈고리는 아닐 거고
침묵하듯 입 다물고 있는다고 그 뜻과 전설을 알 길 없으라
령(영)령들에게 물어 궁금증을 해소할까나!』
10시 45분 조침령(양양군 서면 서림리 150-48)에 도착했다. 터널 명판이 보인다. 단목령으로 가기 위해서는 좁을 길을 따라 쓰리재를 내려와 좌회전해야 한다. 그곳에서 조침령은 가깝다. 내려오면서 유료 주차장 쪽으로 연이어 올라오는 승용차를 보았는데, 곰배령 등산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지 싶다. 유료 주차장에서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다. 등산 코스로 인기 있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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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80령 중 8번 조침령, 찾기가 쉬웠다. |
*백두대간 종주기 4편에서(3월 26일 작성한 4편 참조)
『구룡령은 아홉 마리 용이라고 단정하고 싶어.
룡(용)이 승천했을 것이야. 틀림없이!
령(영)상처럼 그 모습이 떠올라 아름답고 장엄하구나!』
11시 20분, 구룡령(홍천군 내면 자운리 산 1-35)이다. 지난 백두대간 종주 때 구룡령에 갈 수 없었지만, 시를 지으면서 아홉 마리 용이 사는 곳일까 끄적인 적이 있다. 조침령에서 구룡령까지 25㎞ 거리인데, 산과 계곡을 따라 놓인 도로가 일부 구간은 고속 주행이 가능할 정도였고, 산과 산, 계곡과 계곡이 나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굽이굽이 어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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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80령 중 9번 구룡령, 생태터널만 보고 이곳을 판단해선 안 된다. |
아홉 마리 용이 사는 곳이어야 한다면 서로 부대끼지 않게 넓은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신성한 존재이기에 사람의 흔적이 드물어야 할 것이다. 산과 계곡이 깊고 넓어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런 곳이 구룡령이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구룡령이다.
한참을 달렸는데, 부처님 손바닥에서 혼자 놀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든다. 아홉 마리 용이 성장하여 하늘로 날아오르기까지 그 몸을 둘 곳이 이만한 곳도 없으리라. 직접 보게 되어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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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80령 중 10번 운두령, 사진 위와 아래는 각각 홍천군과 평창군 쪽에서 촬영한 운두령 표지석이다. |
*백두대간 종주기 4편에서(3월 26일 작성한 4편 참조)
『운두령은 머리에 구름이 걸릴 정도로 높다는 뜻인가?
두었다가 다시 찾게 되겠구나. 운두령아
령(영)령들과 질문하고 답변하는 그날을 기다릴게.』
12시 15분, 해발 1,089m 운두령(홍천군 내면 자운리 산 254-36)에 올랐다. 왜 ‘운두령’이라 했을까? 백과사전에 따르면 국도가 지나가는 고개들 중 운두령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정상에는 쉼터가 있고, 산림청 건축물과 운두령 임특산물 홍보관과 풍력발전기도 한 대 있다. 혼자 운두령을 지키고 있지만, 씩씩하게 돌고 있다. 그 옆으로 계방산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많나 보다. 빵과 음료를 꺼내 식사하면서 지켜보는 동안 올라가는 사람, 내려오는 사람이 계속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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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두령 쉼터에서 즐긴 점심 만찬, 빵과 토마토, 영양갱, 두유, 양배추즙, 그리고 커피와 메모용 노트가 보인다. |
주차장에는 차들도 나고 든다. 15대 정도 승용차 주차가 가능하다. 임특산물 홍보관이 있을 정도면 정말 사람이 많이 찾나 보다. 령이 높아 구름도 쉬어 가는 곳이란 걸까? 구름도 정말 쉬고 있는지 주변 하늘에 한 점의 구름도 보이지 않는다. 자취를 감췄다. 잠시 쉬었다가 또 출발해야지!
*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