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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백두대간 종주기 2탄 / 2편 - 순두부, 미시령, 목우재)

탁왕 2024. 6. 4. 08:39

* 2편 연재(5월 30일 1일차 / 5월 31일 2일차) 

 

2일 차 아침 끼니를 챙기기 위해 편의점을 검색했다. 숙소로 들어올 때 보았던 그 편의점을 네비가 검색해서 알려준다. 식당과 편의점이 같이 있는 걸로 보여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할 생각이었다.

 

도착해서 보니 식당은 벌써 문을 닫았다. 알바하는 학생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여자친구로 보이는 학생과 한창 얘기 중이었다가 친절하게 날 응대한다.

저기요. 옆에 식당은 장사를 안 하나요?”

! 옆에 식당은 오후 3시까지만 하더라구요.”

다른 식당은 이 주변에 없나요?”

저기 산삼가게 위쪽 길로 쭈욱 올라가면 주유소가 있는데요. 그 주유소를 지나서 좀 더 올라가면 순두부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촌이 밀집해 있어요. 그긴 장사하고 있을 겁니다.”

금방 그쪽에서 내려왔는데, 주유소에서 더 올라가라는 말이죠? 식당 촌이 있다는 거네요? 1인 식사도 되나요? 여행 다니다 보니 1인 식사를 제공 안 하는 곳이 많아서요.”

 

편의점 직원은 귀찮아하지도 않고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자세하게 알려준다.

“1인 식사가 되는 걸로 나오네요. 가격은 12천 원인데, 메뉴는 이렇습니다. 반찬도 괜찮게 나오는 것 같네요.”

혹여 1인 식사가 안 되면 여기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좀 사 가려고요.”

여기 편의점보단 식당 가셔서 드시는 것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요?”

 

이 알바생은 참 친절하다. 그러면서 상대를 생각하면서 말한다. 멀리서 찾아온 여행자가 저녁 식사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것은 곤란하다 느낀 모양이다. 여행의 목적이나 환경, 지역적 음식 특색 등 여러모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편의점 식단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 판단했고, 더군다나 편의점 물건을 더 많이 팔 수 있는데도 식당 촌을 알려줄 정도로 배려심이 깊었다.

 

냉장실에 보관 중이던 도시락을 꺼냈다가 직원의 친절한 안내에 2일 차 아침에 먹을 컵라면과 컵밥만 챙겼다. 33백 원을 결재했다. 봉투를 하나 달라고 했더니 1백 원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그냥 주기까지 한다. 알바생! 귀하는 나중에 어느 곳에서 일하더라도 잘할 것이고,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틀림없다.

 

주유소 옆에 숙소가 있고, 아래로 걸어간다. 왼쪽으로 예비군 훈련장이 보인다. 철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다. 아래로 2백 미터 정도 걸었더니 정말로 식당 촌이 보인다. 순두부가 이곳 지역 음식인가 보다. 흰 수염이 보기 좋은 사장님이 있는 식당에서 순두부 정식을 주문했다. 세상에나! 배달을 로봇이 하는 게 아닌가! 정말이지 맛나게도 먹었다. 다만, 12천원이 아니라 14천원을 결재했다.

 

옛고을순두부(강원도 속초시 원암학사평길 114)에서 주문한 순두부 메뉴(1만 4천원이었음). 맛있다. 장담한다.

 

 

곧장 숙소로 돌아가 2030분 무렵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기 직전 홀에서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외국인인가 생각하면서도 피곤함에 겨워 반응하지 않았다. 깊이 잠들었다.

 

1일차(5월 30일) 옛고을순두부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복귀하는 길에 촬영한 울산바위 전경

 

 

2일 차(531, 금요일 / 미시령, 목우재, 한계령, 한석산 고개, 쓰리재, 단목령, 조침령, 구룡령, 운두령, 방아다리 고개, 하늘재, 이화령)

 

무려 9시간을 잤다. 그래서일까? 이른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피로를 느낄 수 없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샤워하고 컵라면과 컵밥, 토마토 1개로 아침을 대신한다. 짐을 챙기고 애인을 깨운 시간은 0650분이었다.

 

* 백두대간 80령 종주기 4편(2024년 3월 26일 연재) 내용 중에서

 

미시령 가는 길을 네비에게 물었더니

 시부랄 것! 대설로 도로 통제 중이라네

 령()에서 열까지만 세어 볼래? 그 전에 찾아갈게.

 

2일차(5월 31일) 아침 일찍 울산바위 쉼터에서 촬영한 전경

 

 

0711, 미시령(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 1-1)에 올랐다. 올라가는 중에 울산바위를 먼저 만났다. 대단하다. 바위가 저렇게 무리를 이룰 수 있다니! 이 산의 주인은 라는 듯 그 위용을 과시하면서 길손을 내려다보며 반긴다.

어서 와라! 알지? 조용조용히 다니고 쓰레기 버리면 뒤지는 수가 있다!’라고 나에게 말하는 듯 했다.

 

 

5월 31일(금) 이른 아침 울산바위 쉼터에서 촬영한 내 애인의 예쁜 전라의 모습, 이와 비교되는 울산바위

 

 

지금이야 미시령으로 향하는 도로가 잘 놓여 있지만, 옛날엔 얼마나 험했을까 싶다. 산군 또한 여럿 머물렀을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시령을 넘어 한양으로 가야 했을 길손들에겐 밤중의 미시령 산행은 일절 금지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어기고 산행을 강행했을 시 고스란히 산과 산에 사는 식구들에게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백두대간 80령 중 2번 미시령이다. 3월 26일 진부령에 올랐다가 도로 통제로 미시령을 갈 수 없었다. 대설 때문에!

 

 

그러나 지금은 험하면서도 아름답다. 남녀가 썸을 탄다는데, 썸 타는 단계를 넘어가야지 자신의 애인으로 만들 수 있듯이 미시령이 그러하다. 도도하고 고고하면서 까칠한 숙녀가 바로 이곳 미시령이지 않을까!

 

 

미시령 전망이다. 도도하고, 고고하고, 까칠하면서 몹시도 아름답다. 사랑할 만하다.

 

 

* 백두대간 80령 종주기 4편(2024년 3월 26일 연재) 내용 중에서

 

목우재는 80령의 셋째

 우! 목우의 뜻처럼 소를 먹여 기르던 곳인가?

 재밌는 지명이다.

 

0745, 목우재(속초시 노학동 산 444-4)에 도착했다. 정확하게는 터널 앞 표지판을 보고 있다. 미시령에서 기록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미시령은 춥다. 바람도 많이 분다. 그러니까 326일 대설 때 이곳이 통제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추운데, 그때는 어떠했겠는지 안 봐도 비디오다.

 

백두대간 80령 중 3번 목우재, 가는 길도 순하고, 지형도 순하다.

 

 

목우재로 가기 위해 미시령 터널로 향했다. 터널 입구부터 과속 구간 단속을 한다. 카메라가 후방을 촬영하게 되어 있었다. 최근에 경찰청에서 전국 주요 지점에 설치하고 있다. 헌터 킬러(제라드 버틀러 주연 잠수함 영화, 재미있다. 강력 추천)가 아니라,  오토바이 킬러라고 보면 된다. 바이크의 경우 번호판이 뒤에 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후방 카메라가 이곳에? ?’

 

터널에 진입하고 바로 이해했다. 터널이 일직선이라 과속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수많은 오토바이가 아우토반에 버금갈 정도로 달렸을 것이다. 민원이 폭주했을 것이고, 있는 예산 없는 예산을 끌어모아 후방 촬영이 가능한 비싼 카메라를 설치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목우재는 매우 순한 곳이다. 옛날 선조들이 소를 키우면서 함께 걸어서 넘나들었을 장소였지 싶다. 와서 보고 느낀 다음에야 목우재라는 명칭이 가슴에 와닿는다.

*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