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연재
1일 차(5월 30일, 목요일 / 기장군 -> 강원도 속초시 노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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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지석은 백두대간 80령 중 50번 이화령 주차장에서 볼 수 있다. |
여행을 앞두고 마음이 설레는 것은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나 보다. 05시 10분에 기상했다. 전날 늦게 취침했는데도 그렇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침대에 누웠고, 유튜브를 검색하다 잠들었으니 자정을 넘겼을 것은 자명하다. 다섯 시간을 겨우 잤다는 것인데, 이러면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 운전 중에 피곤할 수 있기에 돌아누워 다시 잠을 청한다.
『흥분할 정도는 아닌데도,
분명 여행을 앞둔 나는 흥분한 상태인 것 같다. 아니면 뭘까?』
20분 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다시 눈을 떴다. 이러면 안 되는데!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기상해야지! 2박 3일 일정이고, 비 예보는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여행하기 좋은 날이라는 말이다. 챙겨야 할 짐은 5박 6일이나 2박 3일이나 엇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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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차(5월 30일) 아침에 준비를 마치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출발 직전의 애인 모습(MT-07) |
세안한다. 커피를 타기 위해 물을 끓이고, 계란 부침을 해서 바나나와 같이 간단한 요기를 한다. 부산스러운 아빠의 움직임이 시끄러웠나 보다. 아침잠이 많은 큰딸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딸이 아빠를 포옹한다.
“잘 다녀오세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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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차 08시 경주시 외동 셀프 주유소에서 잠시 쉬었다. |
08시, 외동 셀프 주유소에서 잠시 멈췄다. 출근하는 차량과 어울려 가다 서기를 반복했고, 1시간 30분 정도 운전했더니 어김없이 오른손에 전기가 통하는 양 저린다. 그것도 심하게 저릿저릿하다. 성능이 더 좋은 오토바이로 바꾸지 않으면 여행을 떠날 적마다 이런 증상에 시달릴 것이다. 울산과 경주 산업로 방향으로 달렸고, 트럭과 화물차가 특히 많은 곳이라 그들의 사각 지역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운전 중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구름이 해를 가려 주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고, 크게 덥지도 않다. 이런 날 여행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가! 얼마나 운이 좋은가! 마지막 1초까지 아껴 사용하면서 낱낱이 즐기며 음미하리라!
오전 10시 05분, 울진 망양휴게소에 도착했다. 1시간 50분 정도 운전하는 동안 MT-07의 불편한 점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몸이 바로 반응한다. 시트가 편하지 않으니 엉덩이가 배긴다. 아프다. 아마도 이 바이크를 연구한 기술진이 ‘이 오토바이에 그냥 엉덩이를 걸칠 수 있게는 해줄게!’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너무 아파서 욕이 나올 지경이었다. 휴게소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엉덩이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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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망양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바람도 파도도 조용조용 움직였다. |
두 손이 심하게 저렸다. 2년째 이 바이크를 타고 있는데도 클러치 유격과 스로틀을 장시간 섬세하게 조절하는 것은 힘들다. 1시간 반 이상 운전하면 통증 때문에 크루즈 기능이 있는 오토바이가 정말이지 부러워진다. 특히 최근엔 트레이스 9 GT+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경주시 산업로를 달리면서 또 ‘로드킬’당한 아이를 보았다. 사체 훼손이 심해 고양이인지 개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사람의 잘못이다. 그 아이들 잘못이 전혀 아니다.
『로드킬 당한 사체를 보고서도
드잡이질 하듯 함부로 운전할 생각이 드는가? 어딜 봐? 당신 말이야!
킬 당할 대상이 꼭 짐승이어야 할까?』
빵과 커피, 영양갱, 젤리 등을 먹으며 휴게소 앞 바다를 내려다본다. 파도가 조용조용 너울거린다. 소곤거리듯 불어오는 바람의 유혹에 순응하듯, 아기가 넘어질 듯이 아장아장 걷는 것처럼 물결이 앙증맞고 예쁘다. ‘쉼’이란 이런 것이지! 이러니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겠나! 행복한 순간이다. 다시 없을….
11시 45분이다. 1시간 정도 달렸고, 익숙한 곳에 도착했다. ‘장호용화관광랜드’를 알게 된 것은 지난 1차 백두대간 종주 때인 3월 25일이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준비해 간 빵과 커피, 음료 등으로 점심을 해결했는데, 1일 차에도 같은 곳에서 점심을 즐긴다.
『점심 식사시간은 늘 기다려지고 행복하거든
심심하거나, 지루하거나, 싫증나거나, 외로울 틈이 없어! 뭐야? 안 그렇다고?』
다만, 물가가 너무 올라 금값이 된 사과는 장을 볼 수 없었다. 사과 3개에 1만 원이었는데, 씨알이 굵은 녀석도 아니었다. 평소라면 1개당 1천 원도 하지 않았을 사과가 3개 1만 원 딱지를 들고 호객행위 중이었다. 네가 나라면 그걸 사겠냐? 장소를 옮기면서 비교했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여행 내내 사과를 먹지 못했다.
장호용화관광랜드 주차장이 3월 25일보다 더 한산했다. 이러고도 영업이 될까?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지 싶다며 생각하던 차에 관광버스가 들어온다. 두 대에 나눠 탑승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무더기로 쇼핑몰로 입장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겠지! 저렇게 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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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첫 종주할 때 찾았던 장호용화관광랜드를 다시 찾았다. 점식을 먹으며 쉬기에 더할 나위 없다.(사진 위 점심 메뉴) |
포근한 날씨에 포만감이 더해졌다. 산들바람에 졸음이 같이 찾아왔다. 잠시 누웠다 가야겠다. 그늘진 쉼터에서 체면이고 뭐고 그대로 누웠다. 의자와 탁자가 붙은 일체형이라 좁고 긴 의자인데도 탁자를 지지대 삼아 낙상을 걱정하지 않고 잠들 수 있었다. 30분 정도 잠을 청한 결과는 놀라웠다. 한결 몸이 가볍다. 피로도 한 꺼풀 날아간 듯하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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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아들이라서일까! 벼 심기를 한 논을 볼 적이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절로 배가 불러 온다. |
라이딩하기 좋은 날이라서일까? 2박 3일간 많은 오토바이를 보았다. 여행을 나온 라이더일 것이다. 숙소를 향해 달리면서도 1천cc 이상의 빅 바이크를 여럿 보았다.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게스트하우스 길손을 11㎞ 앞두고 다시 연료를 채웠다. 미시령에서 가까운 숙소라 주변에 주유소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고 보니 괜한 걱정을 했다. 숙소 바로 앞에 셀프 주유소가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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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10여킬로 앞두고 연료를 다시 채웠다. |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것은 처음이라 주인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길손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숙소를 예약한 사람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이용은 처음이라 잘 몰라서 전화했습니다. 금방 숙소 앞에 도착했거든요.”
“도착했어요? 잠시 기다리세요. 내려갈게요.”
몸이 불편해 보이는 주인장이 목발에 의지해 입구 오른쪽 건물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내가 묵을 곳은 왼쪽 건물 1층이고, 4인용 침대(1인용 2층 침대 2개)가 있는 방이었다. 4명이 투숙하면 정말 북적거릴 정도로 좁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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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는 숙소 왼쪽 건물이고 길손들이 머무는 곳, 아래 사진은 주인장이 머무는 곳이다. |
거실에는 가정집 부엌처럼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인덕션, 냉온수기, 커피포트, 식기류와 수저 등등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은 외국인 한 명이 묵고 있으니까 그냥 같이 잘 지내보세요.”
“침대가 4개인데, 오늘은 저만 사용하나요?”
“지금은 그렇네요.”
좁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느낀 것은 딱 필요한 정도의 도구와 공간이 입추의 여지 없이 배치되어 있다는 거였다. 비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최대한의 아이디어를 짜내 배치한 결과물이지 싶다. 그나마 일행이 없고, 혼자 이용하게 된 것은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피로를 풀기 위해 뜨거운 물에 샤워하며 몸을 녹였다. 따듯한 물이 금방 쏟아져서 다행이다. 태백에선 한참이나 미적거렸는데, 얼른 저녁을 먹고 푹 쉬자!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