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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백두대간 종주 - 11편 / 1인 여행자의 설움)

탁왕 2024. 4. 15. 08:49

* 11편 연재(3월 29일 / 금 / 비 / 덕산재, 배티고개, 고웅고개, 소사고개, 오두재, 빼재, 칡목재, 남령, 육십령)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얼마나 내릴지 몰라 우의와 방수 덮개 등을 모두 꺼냈다. 준비하는 데만 20여 분 걸린다. 오토바이에 방수커버를 씌우는 모습을 주유소 사장님이 재밌다는 표정으로 지켜본다. 커버를 씌우는 동안 주유소를 찾아온 손님들은 사장님의 말씀대로 모두 동네 사람들이었다. 일부는 자기 차량에 주유하는 사람도 있었고, 일부는 많은 양의 기름을 주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 n행시를 읽을 적엔 휴대폰을 가로로!!
 
『외부 사람이 진지한 표정으로 방수 커버를 씌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장님!
 지금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외지인을 바라봐 주세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인간미 넘치는 사장님 배려를 통해 그 동네가 정감있다 평생 기억하게 될 겁니다.』
 
 
비에 젖지 않도록 커버를 씌웠지만, 수고한 품에 비해 다행스럽게도 내린 비의 양은 적었다. 예보한 정도의 수준이랄까. 최근의 기상청은 너무 잘 맞춰서 탈이다.
 
덕산재(무주군 무풍면 금평리 산 168-3)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67번 덕산재

 
 
배티고개(거창군 웅양면 한기리 66-3)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68번 배티고개, 마을이 자리잡은 이곳에도 과거엔 여러 전설이 있었겠지!

 
 
고웅고개(거창군 웅양면 군암리 산 164-3) , 백두대간을 돌면서 느낀 것 중에는 80령을 기점으로 행정구역이 바뀌는 곳이 상당했다. 산을 올라갔다가 정상에서 다시 내려가는 곳이기에 행정구역을 나누기 수월했을 것이다.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69번 고웅고개, 혹여 이곳에 곰이라도 살았을까?

 
 
소사고개(거창군 고제면 봉계리 산 216-2)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70번 소사고개, 잠시 쉬고 싶었는데, 휘돌아 부는 바람 때문에 갑자기 몸에 소름이 돋았다.

 
 
오두재(무주군 무풍면 덕지리 산 1-5)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71번 오두재, 접근하기가 수월했고, 더이상은 모래가 보이지 않았다.

 
 
빼재(거창군 고제면 개명리 산 22-15) 비 오면 메모를 할 수 없다. 젠장할!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72번 빼재, 정말 궁금했다. 왜 빼재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왜?

 
 
73번째 칡목재(거창군 북상면 소정리 산 2-13)에서 또 오토바이를 자빠뜨렸다. 애인을 너무 자주 자빠뜨리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속이 쓰리다. 말뚝 표지판을 확인 못 하고 지나쳤고, 되돌아서 그 앞에 세우려다 넘어졌다. 다행스럽게도 탈 난 곳은 없었다.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73번 칡목재, 단순한 여행자의 생각인데, 이곳에 칡이 많았던 곳일까 싶다.

 
 
영동, 김천, 무주, 거창, 함양까지 백두대간으로 접근하는 도로는 오전에 느낀 바와 같다. 오후에 비만 내리지 않았다면 완벽한 하루가 되었을 것을! 6일 차인 토요일은 76번 무릉고개부터 80번 성삼재까지 돌아보게 된다. 아무쪼록 안라! 무복! 하자.
 
남령(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산 224-3)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74번 남령, 개인적으론 백두대간 찾아가는 길 전체를 한국의 아름다운길로 지정했으면 한다.

 
 
육십령(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1729)에서 숙소인 하얏트모텔(장수군 장계면 장계리 487-6)까진 10㎞ 거리다.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75번 육십령, 이곳에도 마을이 있다. 식당과 커피숍도 있었지만, 정류장 대기실에서 쉬었다.

 
 
비가 조금 왔지만, 다행스럽게도 일정을 서둘러 마치게 되어 여유가 있다. 짐 정리할 것도 다행히 없어 일찍 저녁을 먹기로 했다. 숙소 주변에서 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마땅한 식당이 없었다.
 
제육볶음을 먹고 싶은데, ‘2인 이상 주문’이었다. 다른 식당에서 육개장을 발견하고 식당에 들어가려다 입구에서 ‘컷’을 당했다. 그 이유는 또 다른 식당에서 주인장에게 들을 수 있었다.
 
죽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찾아 팥칼국수를 주문했다. 손님은 나 혼자라 나이 지긋한 주인장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사장님! 저 위쪽에 낙지 요리하는 곳엔 1인 손님을 왜 안 받을까요?”
“낙지요리를 2인분 이상 팔기 때문에 귀찮아서 안 받았을 거예요.”
“메뉴를 말하지도 않았어요. 식사 되냐고만 말했더니 고개를 젓더군요.”
“혼자 들어가서 그래요. 여기 딴 식당에서도 그래요. 제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다른 식당 찾다가 오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칼국수만으론 부족했다. 나에게 작은 보상을 하고 싶었다. 닭요리에 맥주라도 말이다.
“바로 요 옆 2층에요. 닭찜 요리는 맛이 어때요?”
“저는 안 시켜봐서 잘 몰라요. 맛있다고들 하던데요.”
 
맛있다면 자신이 주문했을 것이다. 안 했다는 건 그 반대라는 뜻이거나, 가격이 턱없이 비싸다는 의미일 것이다. 주변을 배회하다가 결국 옛날 통닭 1마리(1만 1천 원)로 정했다. 카프리 병맥주 2병까지 더해 숙소에서 나만의 포식을 즐긴다.
 
*1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