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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청도군 운문사, 공암풍벽, 와인터널, 망향정 휴게소)

탁왕 2023. 11. 22. 16:45

*휴대폰으로 보며 읽을 경우 세로가 아닌 가로로 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제 글에는 여러 개의 n행시가 있거든요.
 
2023. 11. 21.(화) 맑음
 
안도하고 있는 지금 시간은 오전 08시 27분이다. 메모 중인 장소는 울주군 상북면 석남로 864번지 ‘청원 주유소’ 옆 24시 편의점 벤치다.
 
손가락 끝이 얼어 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설상가상으로 1시간 20분 정도 MT-07을 운전했더니 스로틀을 감는 오른손 전체가 심하게 저리기까지 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심정으로 주유소나 24시 편의점을 찾았고, 마침 다행스럽게도 진행 방향(운문사) 왼쪽으로 주유소와 편의점이 함께 있어서 바로 유턴해서 들어왔다.
 

청원 주유소엔 편의점이 같이 있었다. (메모노트와 방한장갑, 텀블러)

 
 
춥다는 단계를 넘어 손가락 끝이 쓰리고 아리는 상황이라 도저히 운전할 도리가 없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없는데 말이다. 비교적 포근한 날씨임에도 장시간 운전한 결과 추위가 손가락 끝으로 누적이 되었다. 식겁했다.
 
『너는 실체가 없는데도 정말 무섭구나.
 무식한 녀석! 무슨 추위가 이렇게 무자비한지.
 춥다 못해 손끝이 쓰리고 아린다.
 다행인 것은 포근한 날씨가 여행자의 기분을 북돋아 준다.』
 
휴가를 냈다. 오토바이 여행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휴가를 사용하기로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날씨를 확인했고, 적당한 기온에 화창한 날씨가 예상된다는 기상청 정보에 따라 기쁜 마음으로 청도군을 목적지로 정했다.
 
포털에서 청도를 검색한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정리한 여행지가 운문사와 공암풍벽, 와인터널이다. 그 외에도 자연휴양림과 계곡, 폭포 등이 많이 보인다. 문화재가 있다면 경유지로 포함했을 것인데, 운문사 외엔 딱히 보이지 않았다. 선택한 곳들은 모두 방문한 적이 없다. 더군다나 공암풍벽과 와인터널은 검색하며 처음 알게 된 장소다.
 
퇴근하고 언제나처럼 여행 준비를 미리 해둔다. 추위를 몹시 타기 때문에 옷을 3겹 4겹으로 입기 위해 이것저것 꺼내 놓았다. 열선 장갑․양말을 준비하지 못했지만(여행하며 후회를 반복했다. 그토록 손가락 끝이 아릴 줄이야!),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싶었다. 결과적으로 착각이었다.
 
먹을 것(귤, 사과, 빵)과 마실 것(두유, 커피)도 미리 쟁여두었다. 커피는 아침에 일어나 물만 끓이면 되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기상 시간은 언제나 정확하다 05시 30분에 가까워지면 수면 상태에서 벗어난다. 그러다가 잠시 후 알람을 듣게 된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칠흑같이 어둡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30분을 더 뒤척인다.
‘청도는 가까운 곳이다. 천천히 출발하자’
자신에게 주문을 외듯 속삭이며 잠을 청했다.
 
여행 준비를 끝내고 07시에 MT-07을 출발시켰다. 애마가 조용 조용하게 으르릉 거린다. 오늘 여행 중에 스로틀을 당길 때마다 느낀 것이 있다. 다른 날과 달리 오토바이가 고속으로 달리고 싶어하는 그런 모양이었다. 드넓은 대지를 질주하고 싶어 하는 야생마처럼 MT-07이 그러했다. 시속 200㎞ 이상 달릴 수 있는 심장을 가졌는데, 늘 100㎞(GPS 기준) 근처에서 머물렀기에 가끔은 나도 그 속도를 경험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정관을 통과할 때까진 추위에 예민하게 반응하진 않았다. 다만 습도가 높아 헬멧 안으로 서리가 끼었다. 그때마다 글라스를 조금 여닫으며 조절했다. 다음엔 서리 방지제를 미리 준비할까 한다.
 
양산으로 진입하면서 방한 장갑 안으로 침투하는 추위가 쌓였고 손끝이 시리기 시작했다. 울주군 상북면을 달릴 때는 참을 수 없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주유소 없나? 편의점은? 환장하겠네!’
그렇게 찾은 장소가 ‘청원 주유소 옆 편의점’이었다.
 
08시 55분, 메모를 끝내고 다시 출발한다. 20분 정도 햇볕에 몸을 녹였더니 따듯한 기운이 가슴에서부터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전해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불볕더위가 사람을 기진맥진하게 했는데, 지금은 그 불볕이 마냥 그립다. 참 간사하기도 하지!
 
09시 20분 무렵, 운문사 후방 1㎞ 지점에서 어떤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세운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경비초소(왼쪽)와 건물(오른쪽)이 있고, 사찰로 들어가는 차량에게서 입장료 또는 주차 요금을 받는 중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내가 바이크를 타고 오는 것을 보곤 멈춰 세운 것이다.
“오토바이는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합니다.”
“네? 뭐라고요?”
“오토바이는 여기서부터는 갈 수 없고, 사찰에 갈 거면 저기 오른쪽에 세우고 걸어서 가세요!”
“아니 왜요? 아직 1㎞나 남았고, 사찰 입구에 주차장 있잖아요!”
“오토바이는 시끄럽다고 스님들이 오토바이가 올라오지 못하게 합니다.”
“아저씨! 이 오토바이는 일반 차량보다 더 조용해요. 지금 더 시끄러운 저 트럭도 올라가는데, 이 오토바이가 왜 못가요?”
“어쨌든 안 됩니다. 스님들이 싫어합니다.”
“얘는 머플러가 순정이라서 승용차보다 더 조용하다니까요!”
“절에 가려면 저기 세우고 걸어가세요. 안 됩니다.”
“아! 정말 환장하겠네!”
 
오른쪽 길옆으로 바이크를 세운다. 헬멧과 선글라스를 벗고 다시 일하는 사람에게 다가간다. 그 사이에도 일반 차량이 사찰 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소음으로 따지자면 그 차들에 비해 순정인 MT-07 머플러 소리는 거의 스텔스 수준이다.
 
사찰에서 지시하는 대로 일하는 분에게 뭔 잘못이 있겠나. 다만, 추위를 뚫고 올라왔는데, 1㎞ 넘게 걸어가려는 생각이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되돌아 가버릴까? 하는 고민까지 들었다.
“이보세요 아저씨! 일하는 분에게 이렇게 따지면 안 되는 건데, 상황이 그렇잖아요. 조용한 오토바이는 못 가게 막고, 지금 지나가는 저 차들은 더 시끄러운데도 올라가잖아요. 소음이 심한 오토바이는 막더라도 얘는 좀 전에 보셨듯이 조용하다니까요.”
“미안합니다. 오토바이는 일절 진입이 안 됩니다.”
 
어쩔 수 없다. 방법이 없으니 걸어가야지 생각하는 중에 금방 올라온 트럭 기사가 날 부른다.
“처사님! 절에 가십니까? 같이 가시죠. 저도 절에 가는데, 이 차에 타세요”
“정말요? 고맙습니다.”
“오토바이가 경내까지 올라와서 하도 시끄럽게 했거든요. 스님들이 아주 질색하십니다.”
“그래요? 어떤 미친놈들이 오토바이로 경내까지 들어가죠?”
“스님들이 수련에 방해되신다고 해서 아예 못 올라가게 막는 겁니다.”
“네! 일하는 분들이 뭔 잘못이 있겠어요. 사찰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죠. 저도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 순정 그대로 타고 다닙니다.”
“처사님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를 동승하면서 운전하는 분 얘기를 들었고,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다. 주변에 구조변경한 오토바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배달용 오토바이가 경내까지 올 일은 없을 것이다. 할리와 같은 기종들은 그 특유의 배기음에 매료되어 구매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다른 오토바이들도 구조변경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오토바이들이 운문사를 찾았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오토바이를 주차장에 두고 구경하면 뭔 상관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해서 본 결과 그게 아니었다. 운문사는 바로 주차장 옆이었다. 조용한 사찰이기에 주차장에서의 소음이 여과 없이 그대로 경내로 들리게 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오토바이 진입을 금지한 것이 지나친 조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동승해서 타고 올라간 트럭이다. 감사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내렸다.
“처사님! 차는 여기까지 갈 수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잘 구경하고 가세요.”
 

운문사 연혁, 주차장과 주차장에서 운문사로 진입하는 도로(약 100m 진입하면 입구가 보인다)

 
 
주차장을 오른쪽으로 보면서 운문사 입구로 올라간다. 사찰 입구 앞쪽(진행 방향 왼쪽)에 넓은 공터가 있었고 햇빛에 반사 되어 그 넓은 공간 전체가 반짝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가까이 다가갔더니 서리가 내려 그대로 얼었다. 하얗게 얼었고,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이는 중이었다.
 
『서리가 내려 아침을 맞은 온 세상을 하얗게 얼게 했어.
  리(이)토록 찬란한 눈부심이 햇살을 받으며 사라지는 기적도 보여준다네.』
 

운문사 배치도(위), 서리가 내려 온통 반짝였다(아래)

 
 
운문사 입구를 지키는 건물(종각) 2층에 범종이 걸려 있었다. 들어가서 현판을 보았더니 樓(루, 다락) 鐘(종, 쇠북) 梵(범, 불경)이라 되어 있었다. 휘갈긴 듯한 예술 작품에 가까운 현판 글씨를 내가 어떻게 알아보고 읽었겠나! 사진으로 찍어 한자를 해독하는 앱이 있어 그 덕을 본 것이다.
 

종각, 2층에 범종이 걸려 있고, 현판에 루종범 글씨가 보인다.

 
 
종각을 지나 왼쪽을 보면 ‘원응국사비’가 세워져 있다.
※ 원응국사비: 고려 중기 승려인 원응국사 학일의 운문사 중창과 그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 고려 인종 22년 1144년 학일 왕사가 93세로 입적하자 인종은 국사로 책봉하고 원응이라는 시호를 내려 비를 세우게 했다 한다.
 

 
 

원응국사비, 설명에 따르면 세조각으로 갈라졌다 하고, 실제로도 그렇다.

 
 
원응국사비 오른쪽으로 넓은 공간에 건물이 여럿 조성되어 있다. 그곳은 스님들 수행 공간이라 들어갈 수 없도록 해두었다.
 

스님 수행공간, 일반인은 들어가면 안 된다.

 
 
종각 정면엔 특이한 소나무가 있다. 『처진소나무』라고 한다. 둘레 3.5m에 나무의 나이가 500여 년 정도로 추정한다고 안내문 정보에 적혀 있다.
 

처진소나무라는 품종은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앞엔 ‘대북’이 놓여 있는 『만세루』가 있다. 건물 오른쪽으로 『대웅보전』이라는 건물이 조성되어 있고, 만세루 뒤편에도 같은 이름의 『대웅보전』이 있다. 차이점은 만세루 오른쪽 건물이 비교적 최근에 건축된 걸로 보인다.
 

만세루(상), 만세루 오른쪽의 대웅보전(중), 만세루 뒤쪽의 대웅보전(하)

 
 
뒤편 대웅보전에서는 스님의 목탁 소리와 경을 읊는 조용하면서도 경건한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만세루에 앉아 메모하면서 스님의 목탁 소리와 독경 소리를 한참 들었다. 그럴 때면 희한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운문사, 동서남북으로 산과 계곡이 감쌌다.
  문을 열고 들어가 공부하며 수련하는 이곳은
  사찰인 듯 신선이 머무는 곳인 듯!』
 
만세루를 보며 생각난 건물이 하나 있다. 통영엘 가면 이순신 장군께서 거처하며 수하의 장교들과 작전을 짜고 수군을 지휘하신 장소가 있다. 그곳을 닮았다. 근데 그곳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포털 다음에 물었다. 『선병관』이야!
 
사찰을 돌아보고 오토바이가 세워진 곳으로 내려가면서 소나무가 무성한 곳을 지난다. 차를 얻어 타고 올라갈 적엔 바이크 진입을 막은 것에 흥분해서 보고도 보지 못했던 장소다. ‘솔바람길’이라는데, 운문산 생태탐방로라고 한다.
 

요금 징수하는 곳에서 운문사 올라가는 도로인데, 솔바람길이라고 한다.

 
 
오전 11시 10분 무렵, 공암풍벽을 구경하기 위해 공암리로 들어섰다. 운문댐을 지나 공암리로 진입했는데, 그 도로가 매우 익숙했다. 올해 상반기에 찾은 적이 있었던 곳이라는 걸 나중에 기억했다. 그곳 기록은 뒤에서 다루기로 하자.
 
마을 길을 따라 내려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마을 초입에 꽤 넓은 주차장이 있다는 것이고, 다음은 하우스 시설이 마을에 지천으로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가까이 갔더니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하우스였다.
 

마을 입구(위), 마을 전경(두 번째), 표고 재배 하우스(아래)

 
 
내비가 안내한 도착지에 민가가 있다. 민가 입구에서 두 사람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잘라 트럭에 싣고 있었다. 집 입구에 오토바이를 주차했더니 트럭을 넣어야 하니까 다른 곳으로 옮기란다. 사유지이니 당연히 그들 지시를 따라야 한다. 적당한 장소로 옮기는 것을 허락(?)받고 주차한 다음 공암풍벽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민가 안쪽으로 이어진 길로 계속 가면 된다네.
 

작업 중인 분들, 민가 앞 집을 지키는(?) 견생들

 
 
주택 입구 오른쪽엔 집을 지키는 잡종 개 두 녀석이 한가로이 쉬는 중이다.
‘니들 팔자가 아주 상팔자구나.’
민가를 오른쪽으로 보며 약 100m 진입했다. 호수가 나타났고, 호수 오른편으로 공암풍벽이 보인다. 설명에 따르면, 운문면 대천리에서 경주로 가는 길목인 운문면 공암리에 자리 잡은 높이 30여m 반월형 절벽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공암풍벽이란......

 
 
공암풍벽의 모습이 얼핏 반구대 암각화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하회마을에서 바라본 부용대를 닮은 느낌도 들었다. 봄에 꽃이 필 적에 아름답다는데, 또 찾아올 수 있을까? 데크로 풍벽까지 연결되어 있다.
 

공암풍벽과 호수 전경

 
 
『공암풍벽의 존재를 그동안 몰랐지 뭐야.
 암벽이 흙과 나무로 된 신선의 옷을 입었고, 그 모습이 신비로워.
 풍벽의 모습은 신선이 모로 누운 듯하다.
 벽화만 새겨졌다면 제2의 반구대 암각화가 되었겠구나.』
 
12시다. 운문댐 망향정 휴게소에 바이크를 세웠다. 운문댐에서 공암리까지의 도로는 적당한 커브 길(내 기준엔 급커브)이 연속해서 이어져 있다. 알차를 포함해 많은 라이더가 찾는 명소다. 와인딩하기 매우 좋은 장소이기 때문인데, 이들이 쉬어가는 곳이 바로 운문댐 망향정 휴게소이기도 하다. 화장실과 쉴 수 있는 벤치가 있어 더할 나위 없다.
 

운문댐(위), 망향정 휴게소(두 번째), 화장실과 공암리로 향하는 도로

 
 
올해 상반기에 가지산을 찾았다가 여기에 왔었는데, 할리를 타는 수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고, 나처럼 독립군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여럿 본 적 있다. 찾아온 오늘(11월 21일)은 커브길 그늘진 곳에 아직 얼었다가 녹지 않은 흔적이 보이는 것 같아 매우 조심해서 통과했다. 준비해 간 빵과 커피, 사과, 귤 등으로 간단한(?) 만찬을 즐겼다.
 
12시 반 무렵이다. 오토바이로 여행 중인 커플이 휴게소에 들렀다. 얘길 나누다가 알게 된 것은 우리가 이미 공암풍벽에서 조우했다는 것이다. 그때 벤치에 앉아 여행 메모 중이었기에 커플이 대화하며 구경하는 모습에 관심이 없어서 보지 못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바이크 기종을 물어본다. 번호판에 지역이 표기되어 있기에 사는 곳에 대한 정보도 교환한다. 대화를 나누면서 염치없게도 내 블로그를 소개했다. 포털 다음에서 ‘오토바이 여행’이라고 검색하면 블로그를 볼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두 사람은 기념을 겸해 여행을 떠났다 한다. 여성이 이번 부산시 공무직 채용에 합격했고 이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것이라고. 함께 바이크를 타는 모습이라니! 이 글을 빌려 좋은 직장을 얻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부부인 것 같은데 언제까지나 함께하길 바라며, 부디 행복하길 축원한다.
 
라이더인 나를 보고 인사를 겸해 선뜻 귤을 건넸다. 그 모습에서 마음이 보인다. 좋은 사람이라고 마음이 알려 준다. 답인사로 사과와 두유를 전했다. 나 역시 나쁘진 않은 사람임을 거기에 담았다.
 
13시 20분, 즐겁게 오토바이를 운전하면서 청도 와인터널에 도착했다. 망향정 휴게소에서 출발할 때 라이딩하기 딱 좋은 정도로 기온이 올랐다. 낮 최고 17도라고 확인했는데, 덥지도 춥지도 않은 최적의 기온이다. 바람도 구름도 없는 훌륭한 날씨였다.
 
도로 상태도 좋았다. 과속하는 차량도, 위협 운전하는 불량 운전자도 만나지 못했다. 상쾌한 기분으로 신호를 같이 지킨다. 왕왕 앞질러 가라고 양보해 주는 차들도 만났다. 그중에는 경찰차도 있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추월하며 왼손을 들어 고마운 인사를 전했다. 오토바이로 여행하기 참 좋은 날이라는 말을 아주 길게도 설명했다. 이런 걸 오지랖이라 한다.
 
도착하긴 했지만, 청도 와인터널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였다. 대충 비슷비슷한 터널이겠지. 일전에 찾았던 트윈터널 정도 되겠지. 길이도 4백에서 5백 미터 정도 될 거야 하는 선입견으로 가득했다.
 

청도 와인터널 입구 모습과 안내판

 
 
정보를 확인하곤 선무당이 왜 사람을 잡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이 터널 길이가 무려 1,015m다. 1904년에 완공되었다는데 1896년부터 공사를 했다 한다. 1905년에 개통했고 경부선 열차 터널을 정비해서 2006년 3월에 와인터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감와인을 숙성할 목적으로 개장했다는 사실이다. 내부를 계속 걸어서 들어갔다. 거의 4~5백 미터 들어갔을 것이다. 끝이 보이질 않아 잠시 긴장하기도 했다. 그제야 이 터널이 예사롭지 않음을 실감한다.
 

터널 내부 모습

 
 
되돌아 나오면서 레귤러와 스페셜로 조합된 세트 상품을 구매하려고 4만 3천 원 결재했다. 기대 이상의 감흥을 준 청도 와인터널에 대한 나름의 보상인 셈이다.
 

스페셜(왼쪽), 레귤러(오른쪽)

 
 
『청도 뿐만 아니라,
 도처에 관광용 터널이 있을 정도라 관광지로서
 와인터널은 감흥이 없다고 생각했어.
 인정해야겠다. 내 생각이 짧았음을.
 터널을 걸어 들고 나며 터널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널려 있는 흔한 터널이 아니었어. 너는 진짜배기구나.』
 
이렇게 오늘 여행 미션을 마쳤다. 임무(?)를 끝낼 수 있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준 애마 MT-07에게 애정을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 돌아갈 적엔 가을과 겨울 정서를 마음껏 느끼고 즐기면서 천천히 감상하며 가자꾸나.
 
※총 주행거리: 250㎞ / 평균 연비: 리터당 25㎞ / 사용 연료: 10리터
※연료비: 13,000원(울산 울주군 상북면 석남로 664, 청원 주유소)
※와인 : 43,000원(경북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산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