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자,오토바이(×),여행(백두산과 천지 여행기 5편)
# 5편 연재(4. 20. 일요일. 2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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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살구꽃이라 한다. 예쁘게 피었고, 연길시와 잘 어울렸다. |
베이스캠프 관광도시에서 일행을 기다린 버스를 타고 연길로 가는 도중에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 17시 25분 무렵, 화장실 이용을 위해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었다가 17시 32분에 출발했는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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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화장실 이용을 위해 5분 가량 쉬었다. |
고속도로를 15분 정도 달렸을 무렵이다.
“가이드님. 일행 중에 아까 휴게소에 휴대폰을 두고 온 사람이 있다네요.”
“휴대폰을요? 어디에 두었는데요?”
“화장실 근처에 두었다고 합니다.”
다른 팀원 중 1명뿐이었던 여성이 당사자였다. 우리가 당황한 만큼 가이드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전화번호를 검색해서 휴게소 쪽에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우째야 하노? 버스를 돌려야 하나?”
“버스 돌리면 되지. 돌아갔다가 오면 얼마 안 걸려.”
“다른 일행이 있는데, 그러면 되겠나! 먼저 휴대폰이 있나 확인부터 해야지. 휴대폰을 누가 가져갔다면 돌아가봤자 헛걸음하게 된다니까!”
휴대폰 분실을 인지할 그 무렵에 시간을 죽이기 위해 휴대폰으로 유튜브 등을 검색하던 중이었는데, 신호가 잡히지 않는 구간이 많았다. 가이드가 통화를 시도했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아 답답해하는 그 순간이기도 했다.
『휴대폰을 분실했다고? 어디에서?
대체 어쩌자고 그러냐? 정신을 어디 두고 다니는 거야?
폰에 뭐가 있다고? 카드와 현금? 얼마나? 카드 넉장에 현금 백만원? 야이 씨***』
“통화가 되는가요? 현장에 휴대폰이 있나 없나 확인부터 해야겠죠. 그래야 돌아갈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 싶은데요.”
버스를 돌릴 상황이 되려면 휴대폰 확인이 먼저여서 가이드에게 말을 건넸다. 무작정 회차할까 싶어 나름의 방식으로 제지한 것이다.
“전화 연결이 안 되고 있거든요. 좀 기다려보세요.”
일행을 태운 버스는 계속 달릴 수 밖에 없었고, 유턴이 가능한 구간은 상당한 거리를 달리는 동안 보이지 않았다. 그쪽 일행이 분실한 휴대폰으로 계속 연결을 시도하고 있었고, 가이드 역시 확인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결정을 할 수도 없었다.
두고 온 휴대폰과 휴게소로 통화 연결을 계속 시도하면서 버스 기사와 의논하기도 한다. 다행하게도 휴게소 책임자와 연결이 된 모양인데, 여자 화장실이 아닌 바깥쪽 세면대를 확인했지만, 휴대폰을 발견하진 못했다.
“세면대엔 휴대폰이 없다고 합니다. 여자 화장실 내부를 확인해달라고 했으니까 좀 기다리세요.”
“휴대폰이 없으면 분실된 기다. 돌아갈 필요가 없다.”
“휴대폰 바꾼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중요한 게 좀 있는데.”
그쪽 일행들끼리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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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방향에서 가까운 톨게이트로 나왔다. 지금 확인하니까 '송강'이라고 되어 있다. |
연락을 계속 유지하면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버스를 세우기로 했다. 여차하면 되돌릴 수 있도록 톨케이트 바깥으로 장소를 정했다. 진행 방향에서 가까운 톨게이트로 나갔다. 정차한 곳에는 해당 지역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도로공사 같은 건물이 있었다. 그런 점도 운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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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한 바로 옆에 한국으로 치면 '도로공사' 건물이 있었다. 심각한 표정의 그쪽 일행들과 가이드. |
가이드가 통화하는 사이 일행 중 누군가가 분실된 폰과 통화 연결에 성공했다. 받은 쪽은 휴게소 여직원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가이드요. 전화가 연결되었습니다. 좀 받아 보세요.”
통화 결과, 분실된 폰을 찾았다. 휴게소에서 보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이드는 물론이고, 우리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입니다. 찾는 것이 문제지요. 확인했으니까 되돌려 받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사례금을 많이 준비하셔야 할 것 같네요.”
“택시를 타고 갔다 올 수 있을까요?”
“외진 곳이라서 택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숙소가 있는 연길시로 좀 가져와 달라고 하면 올라나?”
“저기 옆에 건물이 한국으로 치면 도로공사 같은데, 그쪽에 협조를 부탁하면 어떨까요? 근무 중인 직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습득하는 행운이 누구에게나 찾아오진 않아
득보다 실(얻은 행운보다 잃은 이의 불행)을 먼저 생각하는 이는 더욱 드물지!』
공사 쪽으로 가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부탁하자는 의견은 내가 제시했다. 여러 의견이 나왔고, 가이드가 공사 건물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아이고. 이게 무슨 소동이고. 다 뭐고 이게. 니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냐! 휴대폰 하나 간수 못해가지고 말이다. 니는 절로 가서 손들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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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확인하기 직전까지의 모습 |
가이드와 그쪽 일행이 공안으로 보이는 직원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표정이 밝은 것이 진척이 있는 것 같았다.
“다행입니다. 공안이 자기 차로 휴게소까지 협조해주기로 했습니다. 지금 출발한다네요.”
“운이 좋네요. 휴대폰을 찾은 사람도 그렇고, 공안도 저렇게 협조한다니 말입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기다리게 만들어서 미안합니다. 상황이 그렇게 되었네요. 진짜 미안합니다.”
“아이고! 괜찮습니다. 누구라도 안 그렇겠습니까! 휴대폰 지갑에 카드 여러 장 있을 것이고, 정보라는 정보는 전부 휴대폰에 있을 꺼 아닙니까! 당사자가 얼마나 걱정을 했겠어요. 까짓거 기다리면 되죠. 찾은 것이 다행입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회초리로 전신을 맞는 것 같은 소름의 시간이 지나가고
수면 직전의 평온함을 찾게 하는 단어, ‘찾았다’』
공안이 제한 속도를 무시하고 달리더라도 왕복 40분 정도는 걸릴 거리였다. 일행 모두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고, 웃으며 기다렸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가이드와 당사자, 일행 중 한 명이 공안 차량에 동승해서 휴게소로 향했고, 남은 일행과 우리는 자연스럽게 친밀해질 시간이 마련되었다. 모두들 버스에서 내렸다.
# 사진과 영상이 있지만, 일행들의 인물 사진이라 함께 담소 나누는 자료를 올리지 않는다.
그들 동료의 문제였기에 미안하고 고마운 상황이다. 술과 안주 등을 준비해서 우리 일행과 어울렸다. 버스 옆 도로 한편에 있던 드럼통처럼 생긴 쓰레기통 위에 술상을 펼쳤다. 통성명과 기본적인 호구조사가 오고 갔다. 어색함이 언제 있었나 싶게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공안의 도움을 받아 40여 분 만에 그들이 되돌아왔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공안만이 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이용하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친절하고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다.
“사례를 충분히 해서 감사를 표시하세요. 이럴 때는 돈을 아끼면 안 됩니다. 얼마나 다행입니까! 운 좋게도 착은 사람들을 만난 겁니다.”
“어떠세요? 중국 사람들이 친절하죠? 중국도 많이 변했거든요. 그 영화 있잖아요. 조선족 사람들을 범죄자로 묘사하는 영화들요. 그건 다 옛날 일입니다. 중국이 변했다는 것을 이번 일로 좀 아시겠죠?”
자랑스러움이 담긴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다. 19시 10분 무렵, 버스를 돌려 원래 목적지로 다시 출발했다. 1시간 이상을 달려 연길로 돌아갔으며,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양고기와 소고기를 꼬치에 꿰어 숯불에 구워 먹는 식당이었는데, 식당 이름이 ‘조우꼬치’여서 ‘조’씨 성을 가진 일행을 놀렸다.
“조우꼬치라니! 조 꼬치네, 조 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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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조우꼬치'와 꼬치구이! |
여행자에게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식당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고기는 무한 리필이었고, 식사하는 일행을 위해 식당 사장님이 기념 촬영을 돕기도 했다. 앞선 여행팀 중에 혼자서 꼬치 50개를 먹은 손님이 있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빈말이 아니었다.
함께 동행했던 그쪽 일행이 감사 인사를 하며 우리 쪽으로 넘어와 술을 건넸다. 그 소동을 겪으면서 서먹서먹한 분위기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고맙습니다. 불편하게 해 죄송하고요. 덕분에 잘 수습했습니다.”
“하여튼 잘 해결해서 좋네요. 한잔 같이 하시죠.”
밤 10시 무렵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식당에 도착할 때는 배가 고파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시야에 잡혔다. 벚꽃인 줄 알았는데,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개살구꽃’이 활짝 피어 거리를 아름답게 꾸몄다. 낮과는 다른 밤의 도시인 연길시와 그 꽃이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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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도로를 채색한 '개살구꽃' |
첫날 연길을 지나갈 적에 신도시 조성 공사가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었기에 연길시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도 일부만 본 것이다. 넓은 땅덩어리에 건물만 가득해서 특이점이 없다고 믿었고, 감흥이 없는 도시라고 섣부르게 짐작했는데, 아니었다. 낮과는 달리 밤의 연길은 전혀 다른 도시였다.
“연길은 밤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아파트가 형형색색으로 빛나도록 조명을 설치했는데, 나라에서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보기 좋죠?”
늦은 밤이었고, 피곤해서 촬영을 하지 못했다. 아파트 건물 외벽에 여러 조명을 설치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빛을 발하도록 세팅이 된 듯했다. 물론 그 정도의 노력만으로 관광객의 구미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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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가는 길에 '천지대교'를 건넜다. 일행이 촬영한 사진! |
22시를 지날 무렵, 숙소인 ‘풋볼 호텔’에 도착했다. 식당에서 가까웠다.
“연변 축구팀이 숙소로 이용하는 호텔입니다. 아침 식사는 07시부터인데, 무료로 제공이 되고요. 짐을 정리해서 08시까지 내려오시면 됩니다. 여권은 모두 저에게 주세요. 그리고 내일은 공항으로 가기 전에 쇼핑몰을 방문합니다. 원래 오늘도 쇼핑 1곳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서파로 바뀌면서 못 갔습니다.”
“안마하는 분들이 호텔로 바로 오죠? 시간이 없어서 안마 시술소로 간다거나 씻고 할 여유가 없겠네요. 옷 갈아입고 바로 안마받도록 하죠.”
선택 코스인 전신 안마를 받는 것으로 관광 일정이 종료되었다.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1시간가량 안마(1인당 5천 원이다)를 받으면서 일행 다수가 숙면에 빠진 것이다.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다행이었다. 백두산 관광 과정에서 선택 코스로서의 안마는 추천할 수 있겠다. 5천 원인 점(팁 가격이 5천원)을 감안하면 가성비 또한 나쁘지 않았다.
# 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