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자,오토바이(×),여행(백두산과 천지 여행기 1편)
* 오토바이가 빠지긴 했지만,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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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운이 좋게도 백두산과 천지를 볼 수 있었다. |
1일 차(4. 19. 토)
전날 늦은 시간에 침대에 누웠는데도, 새벽에 잠에서 깼다. 휴대폰이 알려준 시간은 03시를 조금 넘긴 상태였다. 너무 이르다. 여행을 떠나는 흥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일행을 대표해서 김해공항으로 차를 가져가기로 한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다시 눈을 감는다. 오래 가지 못했다. 04시 30분을 알려주는 휴대폰의 태도가 불량하다.
“어허이! 더 주무시라니까! 얼라(어린애)도 아니면서 이 무슨 시츄에이션이오? 이러시다 또 자다 깨시겠네!”
“어휴 씨부랄 것!”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웠다. 간신히 다시 잠들었지만, 역시 오래 가진 못했다. 05시 13분이었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여행 준비를 서두른다.
『백두산을 찾아 떠나는 길에 신의 가호와 축복이 함께 하길!
두 번 이상 방문해야 볼 수 있다는 천지를 찾아가는 길
산중의 산인 신비로운 백두산이 부디 우릴 반기길!』
기장군청에서 근무할 적에 연결된 인연에 기대어서 모임을 결성했고,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부정기적으로 모여 식사를 하거나, 1년에 한 번 정도 여행을 떠나곤 했다. 코로나 시기엔 어림도 없었지만, 탄핵 이후 가까운 중국으로, 그중에서도 백두산을 다녀올 결심들을 한 것이다. 일본 지자체 관련한 일을 하는 이**를 포함하여 퇴직한 이**, **진, 같은 곳에서 근무 중인 **현, 이**, 그리고 나까지 6명이 마음을 모았다.
4월 19일부터 시작되는 2박 3일 일정이었고, 월요일인 21일에 김해공항으로 돌아오는 계획이었다. 여행할 결심의 핵심은 백두산(중국 장백산)이다. 일요일로 예정된 일정이다. 하루 전날 준비를 마쳤기에 세안을 하고 가벼운 옷을 선택했다. 곤히 잠든 아내에게 인사를 던진다.
“자기야! 갔다 올게요!”
“잘 다녀오세요.”
일어나 포옹을 한다. 따듯하게 안아서 가볍게 좌우로 흔들었다.
일광역 광장 쪽 도로에 코란도를 세운 시간이 05시 45분이었고, 그 시간에 이미 **진 전 읍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서 얘길 나누었는데, 놀랍게도 하루 전인 금요일 같은 시간에도 그곳에서 기다렸다 한다. 출발 날짜를 착각한 것이었다.
“카톡으로 토요일부터라고 그렇게 일렀잖아요. 사모님이 연이틀 피곤하겠습니다. 여행을 두 번 하시는 거네!”
뒤이어 이** 전 면장과 **현 씨가 도착한다. 모두 칼같이 정확하게 시간을 지켰고, 예정했던 06시에 공항을 향해 차를 몰았다.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부산 외곽고속도로를 달렸다. 도로 사정은 더할 나위 없었다. 낙동강을 건널 적에는 낙동강관리본부에서 근무하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참 열심히도 근무했는데, 이젠 추억이 되었네!’
06시 36분에 국내선 앞 주차장에 도착했고, 입구에서 알려주는 홍보판의 ‘만차’안내 때문에 살짝 긴장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벌써 만차라니 싶었다. 그러나 그 정보는 오보였다. 국내선 주차장 4층과 5층에는 여유가 있었다.
국제선으로 이동하였고, 비슷한 시간에 모두 도착해서 절차를 밟았다. 김해공항을 살피다가 발견한 특이한 점은, 국제선 청사가 콩나물시루처럼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는 점이다. 여행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징표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물음표로 남겨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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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
탑승을 위해 A12 게이트로 이동하였고, 필요한 쇼핑도 곁들인다. 이번 여행에서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을 작정이었기에 면세점 보기를 돌같이 대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유심칩과 이심(다운 받아 설치하는 방식)을 설치하느라 한바탕 소란을 떨었다. 가장 애를 먹였던 휴대폰은 **진 전 읍장 것이었다.
“아니 구매를 하려는데, 왜 결재가 안 되지? ** 씨에게 맡겨야 하겠는데”
“그냥 때리치우라니까요. 안 되면 저처럼 하세요. 중국에 도착해서 유심을 사서 꽂으세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웃고 또 웃었으며 작은 소음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마냥 맑고 밝았다. 여행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거움과 흥분을 안겨 준다.
『유심칩을 바꿔야만 해외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지.
심상찮은 얼굴빛에서 유심? 뭔 소리야? 하는 길손의 당혹감을 읽게 된다.』
과거에 해외여행을 할 적엔 공항에서 해외 로밍 신청을 하고, 도시락처럼 생긴 와이파이 중계기를 빌려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그때 기억 때문에 이번 여행을 앞두고도 유심칩이 뭔지를 알지 못했다. 큰 공주님에게 부탁했고, 딸아이가 중국에 도착하거든 유심칩을 바꿔 꽂으라며 온라인으로 구매해서 이것저것 일러 주었다. 물론 시행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집에서 직접 해보기도 했다. 탑승 전에 휴대폰을 종료하고 유심칩을 심었고, 중국에 도착해서 작동시켰는데, 매우 원활하게 가동되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는 것보다 유심과 같은 방식이 중년 남자에겐 간단했다.
09시 20분 무렵, 탑승 절차가 개시되었다. 당일 탑승한 에어부산은 만석이 아니었지만, 저가 항공을 타고 중국 여행을 떠나는 한국 동포들이 엄청났다. 저가 항공이라 기내 서비스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상황이었고, 한 가지 불만이라면 좌석이 너무 불편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승객을 거의 짐짝 수준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면 이럴 수가 있을까! 싶었다. 그 불편함이란! 돌아갈 적에도 같은 항공사를 이용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비행시간은 이륙 후 2시간 20분이라 했다. 기록할 것은 연길 공항이 군사 공항이기 때문에 보안 수준이 남달랐다. 항공기가 공항 가까이 접근하자 승무원이 기내 방송을 통해 색다른 당부를 전달한다. 항공기 창문 덮개를 모두 가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런 상황을 중국 측에서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열지 못하도록 안내문이 있는 딱지까지 붙이는 것이 아닌가!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지만 어쩌랴!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 했으니 따라야지. 지시를 어기면 중국 공안에 끌려갈 수도 있다는 안내 멘트에 순순히들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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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공항 연길 보안 수준을 말하는 딱지와 창문 덮개 | 창문을 개방했을 적의 모습 |
입국 절차는 한국의 여타 공항과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입국장의 분위기가 매우 어두웠고,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 정부가 좀 더 밝고 환하게 바꾸어 주었으면 싶다. 외국인이 현지에 도착해서 처음 맞이 하는 상대가 입국장에서의 직원들이다. 스마트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친절한 미소로 안내한다면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훨씬 달라지지 않을까!
중국 연길과 한국과는 시차가 존재한다. 연길이 1시간 느리다. 가령 한국이 오후 3시라면 연길은 2시인 것이다. 입구에서 가이드와 동행할 다른 일행과도 만났다. 패키지여행 상품이었고, 12명이 신청했다. 우리 일행이 6명이었는데, 다른 일행도 6명이었다. 버스가 넓었기에 복잡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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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일정을 함께 한 가이드. 감사드린다. |
현지 시간으로 12시 25분 무렵부터 일정을 시작했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열군속(熱君屬)이라는 식당이었고, 냉면 전문점이다. 여행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식당 앞에 줄지어 주차한 대형 버스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한결같이 한국인을 손님으로 모셨을 것이다. 식당 내부에서 중국어를 말하는 사람은 식당 직원과 가이드 뿐이었다. 냉면과 찹쌀 탕수육이 제공되었는데, 먹을 만했다. 식당에서 제공한 생수 외에 추가로 물을 요구하면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가이드의 말에 버스에서 나눠준 물을 가지고 식당에 갔다.
『연길을 통해 백두산을 갈 수 있기에 찾았을 뿐이었어.
길이 열린 도시인 연길시를 정작 우린 잘 몰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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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는 연길 공항, 아래 사진은 식당과 1일 차 점심 메뉴인 냉면과 찹쌀 탕수육 |
식사하고 찾은 화장실은 남녀가 함께 사용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럼에도 2000년 초반에 중국을 찾았을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단연 화장실이다. 훨씬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었다.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