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여수 여행기 - 2편 어촌과 어촌 사이에서)
# 2편 연재 - 추억이 깃든 곳 여수 여행기(어촌과 어촌 사이에서, 돌산도, 밤섬, 화태도, 화태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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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도 성두마을 앞 바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바다의 모습은 더 황홀했다. |
여수에 도착할 때까지 기어를 신중하게 변속했더니 더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크루즈 기능은 탁월했다. 다만, 기존 MT-07이 689cc 배기량에 평균 연비가 리터당 25㎞ 수준이라면, 800 MT는 리터당 20㎞ 미만으로 추정이 된다. 여행 후에 연비를 계산하면 알게 될 것이다. (확인 결과 100㎞를 주파하는데 4.4 리터를 사용했다고 전자식 계기판이 알려준다. 리터당 22.7㎞ 정도라는 얘긴데, 이거 잘못된 정보 아냐?) 속도를 110킬로 이상으로 잠시 올려보았더니, 연료 게이지 떨어지는 속도가 거의 음속에 가까웠다.
겹겹으로 옷을 입고 차가운 주행풍과 맞섰지만, 오전 11시를 넘길 때까진 문명의 힘을 빌렸음에도 가슴팍을 뚫고 침투하는 추위를 방어할 순 없었다. 11시를 넘기면서 햇빛이 추위를 이겨내고 온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성능으로 손과 엉덩이를 따듯하게 하고, 옷가지들로 중무장을 했음에도 어쩔 수 없다. 외부에 노출된 상태로 자연과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결국 어리석은 짓이다.
『행복이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그런데도 현대판 김삿갓을 자처하고 애인과 길을 나서는 것은 『행복하기 때문이다.』 달리는 그 시간대에 비기스트와 해인동우회원들은 슈퍼컵에 출전해서 시합 중이었다. 함께 출전해야 했지만, 이 또한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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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조촐한 점심 식사! 사진 아래: 편의점 영업시간이 표기되어 있다. 24시가 아니었다. |
점심을 챙겨 먹는 동안 편의점 출입문에 시선이 갔다. 당연히 24시간 오픈일 것으로 알았는데, 영업시간 표시를 보고 뭐지? 하는 생각을 잠시 가졌다.
『open 06:00, close 24:00』
실적과 비용을 고려해서 저렇게 개선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 편의점은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고객이 누구든 여름엔 바깥 쉼터 이용을 하지 않을 것이고, 지금 이 시기엔 인기가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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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읍 계동마을 방파제 앞에서 애인과 함께! |
13시, 길을 재촉한다. 13시 15분에 도착한 곳은 돌산읍 계동마을이다. 전형적인 어촌이긴 한데, 마을을 지탱하는 경제의 핵심이 꼭 어업이라 말하긴 곤란하다. 길손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 횟집과 같은 식당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고, 호텔과 모텔, 펜션, 카페 등이 집중적으로 보인다.
『계획하고 찾아온 어촌은 아닌데, 계동의 아이들이 예뻤다.
동심을 언제까지나 마음에 담고 살아가려무나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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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점심 식사를 위해 손님을 가득 태운 관광버스가 들어왔다. 아래: 계동마을 아이들! 예쁘고 사랑스럽다. |
어른들을 가득 태운 관광버스 1대가 계동마을에 들어왔다. 아마도 전망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일 것이다. 『여수 밤바다』라는 두 단어에는 밤의 여수가 아름답게 보이거나 그렇게 느끼도록 관리하고 투자했다는 숨은 뜻이 있다. 그러니까 어업에 방점을 둔 도시가 아니라는 말이다.
13시 35분, 계동마을에서 해안을 따라 3㎞ 이동했더니 『두문포』라는 어촌이 나타났다. 이 마을 또한 관광지로 탈바꿈하려는 손길과 노력이 눈에 잡힌다. 한편으로 염려가 되기도 한다.
‘어중간하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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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포 마을 전경! 뭔가 관광지로 만들려했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
어항을 벗어나 두문포 마을 뒤쪽으로 달리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을 경제는 어업보단 농업(밭과 논) 쪽이 큰 기둥이라는 것을 말이다.
『밤섬이 길손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것은
섬섬옥수처럼 너! 밤섬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지.』
두문포를 건너 『항일암로』를 달리다가 잠시 멈춘다. 섬과 양식장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예쁘다. 사진으로 남긴다. 『밤섬』이라 하는데, 돌산 소율 전망대에서 보면 전망이 멋있다. 항일암으로 향한다. 항일암이 인기 있는 관광지인 모양이다. 가는 도중에 차와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확인하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제꿍(오토바이가 제자리에서 넘어짐)의 우려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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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 소율 전망대에서 바라본 밤섬! |
차들이 거북이걸음으로 진행했고, 오르막 도로에서 종종 멈추기까지 한다. 기존의 MT-07이라면 비교적 가벼운 무게에 두 발이 완전히 착지가 되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800 MT는 다르다. 60㎏ 이상 무게가 더 나가고 시트고가 높아 앞발만 간신히 닿기에 오르막에서 멈추면 위험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멈췄다가 출발할 적에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조작 미숙으로 시동이 꺼지기도 했다. 넘어지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두 번이나 위기가 찾아왔다.
『항일... 아니지! 향일(해를 향하다)이겠지!
일출명소로 이름난 유명 관광지라는 것은 알겠어.
암만해도 차와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아?』
# 암만하다: 이리저리 생각하여 보다.
주차할 곳도 없고, 도로 옆 정차도 곤란했다. 워낙 많은 차와 사람이 방문한 탓에 관리인들의 통제와 눈총이 보통이 아니었다. 약 1㎞ 뒤쪽에 항일암을 찾은 관광객을 위해 주차장을 조성했지만, 그곳에 바이크를 세우고 걷는다면 1시간 이상 투자해야 할 상황이었다. 해가 짧고 돌아볼 곳이 많아 그럴 순 없었다. 아쉽지만 되돌아 나왔다.
14시 20분, 항일암을 벗어나 『방죽포』에서 왼쪽으로 향한다. 『돌산로』를 따라 어촌 『성두마을』로 가는 길인데, 섬인 돌산도 정상을 넘어 내려가야 했다. 서쪽으로 기울고 있는 해를 따라가는 시간대이기도 해서 산을 넘어 내려간다. 평소와는 다른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수천수만의 태양이 파도에 복사되어 내 눈을 황홀케 했다. 파도와 함께 수만의 해들은 그 상태로 한 폭의 수채화였다. 극강의 아름다움에 눈이 부셨다. 반짝이면서 너울거린다. 외지인이 느끼는 이 아름다움을 이곳 토착민들은 알까? 같은 감정으로 받아들일까? 늘 보는 것이라 그냥 시큰둥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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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도 최남단에 있는 마을 성두! 촬영 못했지만, 섬 정상에서 내려다 본 바다가 그림처럼 예뻤다. |
어촌 『성두』는 돌산도 최남단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길손의 눈엔 작은 마을이지만, 가옥 구성이 찰지고 조밀해 보인다. 특이하게도 이곳엔 낚시하는 사람이 많다. 어종이 다양하고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낚시꾼 사이 사이로 어지럽게 갈매기가 난다. 이심전심일까? 낚시꾼은 손맛을! 갈매기는 입맛과 푸짐한 식사를! 그렇기에 두 마음은 접점이 있을 것이다.
바람은 잠들었고, 사위가 조용하다. 파도의 작은 움직임에도 소리가 들려온다. 방파제에서 아이를 부르는 아이 엄마의 목소리는 제법 먼 거리인데도 증폭되어 쩌렁쩌렁 울린다. 생선을 노리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날갯짓 역시 귀에 다가와 닿는다. 이 모두가 하나의 교향곡이 되어 길손을 환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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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키고 있는 '보호수'가 화룡점정이다. 구전되고 있는 전설이 있을 법하다. |
마을 오른쪽으로 보호수가 보인다. 아마도 성두마을의 영물일 것이다. 흘러간 시간을 되돌리면 수많은 아낙이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도록 그 나무 아래에서 기도하고 또 했을 것이다. 그런 영상이 영화처럼 머리에서 그려진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키며 사람과 바다와 새들을 지켜보았을 것이고, 그들이 필요하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제공했을 것이다.
『성두마을을 지키는 한 그루의 보호수가 예사롭지 않구나!
두려움과 걱정을 의탁한 많은 어민의 사랑을 받았던 나무일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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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태도 마족항으로 가려면 사진처럼 화태대교를 건너야 한다. 무료다. |
14시 55분, 화태리 『마족항』에 도착했다. 마족항은 화태도에 있고, 화태도는 여수시 남면의 가장 북쪽에 위치했다는 포털의 친절한 설명이 있었다. 이곳으로 오기 위해 『화태대교』를 달렸는데, 이게 무료라는 사실에 감사하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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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항을 찾은 차와 사람들! 낚시하는 사람이 지천이었다. |
대교를 만들 적에 계획 단계부터 무료 도로로 설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료인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많은 낚시객이 찾아왔고, 캠핑카도 왕왕 보인다. 길손이 찾았던 그 순간에도 방파제에는 세월과 고기를 낚고 있는 외지인들로 가득했다. 또한 마족항과 화태도는 섬이자 어촌이면서 관광지다. 낚시객이 1년 내내 찾는다면 굳이 뭔가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서 관광지이지 않겠나! 낚시를 즐기면서 힐링하기엔 그만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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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조정을 위해 돌산읍 평사리 소재 모장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멈추다. 이곳엔 펜션과 모텔이 많았다. |
15시 25분, 돌산읍 평사리 소재 『모장마을』 버스 정류소에 잠시 멈췄다. 여행 일정을 수정해야 할 것 같았다. 계획을 짤 적엔 여수시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장마을에서 오동도로 이동할 것인데, 오동도를 돌아보며 대충 눈으로 스케치만 해도 꽤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17시를 조금 넘기면 해가 떨어질 것이고, 기온도 떨어지고 사위는 어두울 것이다. 사람이 밀집한 곳이 아닌 지역과 어촌들을 돌아볼 때 가로등이 없을 것이다. 위험이 뒤따르게 된다. 오동도와 만성리 검은 모래 해변까지만 찾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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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돌산도와 돌산도 아래 화태도를 돌아보고, 상단 오동도로 올라가는 일정이다. |
#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