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완도군과 장모님 고향 소랑도 - 3편 섬과 섬을 잇다)
* 3편 연재(당목항과 일정항)
7. 31.(수) 2일 차!
에어컨 성능이 지나치게 좋았다. 오프 시킨 다음 선풍기를 돌렸는데, 선풍기 역시 에어컨을 닮았나 보다. 약하게 가동했는데도 추웠다. 중지시킬 순 없고, 어쩔 수 없이 이불을 뒤집어썼다.
05시 30분에 기상해서 간단하게 씻고 아침 식사를 한다. 두유와 에너지바, 복숭아 1개, 커피, 빵 1개인데, 행복했다. 홈마트에서 구입한 컵라면(진라면)은 두었다가 3일 차에 먹을 생각이다. (결국 먹지 못하고 집까지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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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목항에서 오토바이를 배에 탑승시켰다. 처음 경험하는 순간이다. |
06시 45분에 호텔을 나섰다. 덥지만, 달리는 동안은 역시 시원하다. 당목항엔 07시 20분에 도착했고, 매표소에서 표 구매를 한다.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데, 매표원의 언행이 사무적인 것을 넘어 거의 기계적이다. 그렇다고 불친절하다고 말하기도 적절치 않다. 처음으로 오토바이를 배에 실기에 궁금한 것이 있어 질문했더니 그냥 타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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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소지용 전표, 탑승할 때 승무원에게 두 장을 따로 제출했다. |
『무슨 귀찮은 일들이 많았기에 그럴까?
관심과 웃음으로 손님을 맞으면
심술부릴 손님도 감사 인사를 전할 터인데』
밖에서 승선을 안내하는 직원에게 물었더니 탑승 중인 앞의 차를 따라 들어가라며 지시한다. 배 안에서도 직원의 지시가 이어졌다.
“오토바이를 돌려서 배 입구 오른쪽 구석에 세우세요.”
“네! 잠깐만요. 배 바닥이 미끄러워서”
“아니! 들어가지 말고 저짝에 입구 구석으로 세우세요!”
“아는데요. 지금 미끄러워서 그러는 거니까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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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농 페리3호 모습과 항구와 여행자! |
간신히 오토바이를 돌려서 입구 오른쪽 구석에 세웠다.
‘파도에 배가 흔들리는 건 아니겠지? 그럼 오토바이가 넘어질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
혼자서 괜한 걱정을 한다. 안내에 따라 배 2층으로 올라가 촬영도 하고, 찍기도 한다. 기대 반 흥분 반으로 집사람에게 영상통화를 연결했다. 정확한 시간에 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멀미를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으니까 시몬스 침대인가? 오토바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멀리서 배를 보기만 해도 멀미가 올라왔건만
미미한 증상조차 없다니! 소랑도 여행이라 그러한가?』
항구를 떠나는 모습을 촬영했다. 금일읍 일정항에는 금방 도착했는데, 출발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몰라 옆 사람에게 물었다.
“아저씨! 일정항까지 얼마나 걸려요?”
“처음 서는 곳요?”
“처음 서는 곳이 일정항인가요?”
“네! 그럴 거예요. 25분 정도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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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일정항이다. 배 오른쪽 아래쪽에 할머니들이 모여 계시다. |
처음 서는 곳이라는 말에 그럼 다른 곳에도 간다는 말인가? 싶어 걱정되었다. 마침 배가 섬 가까이 다가가자 할머니들이 배 입구 쪽으로 모여든다. 내려가서 할머니들에게 물었다.
“할머니! 지금 정박하는 곳이 일정항인가요?”
“어디 가시는데?”
“아! 소랑도 갑니다.”
“그럼 여그서 내려야 해. 일정항이야.”
다른 궁금한 것도 물어본다.
“이 배가 다른 곳에도 가는가 보죠?”
“아녀! 당목항하고 일정항만 다니는 배야.”
“네! 고맙습니다.”
그 양반도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한 것이다. 내가 탑승한 배는 『완농 페리3호』다. 가장 먼저 섬으로 나왔다. 일정항 밖으로 나가 처음 만난 마을이 도장항이 있는 도장리였다. 접안된 배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약 1킬로 떨어진 곳은 척치리인데, 여느 어촌마을과 다를 것 없어 보였다.
『어민과 그들 마을을 찾을 적이면
촌놈 출신인 나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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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금일읍 일정항에 내렸다. 장모님 고향 소랑도가 오른쪽 중간 아래에 보인다. |
특이한 점은 미역이나 다시마 등을 건조할 수 있는 공간이 섬 구석구석에 지천으로 널렸다는 것이다. 항구와 양식장 등은 전국 어떤 어촌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어촌의 장면 장면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런 곳에서 장모님이 태어나 자라셨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섬을 닮아 아름다웠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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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는 일정항 바로 밖에 있는 도장항이라는 곳이고, 사진 아래 건조 공간은 섬에 지천으로 널렸다. |
건조 공간이 많다는 것과 연결되어서인지 특히 1톤 트럭이 발에 걸리적거릴 정도로 자주 보였다. 척리마을 정자 옆에 잠시 앉았는데, 마침 시원한 바람이 분다. 장모님이 사위 시원하라며 부채질을 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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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리마을회관 앞 정자. 마을 주차장과 건조공간, 그리고 마을회관이 보인다. |
09시 18분 동송 쉼터 앞 정자에 앉았다. 도서인 금일읍이 읍 소재지인 이유는 인구가 소도시를 구성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동송항으로 진입하는 중에 주유소 여러 곳과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왔다. 119 소방센터와 번화가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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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인데도 읍 소재지다. 마을버스가 다니며, 초,중,고는 물론 파출소, 소방센터까지 모두 갖춰져 있다.(하단 동송 쉼터) |
중도시 규모는 안 될 것이고, 소도시로서 지역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곳에서도 새들과 매미의 변함없는 합창을 들을 수 있었다.
『청아한 아이들
소년과 소녀는 맑음이고 밝음이지
년(연)도를 더해가며 우주를 품을 큰 사람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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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벽화에 그려진 성경 한 구절이 인상적이다. 아래 사진은 직진 중 우회전을 하면 소랑길인데, 소랑도로 연결된다. |
작은 마을을 지나면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명의 소년과 소녀 둘을 보았는데, 그들도 바이크를 탄 내가 신기했나 보다. 더군다나 번호판이 ‘부산 기장’이니 돌아보았을 것이다. 시선을 서로 교환하고 멀어졌지만, 청소년 여럿을 만났다는 사실에 활기가 넘치는 섬인 것 같아 가슴이 뛰었다.
*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