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완도군과 장모님 고향 소랑도- 1편 출발)
1편: 그리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출발)
7월 30일(화) 1일 차, 오랜 습관이라서일까? 기상 시간은 늘 정확하다. 아니지! 여행을 떠나는 날엔 더 일찍 일어난다. 05시 27분에 눈을 떴다. 대강의 짐 꾸리기는 전날 모두 마쳤다.
특이한 점은 5박 6일 일정이든 2박 3일이든 짐의 부피와 무게는 거의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겨울엔 옷을 몇 장 더 넣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출발 준비를 하면서 고민한 것은 한 가지다. 덥고 무거운 라이딩 기어를 착용할 것인가? 아니면 가볍지만, 내의처럼 착용하는 안전 장비를 걸칠 것인가?
* 휴대폰으로 n행시를 읽을 경우 폰을 가로로 놓고 읽어주세요.
『무쇠를 녹일 정도의 폭염일지라도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여행길
위로의 길이 되고, 존경의 여정이 되길 바라』
전자는 덥고 무겁지만, 도중에 쉴 적에 간편하게 벗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후자는 목적지에 도착해서 숙소에 들어가야만 벗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후자를 선택했다. 그러잖아도 덥고 습도가 높아 불쾌 지수가 최고치를 찍을 것인데, 가볍게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다.
시원한 물로 커피를 만든 다음 짐 정리를 끝내고, 바이크에 가방을 부착한다. 먹을 것을 잔뜩 담은 가방도 뒷좌석에 단단히 결속시켰다. 다시 집으로 올라가 아내에게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한다. 이번 여행은 기존과는 다르다. 장모님 고향을 찾아가는 것인지라 집사람도 느낌이 평소와는 다른가 보다. 꼭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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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여행을 위해 긴 잠에서 깨어난 사랑하는 애인 MT-07 |
06시 40분 무렵에 애인을 깨웠다. 겨울잠도 아닌데, 최근엔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꽤 긴 시간 취침하곤 한다. 배고플까 봐 가까운 주유소에서 가득 채워준다. 그러고는 부산 시내가 아닌 양산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침 공기가 크게 덥거나 탁하진 않다. 오히려 상쾌함을 느낄 정도로 깨끗하고 맑다. 1시간 정도 운전했기에 원동을 지날 무렵 매화공원에 들러 잠시 쉰다. 낙동강이 시원하게 흘러가고 있고, 그 위로 하늘엔 구름과 함께 미세먼지도 사라졌다. 청명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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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공원은 전국일주(서울 방향) 때도 청도군 방문 때도 찾은 적이 있다. 낙동강과 하늘이 같은 색을 띄고 있어 예쁘다. |
공원 주변으로 여러 새와 매미가 합창단을 꾸린 듯이 조화로운 울음을 토해낸다. 누가 지휘하고 있기에 저렇게 합이 잘 맞는지? 시내에선 매미 소리가 귀를 찢을 것처럼 아프게 울려오는데, 공원 주변에선 조용조용 우는 듯한 느낌이다. 매미 소리가 귀엽게 들리는 것이 정말 얼마 만인가 싶다. 단백질 바 하나와 사과 1개를 먹었다. 휴식과 함께 당을 보충했으니 다시 달리자.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의 열기를
염려할 것 없어! 여행 중이잖아!』
09시 15분 무렵이다. 마산합포구 진동면 그늘진 한적한 도로 옆에서 잠시 불볕더위를 피한다. 마산을 통과할 때까지 바이크를 멈추지 않고 달릴 적이면 주행풍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땀과 더위를 잊게 할 정도였지만, 시내에서 신호에 걸릴 적이면 사람이 더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토바이도 여지없이 더위를 먹는다. ‘우우우웅’…. 한참이나 쿨링 시스템이 돌면서 엔진 열기를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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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면의 한적한 도로에서 잠시 쉰다. 화장실이 급했으나, 노상방뇨를 할 순 없었다. |
도로 그늘진 곳이기에 쉬기는 했지만, 노상방뇨를 할 순 없어 참고 다시 달린다. 창원을 지나 진주와 하동으로 향한다. 여전히 하늘은 극강의 맑음을 선사한다. 구름 정도는 하늘에 수놓아도 좋은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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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를 지나면서 한 컷! 사진은 국립경상대학교 건물이다. 너무나 청명한 날이었다. |
청명한 날에 태양이 제 세상을 만났다. 불볕더위를 아낌없이 토해낸다. 그나마 열 기운을 방어할 방법은 오토바이를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일반 국도와 시내, 시골길도 차량 통행이 잦지 않아 주행풍이 건네주는 선선한 바람으로 폭염에 대항할 수 있었다.
광양으로 진입하는 중에 연료 칸이 하나 남았다. 진행 방향으로 주유소가 보이지 않아 걱정하던 차였다. 광양읍 백운로변 한적한 주유소로 들어가 연료를 채운다. 집 근처에서 주유할 적보다 70원 정도 비쌌다. 생리작용도 해결할 겸 건물 뒤편 그늘진 곳에 애인을 피신시키고 메모와 점심 식사까지 한꺼번에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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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읍 소재 황금주유소에서 주유하고, 간단하게 점심으로 요기를 했다. 사과 아래 메모지(소중한 기록들이 담겼다) |
여행 중이라 마음이 편안하긴 한데, 장모님 고향을 찾아가는 일정인지라 가슴 한켠에 아련한 무언가가 머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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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 소재 졸음 쉼터. 오토바이 옆 벤치에서 염치 불구 드러누워 잠시 잠을 청했다. |
피곤과 졸음이 동시에 몰려왔다. 12시 47분 무렵, 장흥군 소재 졸음 쉼터에 주차했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졸음 쉼터를 이용하는 것은 처음이지 싶다. 광양과 순천을 지날 때까진 그나마 시원하던 주행풍이 12시 25분을 넘기면서부터 시원하다는 느낌이 거의 사라졌다. 후덥지근한 수준은 아니고, 조금 답답할 정도로 텁텁했다. 다만, 터널을 통과할 적이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몸 안으로 파고든다. 기분 좋은 순간이다.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것
터를 잡고 잠드는 짧은 시간이 생명수와도 같은 것』
부산 시내를 피해서 달린 덕분에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실컷 구경하면서 달릴 수 있었다. 다행이다.
졸음 쉼터 벤치에 몸을 누인다. 바람이 때마침 살랑거린다. 시원하다 정말! 바람 한 조각에도 이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이게 삶의 맛이지. 아무렴! 그렇게 잠시 잠을 청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