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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백두대간 종주 - 9편 / 구세주)

탁왕 2024. 4. 12. 08:18

9편 연재(3월 28일 / 목 / 비 / 위기 극복 / 고치령, 배틀재, 밤재, 보발재, 고수재, 죽령, 고항치, 저수령, 벌재, 여우목고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 여행을 더는 지속하지 못한다. 포기해야 한다. 도중에 바이크를 세우고 가까운 오토바이 센터를 검색했다. 3거리 안에 신일 오토바이(영주시 부석면 소재)’가 보인다. 도착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짐 정리 중이었는데, 오토바이도 보이지 않고 센터는 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아주머니! 여기 오토바이 센터 아닌가요?”

전에는 했는데, 우리 아저씨가 죽고 나서는 장사 안 해요!”

 

가슴이 철렁! 했다. 어쩌지?

그러면 간판을 내리셔야죠. 검색했더니 여기가 나와서 왔거든요. 이 주변에 다른 센터는 없나요?”

없어요. 신흥면까지 나가야 해요.”

? 뭐라고요?”

신흥면이요. 10분 정도 걸릴 거예요.”

 

영주시 신흥면에 흥아 오토바이가 검색되었다. 10거리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가야 했다. 어찌어찌 도착했고, 사장님을 호출했다. 야마하 매장이 아니었기에 정품은 없었다. 다른 오토바이 부품을 그냥 맞춰서 사용해야 했다.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임시로라도 부품을 달 수 있기를!

정품은 없어요.”

압니다. 일단 발을 올릴 수 있게 어떤 부품이든 좀 부탁합니다.”

 

영주시 신흥면 '흥아오토바이' 사장님!  위: 기어 뒤쪽에 있어야 할 발 받침대가 없다. 아래: 땜질 중인 사장님!

 

 

거의 50분 걸렸다. 심지어 부품에 땜질까지 해서 어떻게든 부착했다. 내가 구세주를 만난 것이다. 운이 따랐다. 그렇게 부착한다고 고생하시고도 아저씨가 3만 원을 달라신다. 양심까지 있으신 분이다.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나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정말 진심이었다.

고맙습니다. 역시 기술자라 다르시네요.”

“뭘요! 근데 이 오토바이는 비싼가요?”

아닙니다. 비교적 저렴합니다.”

얼마나 합니까?”

새차로는 1천만 원 정도 합니다.”

이야 요즘 오토바이 비싼데, 이건 싸네요. 스쿠터도 거의 1천만 원 하는데.”

 

오토바이 발 받침대 부착하는 사장님! 기존 부품을 모두 분리하고 다른 부품으로 튼튼하게 맞춰 주셨다. 기술자시다.

 

 

수리에 소요된 시간을 점심 식사 시간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물론 점심을 먹진 못했다. 아침에 컵라면 먹은 뒤로 영양갱 하나 먹고, 아무것도 입에 넣지 못했다. 그럴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심지어 커피도 마시지 못했다. 비가 계속 내렸기 때문에 방수 덮개를 벗기고 가방을 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심지어 소변보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비가 계속 내렸고, 여전히 내리는 중이었다.

 

n행시는 휴대폰을 가로로 ~~ ^^

 

기회로 바뀌는 순간 세상은 달라져! 전화위복이라 한다.

회복된 일상은 원래 상태보다 훨씬 좋고 강력한 원동력이 되게 마련이지!

 

임시로 부착한 발 받침대는 정말이지 훌륭했다. 갑자기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랄까! 39번 고치령부터 47번 벌재까지 차례로 달려갔다. 그놈의 비 때문에 장소 장소마다 느낀 생각과 감정을 메모할 수 없어 몹시도 아쉽고 안타깝다.

 

고치령(영주시 단산면 좌석리 산 2-1)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39번째 고치령, 계속 비가 내렸다. 그리고 도로엔 제설용 모래가 살포되어 있다.

 

 

베틀재(단양군 영춘면 의풍리 산 107-4)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40번째 배틀재, 휴대폰 방수커버 바깥쪽이 내리는 비에 젖어 흐리게 쵤영되었다.

 

 

밤재(단양군 영춘면 하리 58-2)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41번째 밤재, 비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보발재(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276-1)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42번째 보발재, 오후를 한창 지나가는 중이었지만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고수재(단양군 단양읍 도담리 산 10-49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43번째 고수재

 

 

죽령(영주시 풍기읍 수철리 산 86-11)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44번째 죽령, 거의 미친 인간처럼 움직일 무렵이라 표지석 옆의 건물도 이제야 확인한다.

 

 

고항치(예천군 효자면 고항리 산 72-1)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45번째 고항치, 표지판 또는 표지석 등 형태와 위치는 얼추 조사한 내용과 일치했다.

 

 

저수령(단양군 대강면 올산리 산 74-59)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46번째 저수령

 

 

벌재(문경시 동로면 적성리 산 112-1)

 

벌재는 인증사진 찍을 곳을 찾지 못해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49번 하늘재(문경시 관음리 산 93-2)50번 이화령(괴산군 연풍면 이화령로 561)은 가지 못했다. 계속 내리는 비와 도로에 깔린 제설용 모래 때문에 저속으로 다녀야 했고, 점심까지 건너뛰고 달렸는데도 시간이 부족했다.

 

벌재에서 숙소인 문경 아리랑호텔을 검색했더니 도착 예정 시간이 1725분이었다. 비와 땀으로 온몸이 젖은 상태고, 추웠다. 더는 돌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숙소 가는 길에 여우목고개(문경시 문경읍 중평리 산 91-8) 인증하고, 곧바로 호텔(문경시 문경읍 하리 398-2, 아리랑호텔)로 향했다.

 

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48번째 여우목고개, 도로에 깔린 모래가 보인다.

 

 

오토바이와 나, 가방까지 모두 젖었고, 엉망이었다. 가방을 호텔에 올리고 만신창이가 된 사이드 백과 우의, 방수커버 수습에 나섰다. 1시간 걸렸다.

아우! 씨부랄! 정말 환장하고 돌겠네!”

 

가방을 풀었더니 가방과 방수커버 사이로 침투한 빗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하고 안쪽 옷가지들을 적셨다.

으아아! 돌아버리겠네 정말!”

 

19시가 거의 되어서야 정리를 끝내고 샤워까지 할 수 있었다. 그제야 몹시도 배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먹었던 컵라면이 그때까지 먹었던 전부였다. 이렇게 배가 고플 수가! 인근에 뼈해장국 식당이 있었다. 걸신처럼 먹어 치운다. 아마도 그때 심정이라면 먹고 있는 날 괴롭히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 사람을 죽이려고 달려들었을 정도였지 싶다. 오로지 배고픈 짐승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먹었던 어떤 뼈해장국도 이날 저녁에 먹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너무나 맛있었다.

 

285일 차에도 돌아볼 곳이 많은데, 오늘처럼 비가 오면 정말 큰일이다. 제발 비야 멈춰라!

 

*10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