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백두대간 종주 - 8편 / 최대 위기)
8편 연재(4일차 / 3월 28일 / 비 / * 주행 중 사고 발생 / 마구령)
계속 비가 내렸다. 도로의 눈이 모두 녹았고, 얼지 않아 좋긴 했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에선 염화칼슘 대신에 모래를 뿌린 모양이었다. 녹아 내린 물과 빗물이 섞여 모래가 도로 사방을 덮고 있었다. 오토바이가 그 위를 지나가야 해서 회전 구간에서 그 위를 빠르게 지나가려 하면 십중팔구 미끄러지게 된다. 초긴장 상태가 되었다.
MT-07은 포장된 공도를 다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공도 위에 모래나 자갈이 깔렸고, 그 위를 통과하게 되면 미끄러질 확률이 엄청나다. 아니나 다를까 바퀴가 살짝살짝 미끄러지는 것을 여러 번 느꼈다. 속도를 30㎞ 미만으로 낮춰 서행했다. 그동안 가장 위험했던 곳은 진고개와 피덕령, 바람의 언덕 쪽이었다. 해발이 높아 얼었거나, 경사가 심했거나, 도로가 파손되어 넘어지면 바로 낭떠러지 수준의 비탈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가 터졌다. 마구령(영주시 부석면 임곡리 산 93)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었다. 도로 폭이 매우 좁았고 가팔랐다. 경사가 정말 심했다. 조심조심 거북이 속도로 산비탈이 극심한 길을 타고 올라갔다. 그러다가 경사가 심한 곳에서 내려오는 차량 두 대를 피해야 했고, 하필 그 지점이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구간이었다. 첫 번째 차량은 피할 수 있었는데, 두 번째를 피하려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아뿔싸! 큰일 났다. 씨바! 이거 야단났는데, 어쩌지? 하필 이렇게 경사가 심한 곳에서 넘어지다니!’
☆ n행시는 휴대폰을 가로로 ~~ ^^
『위기다운 위기가 찾아왔지!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이 되는지 지켜보라구!』
비는 주룩주룩 내렸다. 너무 경사졌기에 오토바이를 세우는 일이 이만저만 곤욕이 아니었다. 하얗게 질렸고, 아무런 생각도 못 할 정도로 멍한 상태가 유지되었다. 비지땀을 흘리면서 씨름한 끝에 간신히 세우긴 했는데, 더 심각한 문제를 만나게 된다. 바이크가 왼쪽으로 넘어지면서 발을 올려두는 받침대(또는 지지대)가 부러졌다. 왼쪽에 기어가 있기 때문에 받침대가 없으면 MT-07 같은 메뉴얼(수동) 오토바이는 기어 변경이 부자연스러워 주행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
다음 문제는 왼쪽으로 넘어졌으니 오른쪽으로 일으켜야 하는데, 내려오는 차를 피하느라 도로 끝부분에 있었고, 세우려니까 두 바퀴가 모두 비포장 부분 쪽으로 내려가 버렸다. 포장된 곳과 높이 차이가 있어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설상가상이다. 이거 진짜 큰일이다. 아우! 씨발 *노무새끼!’
간신히 시동을 켰다. 1단에 놓고 스로틀을 당겼더니, 바퀴가 헛돌면서 늪에 빠지듯이 박혀 버렸다. 포장 안 된 곳이 비에 흠뻑 젖었기 때문이다.
“아우! 씨발 것! 환장하겠네!!”
☆ n행시는 휴대폰을 가로로 ~~ ^^
『외면하는 삶을 바꾸어보자.
면박을 주지 말자. 나중에 눈덩이처럼 커져서 내게 돌아온다.』
입이 걸레라도 된 마냥 욕이란 욕이 다 튀어나왔다. 그런 중에 마구령으로 올라가는 차량도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 가버린다. 벗어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극도로 조심하면서 후진해야 하고, 뒷바퀴부터 포장된 도로 위로 올려야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올라갈 때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구간이라 뒷바퀴가 포장 부분에 먼저 닿았다. 우의 밖은 비로 적셨고, 안은 땀으로 젖었다. 너무 비탈길이라 힘들기도 했지만, 갖은 용을 쓴 끝에 오토바이를 후진해서 포장도로 위에 둘 수 있었다. 그때 정말 십년감수했다는 안도의 숨을 토해냈다.
조심 또 조심(급경사라 여차하면, 조금만 실수해도 뒤로 밀리면서 넘어지게 된다)하면서 오토바이에 올라탔고, 시동을 걸었다. 받침대가 없어 애를 먹었지만, 1단에 놓는다. 오른발로 뒤 브레이크를 잡고, 스로틀을 당긴다. 바이크가 뒤로 밀리는 느낌이 사라질 무렵 브레이크를 풀면서 박차고 올라갔고, 그곳을 벗어나게 된다.
“아싸! 씨부랄 것! 바로 이거지! 하느님 부처님 신령님 감사합니다. 아우!”
역시 문제는 왼쪽 발 받침대가 부러져 왼발을 거치할 수 없다는 것과 기어를 넣기가 너무나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어떻든 마구령까지 올라갔다. 그런 상황을 겪고도 인증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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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80령(내 계획상) 중 38번째 마구령, 정상은 비포장이었다. 넘어진 후 가까스로 수습해서 인증사진을 남겼다. |
하늘 한번 쳐다보고 오토바이 한번 쳐다본다. 기어 변속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남은 일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우선 고치령(영주시 단산면 좌석리 산 2-1)을 목적지 삼아 다시 내려갔다. 아스팔트로 내려왔음에도 그 상태로 주행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기다가 계속 비가 내렸고, 헬멧의 스크린에 서리가 잔뜩 끼어 시야 확보까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상태로 일정을 포기해야 할까?
* 9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