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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백두대간 종주 - 6편 / 백척간두 진일보)

탁왕 2024. 4. 5. 08:20

* 6편 연재(3월 27일 수요일 / 건의령, 통리재, 송이재, 삼수령, 매봉산)
 
 
14시 13분, 건의령(삼척시 도계읍 점리 318-1)에 도착. 인증사진을 담는다. 댓재에서 건의령까진 당초 조사할 적에 약 20㎞ 거리였다. 실제 주행해 보니 35㎞였다. 뭐지? 싶어 도중에 네비를 몇 번이나 확인했을 정도다.
 

백두대간 80령 23번째(내 계획상)인 건의령, 제설 목적으로 도로에 모래를 뿌렸다. 위험했다.

 
 
건의령으로 올라갈 적에 좌우 산들이 정말 어깨동무를 한 듯이 걸치고 겹쳐 보였다. 산맥이 저렇게 만들어졌구나 싶었다.
 
통리재(태백시 통동 75-99, 해발 720m)는 14시 45분에 도착했다. 도착 직전에 주유소에 들렀다. 애인의 연료통이 비교적 작아 수시로 주유(부록 일정별 주유 내역 참조)해야 한다. 통리재 주변 도로로 다니는 차량이 많은데, 특히 대형 덤프트럭이 자주 보였다. 민가나 식당, 공장, 펜션 등 다양한 것들이 공존한다. 공업지역인가 싶기도.
 

백두대간 80령 24번째(내 계획상)인 통리재, 덤프트럭이 자주 다닌다.

 
 
헬멧의 세나가 맛이 갔다. 지직거리더니 연결이 끊겼다. 배터리가 바닥인가 싶다. 어쩔 수 없다. 폰의 네비를 눈으로만 확인하는 수밖에.
 
통리재에서 송이재(태백시 통동 285-2)로 가는 길을 네비가 친절하게도 유턴 구간까지 날 데리고 간다. 4㎞ 거리를 무려 11㎞나 주행한 것이다. 대단하구나 네비야! 너무했구나 네비야! 15시 8분에 송이재에 도착해 인증사진을 담는다.
 

백두대간 80령 25번째(내 계획상)인 송이재, 접근성 나쁘지 않다.

 
 
☆ n행시 읽을 때는 휴대폰을 가로로 ~~ ^^
 
『돌아가도록 굳이 안내할 필요가 있을까 네비야!
 아주 준법자 나셨어 정말!
 가는 길이 짧을수록 여행자에겐 좋잖아.
 다만, 내 양심에 생채기가 남긴 하겠지.』
 
송이재 표지판 길 맞은편엔 물류회사와 중장비가 여러 대 보인다. 도로엔 역시 대형 덤프가 오간다. 사업장이 많은 지역이리라. 덤프는 사각지역이 많아 오토바이가 운전자 시야에서 벗어날 경우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진다. 조심해야 한다.
 

백두대간 80령 26번째(내 계획상)인 삼수령(큰피재), 표지석 바로 옆에 간이휴게소가 있다.

 
 
15시 30분, 삼수령(태백시 적각동 산 61-1)에 당도했다. 근데 중간에 내가 이곳을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를 모르니 이런 실수도 하는구나! 간이휴게소가 있는 곳이지만, 이용하진 않았다.
 
☆ n행시는 휴대폰을 가로로 ~~ ^^
 
『돌아올 필요가 없는데도 문외한이라 두 번씩이나 방문했어.
 고민조차 하지 않고 같은 곳을 다시 가다니
 돌머리라 인증할 필요조차도 없지 않을까?
 다들 알잖아! 니가 길치라는 사실을 말이야』
 
삼수령에서 바람의 언덕 위쪽 매봉산(태백시 창죽동 9-440)으로 향한다. 올라가는 길이 험했지만, 이 정도(제설작업 후 마른 상태. 시멘트 도로)면 크게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겠다 싶어 계속 올라갔다. 바람의 언덕은 그야말로 바람의 언덕다웠다. 그런데 네비가 목표로 설정한 곳은 더 높은 곳이었고, 훨씬 위험했다. 제설작업도 안 된 곳이다.
 

백두대간 80령 27번째(내 계획상)인 매봉산 올라가다 오른쪽 전경이 예뻐 사진에 담았다. 보기와 달리 낭떠리지다.

 
 
중간중간 시멘트 포장이 박살이 나서 밟으면 푹푹 꺼지는 흙탕물인 길도 있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중에 정말이지 0.1초만 머뭇거렸어도 그 흙탕물에서 자빠질 상황이 여러 번이었다. 만약 넘어지면 최악의 경우 바람의 언덕 급경사 비탈로 떨어져 한참 아래로 굴러갈 수도 있었다. 식은땀이 온몸으로 흘렀다. 어찌어찌 통과했지만, 표지판이 있는 곳까진 도저히 갈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오토바이에겐 그렇게 위험한 지형임에도 주변과 아래를 내려다보니 풍력발전기가 놓인 바람의 언덕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달리 표현할 말도 없었다.
‘우와! 정말 눈만 오지 않았다면….’
 

매봉산 표지석 인증사진 담는 것은 당일 눈으로 불가능했다. 되돌아가는 중에 올라온 길을 사진에 담았다.

 
 
배경으로 사진을 담고, 되돌아 나오려니까 승용차가 연이어 올라온다. 그나마 차와 오토바이가 피해 갈 수 있는 위치에 정차해서 기다렸다. 앞서 오는 차량의 운전자는 젊은 여성인데, 나를 비껴가면서 왼손으로 엄지척을 해준다. 고맙다며 눈인사를 건넸다. 바람의 언덕이 유명한 곳인가 보다. 이런 날씨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니 말이다.
 
내려갈 적엔 이미 올라오면서 식겁했고, 위험성을 충분히 감지했기에 더욱 긴장했다. 운이 좋게도 거의 넘어질 뻔한 바이크를 두 번씩이나 제어할 수 있었다. 비교적 가벼운 오토바이였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200㎏ 이상 무게였다면 그 험한 곳에서 넘어졌을 것이고, 운이 좋았다면 진흙탕에서 뒹군 정도였을 거고, 나빴다면 여행 일정 전체가 끝장이 나는 상황도 발생했을 수 있다.
 
『운(運), 좋은 것이지만, 너무 기대하진 말자.』
 
매봉산을 오르내리며 그러잖아도 지저분한 오토바이가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 숙소를 500m 앞두고 오른쪽으로 세차장이 있지 않은가! 얼마나 기쁘고, 다행이었는지! 고압수로 구석구석 쏘아주었다. 귀가했더라면 거품 솔까지 사용하면서 묵은 때를 벗겼을 것인데, 내일 또 더러워질 것이 뻔하기에 흙과 모래만 가볍게 씻어주었다.
 

숙소로 향하던 중 세차장에서 흙을 씻어내다. 사진 아래는 숙소인 모텔

 
 
숙소인 태백 이지스(태백시 황지동 368-178)엔 17시 무렵 도착했다. 숙소가 있는 곳은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는 곳이었고, 바로 앞엔 기차가 오가는 태백역이었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저녁은 육개장으로 선택한다. 21시 취침.(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