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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 오토바이, 여행(백두대간 종주 - 3편 / 한반도 호랑이)

탁왕 2024. 4. 2. 09:08

휴대폰으로 읽을 경우 가로로 두고 읽으시면 좋습니다. 여러 n행시가 있거든요.

3편(2일 차 / 멍어재)


강릉으로 다시 출발한다. 도로 사정이 너무 좋았다. 도로엔 눈은커녕, 모두 녹았고 물기까지 말랐다. 미세먼지도 없는 상태라 왼편 도로 먼 쪽으로 푸르디푸른 동해가 끝없이 파도를 원정 보내고 있었다. 여러 해수욕장을 지났는데, 조금 높은 파도가 부서지듯 다가와 모래사장을 때리면서 하얀 거품을 토해냈다. 과격해 보이는 저 파도가 참 이쁘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실로 멋졌다.
 
도로 오른쪽 먼 곳엔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백두대간 여러 ‘령’들이 어깨동무하고 있다. 장엄하기 그지없는 태백산맥 줄기다. 대륙을 향해 웅크리고 있는 한반도 호랑이의 등과 허리를 잇는 산맥이다.
 
☆ n행시는 가로로 ~~^^

『맹수인 호랑이의 무서움을 표현했던 말이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이었지
 수려한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품기도 했어. 한반도 호랑이가!』
 
하얗고 하얀 설산으로 변해 오토바이 접근을 막고 있지만, 그 멋지고 멋진, 정말 간지 철철 흐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에 출연한 그 어떤 근육쟁이들도 비교가 되지 않는 그 초월적인 아름다움이라니 말이다.
 
강릉에 도착할 때까지 내 오른 편으로 백두대간 역시 나와 속도를 맞춰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믿으려 한다. 높고 낮으나 조화롭고, 깊은 계곡과 광활한 산들이 한 시절 태백산맥을 호령한 산군(호랑이)을 여럿 품었을 법하다. 산맥이 품은 기상이 예사롭지 않다. 내 눈에도 보이는 그 기품과 기백을 일제강점기 시절 ‘침략자’들이 못 보았을 리가 없다. 웅장한 산맥이 뿜어내는 기운 앞에서 아마도 혼비백산할 정도로 놀랐을 것이고, 기절초풍할 정도로 자지러졌을 것이다.
 
저렇게 멋있을 수 있다니. 대설 때문이지만, 만약 직접 갔다면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지 싶다. 더군다나 잔뜩 흐린 상태로 눈과 비를 그토록 퍼붓다가 저렇게 맑고 투명한 듯한 밝음을 연출하다니!
 
한반도의 기운을 꺾고자, 한민족의 기상을 도륙 내고자 호랑이 허리 마디마디에 쇠꼬챙이를 박았던 그들 ‘침략자와 후손’에게 천년의 저주가 있길 바란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마지막 일정으로 강릉시 성산면 소재 멍어재(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산 41-1)를 찾는 거였다. 숙소에서 14㎞ 거리인지라 그곳을 찾았다. 카이저루트 안내판이 박혀 있었다. 인증했다.
 

백두대간 13번째 멍어재, 애인을 함께 사진에 담다

 
4편에서 계속!